평화를 지키는 교두보 ‘역사의 현장’ 강원도 화천을 가다
6·25 당시 치열한 전투 벌어졌던 현장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주관 안보견학
평화의 댐·평화의 종 안보관광지로
접경지역 발전 위한 대안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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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평화의 종, 평화누리호, 평화의 길…. 강원도 화천군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여행을 마칠 때쯤 평화라는 단어가 어느덧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화천은 산천어축제 기간을 제외하면 고요한 공간이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평화’란 단어는 화천과 제법 잘 어울린다. 그러나 군인이 주민보다 많은 화천의 과거를 돌아보면, 이 평화가 숭고한 희생 속에 만들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평화를 지키는 교두보 ‘화천’은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지난 2일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주관으로 진행된 국방부 출입기자 및 외신기자 안보견학을 동행했다. 글·사진=김병문 기자
8·15 광복과 함께 북한에 속해 있다가 6·25전쟁을 거치며 수복된 화천은 정전협정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의 중심지였다. 전쟁 당시 남한 전력의 30%를 담당했던 화천수력발전소를 지키기 위한 피아간의 크고 작은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6·25전쟁의 마지막 승전으로 기록된 425고지전투도 바로 이곳 화천에서 벌어졌다.
이번 견학은 화천의 역사와 안보관광지로서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추진됐다. 견학에는 2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함께했다.
첫 여정은 파로호의 평화누리호 탑승이었다. 파로호는 1944년 화천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로, 원래 명칭은 화천저수지였다. 파로호란 이름은 6·25전쟁 때 국군 6사단이 3만여 명의 중공군을 화천저수지에 수장시킨 승전 이후 ‘중공군을 격파한 호수’라는 의미로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했다.
파로호 선착장에 들어서니 멀리 화천수력발전소가 보였다. 발전소를 사이에 두고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을 만큼 수려한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약 23㎞ 구간을 왕복 운항하는 평화누리호에 탑승해 자연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평화의 댐에 도착했다.
길이 601m, 높이 125m, 최대 저수량 26억3000만㎥ 규모의 평화의 댐은 웅장했다.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등재된 ‘통일로 나가는 문’ 대형 트릭아트 벽화(넓이 4775.7㎡)는 댐의 크기를 실감하게 했다. 평화의 댐은 북한의 임남댐 수공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로 국민성금을 모아 건설됐다.
1987년 공사에 착수해 1989년 1단계 공사를 완료했다. 2002년 증축공사에 돌입해 2005년 10월 공사를 마쳤다. 담수·발전 기능이 없는 홍수 조절 전용 댐이라는 게 특징이다. 댐 정상에서 조금 이동하니 30여 개 분쟁지역의 탄피를 모아 만들었다는 세계 평화의 종이 나왔다. 무게가 1만 관(37.5톤)에 이르는데, 1관을 빼고 9999관으로 주조했다. 남북 통일의 날 나머지 1관을 추가해 완성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다음 목적지인 백암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지난해 10월 개통한 이 케이블카는 국내 최초로 민간인통제선 구간을 연결했다.
안내를 맡은 김순동 화천군청 문화관광해설사는 “날씨가 개통 이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하다”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15분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니 해설사의 말 그대로 남쪽으로는 평화의 댐이, 북쪽으로는 임남댐이 선명하게 보였다. 해발 1178m 정상에서는 남방한계선 철책 능선을 포함한 비무장지대(DMZ)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과거 우리가 이곳을 반드시 사수해야 했던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장에 함께한 육군7보병사단 김진남(중령) 공보정훈참모는 “백암산은 6·25전쟁 기간 숱한 포격으로 돌들이 하얗게 변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귀중한 안보현장”이라고 귀띔했다.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이번 견학으로 분단의 아픔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국가·지역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며 “특히 접경지역을 안보교육과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안보견학이 더욱 활성화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방의 중요성과 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저도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국가안보를 굳건히 하고, 접경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1일부터 DMZ 접경지역 인근의 생태문화·역사자원을 통해 자유·안보·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11개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이 전면 개방됐다. 화천지역은 화천읍 배수펌프장을 시작으로 백암산케이블카를 거쳐 평화의 댐에 이르는 총연장 95㎞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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