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전투 장비로 현역 못지않은 실력 뽐내”
적과 실감나는 대치, 격멸 상황
현역 장병·예비군 등 좋은 평가
전투력 유지·발전 큰 도움 기대
실내사격장 활용 수시 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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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영상교육 등으로 대체·축소됐던 예비군훈련이 본격 재개됐다. 따스한 봄날과 함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예비군훈련에서 예전과 다르게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 ‘과학화’다. 다양한 전투 장비와 최첨단 시스템이 예비군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훈련을 진행하는 현역 장병과 예비군 사이에서 모두 ‘엄지척’ 평가가 잇따른다. 육군35보병사단의 과학화 예비군훈련 현장에서 그 효과를 확인했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효율적·체계적 시스템으로 자리잡아
28일 오전 전북 남원시에 있는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식별 불명의 적대적 집단이 ○○마을회관 인근을 점거하고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적대적인 집단을 섬멸하고 통제 불능 상태의 시민 오인사격을 주의하라.”
가상현실(VR) 영상모의 전술사격훈련장 사로에 선 예비군에게 이러한 임무가 주어졌다. 이내 눈앞에는 3면 멀티스크린으로 회관 앞 마당에서 적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연무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사로에서 몸을 숙이면 실제 몸을 숨기는 것처럼 화면이 움직였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K2C1 모의총기를 재장전한 예비군들은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훈련이 끝나면 분대 평균 점수와 함께 개인별 적 제압 수 등 현황이 표시돼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전날 첫 훈련을 치른 훈련장에는 이날 103명의 예비군이 입소해 과학화 예비군훈련의 ‘참맛’을 봤다.
이성현(27) 씨는 “그냥 표적만 보고 사격하는 게 아니라 은·엄폐하면서 적과 대치하고 격멸하는 상황이 실감 났다”며 “과학화 예비군훈련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자리 잡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로 옆 실내사격장에서는 오랜만에 총을 잡은 예비군들의 총성이 연신 울렸다. 이들은 엎드려 쏴 자세로 5발의 영점사격 후 축소 표적을 향해 10발을 사격했다. 헬멧에 달린 헤드셋을 통해 옆에 있는 조교가 전하는 피드백을 듣고 조준점을 수정할 수도 있다. 왼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표적을 비추는 모니터가 보여 자신의 점수를 즉각 파악할 수 있다.
이곳은 실내라 악기상에도 훈련이 가능하고, 훈련 후 표적지가 레일을 따라 사수 앞으로 이동해 안전 확보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사격에 따른 민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흡음판·방음문도 설치했다.
전장과 같은 환경에 참여 의욕 높아져
다음은 시가지전투 교육장. ‘남원철물점’ ‘임실철물’ 등의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 건물이 도심 한복판을 연상하게 했다. 10명으로 구성된 두 팀의 예비군들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5분의 교전 동안 상대 팀을 얼마나 격멸하는지를 점수화해 승패를 정한다.
예비군들은 훈련에 앞서 교장 환경을 조그맣게 재현한 워게임 상황판에 군인 모형을 배치하면서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어떻게 공격·방어할지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분대장 지휘 아래 위치를 잡은 예비군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교전 시작 5초 전!” 교관의 방송에 이어 녹색과 적색 연막이 피어오르면서 훈련이 시작됐다. 포성 효과음이 쩌렁쩌렁 울리며 실제 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예비군들이 입은 방탄 헬멧과 조끼에는 부위별로 센서가 장착돼 공격받았을 때 정확도에 따라 사망·중상·경상으로 표시된다. 한 명이 사망하면 상대 팀의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김용진(28) 씨는 “전장과 같은 환경에서 훈련하다 보니 참여 의욕이 높아지고 흥미로웠다”며 “과학화 장비와 훈련장은 예비군 전투력 유지·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 시스템 구축 예정
군은 현역 장병 감축으로 평시 작전수행 및 지역예비군 훈련이 동시에 수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학화훈련장을 확장하고, 훈련 체계를 갖추면서 예비군 정예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사단은 시·군·구 단위로 흩어진 예비군훈련장을 지역별로 권역화하고, 현대식 과학화훈련장 예비군훈련대를 창설했다. 2021년 공사를 마무리한 남원훈련장과 정읍훈련장에 이어 전주훈련장도 운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훈련 입소부터 퇴소까지 전 과정을 키오스크와 스마트워치 등의 네트워크로 연결·관리하는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날 훈련장 곳곳에서 눈에 띈 키오스크에서는 현재 교장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비추는 폐쇄회로(CC)TV 화면과 훈련계획·내용을 볼 수 있었다. 개인별로 받은 웨어러블 기기를 갖다 대면 자신의 훈련 점수와 진행 정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해당 시스템은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훈련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사단은 설명했다.
유창욱(중령) 남원예비군훈련대장은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예비군을 위해 실전적이고 체계화된 훈련을 준비했다”며 “과학화된 훈련으로 전투형 예비군을 육성해 결전태세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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