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5군수지원여단, 한미연합 군수지원훈련
한미연합사단·미2사단 2지속지원여단
총 700여 명…양국 작전수행 능력 강화
연료·식수 확보…정비·구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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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군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 격언은 군수(軍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체감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법. ‘2023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의 하나로 열린 한미연합 군수지원훈련 현장에서 육군5군수지원여단과 한미연합사단·미2사단 2지속지원여단 장병들이 그 중요성을 뼈에 새기는 모습을 확인했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장비·장병 움직이는 데 필요한 기름과 물
전장에서 장비가 제 역할을 하려면 연료가 필수다.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에서 차량이나 궤도장비가 연료 부족으로 멈추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유사시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 장병들은 접이식 유류탱크(유류고) 운영 훈련을 했다.
지난 15일 강원도 철원군 송호동훈련장에서 전개된 훈련은 미군 유조 트레일러에서 한국군 유조차로 호스가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연결구 크기에 맞는 호스가 아니라면 유류가 새는 등 이동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지연(대위) 보급대대 중대장은 “일부 크기가 다른 호스도 있지만, 대부분 호환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미군이 운용하는 유류실험실 컨테이너에 우리 연료의 시료 분석을 요청하는 등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유류고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야지에 호를 파고 위장막까지 설치해 안전하게 연료를 보관하는 시설이다. 1만 갤런(약 3만7854L)의 유류고를 옮기기에 앞서 누수 때 주변 오염을 막기 위해 거대한 펼침막을 바닥에 깔았다. 한미 장병들이 양쪽에서 펼침막을 잡고 사방으로 퍼지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반듯하게 위치가 잡혔다. 이어서 넓은 펼침막 위로 유류고를 올리고 배관을 연결했다. 매우 무거운 장비지만, 장병들의 협동심이 작업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최용석 군무주무관은 “미군과 함께하는 훈련이 처음이라 많이 배우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같이 장비를 나르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자부심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를 움직이려면 사람의 힘도 필요하다. 인력에게 필수인 연료는 바로 물. 포탄이 폭발하고, 장비가 기동하면서 일으키는 흙먼지 때문에 깨끗한 물을 얻기가 어려운 전장에서 한미연합 급수장 운영 훈련이 전개됐다.
철원군 강포리저수지에 설치된 한국군 정수장비 주변으로 한미 장병들이 모여들었다. 육군5공병여단 118공병대대의 정수장비 운용 과정을 미 2지속지원여단 장병들이 참관·실습하는 시간이다.
정수 차량은 내부의 세척 탱크, 여과기와 약품 탱크를 거쳐 원수를 정화해 마실 수 있는 정수로 만든다. 먼저 한국군 장병들이 저수지에 투명 경질 호스를 던져넣고 펌프와 연결해 마중물을 넣는 작업을 선보였다. 호스 끝 투과망에서 1차로 여과된 물이 빨려 올라오자 미군 장병들 눈빛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여과된 물은 커다란 튜브 형태의 물탱크에 모인다. 여과 과정을 거쳤지만 바로 마실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걸러진 물은 철저한 검사를 거쳐 합격 판정을 받아야 식수로 활용할 수 있다. 여단 예방의무근무대 박진재 군무주무관은 “불소·망간 등 수치를 확인하는 간이 키트 검사에 이어 24시간이 걸리는 총대장균군·대장균 검사 에서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배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수 차량에 함께 호스를 연결하고 밸브 작동법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던 양국 장병들은 깨끗한 물이 나오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정비·구난지원 함께한 한미 장병들
다시 장소를 옮겨 송호동훈련장. 쭉 늘어선 텐트 안으로 들어서니 한미 장병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정비지원 훈련이 한창이다.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M2 기관총이 눈에 띄었고, K12와 M60 기관총도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총기뿐만 아니라 조준경 부품을 정비할 때 한국군의 부품이 미군 장비에 맞는지, 미군 부품이 한국군 화기에 들어가는지를 점검했다. 정비대대 총포중대 이수연 준위는 “노리쇠뭉치 격발 장애가 일어났을 때 공이를 교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양측 장비의 공이를 바꿔 쓸 수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전장에서도 원활한 전투능력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직접 작업해본 새비언 졸리 일병은 “장비와 부속품이 다르지만, 호환되는 걸 확인한 만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군과 함께 훈련하는 시간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텐트 밖에는 미군이 운용하는 발전기 앞에 한국군 장병들이 우르르 몰려 있다. 한국과 다르게 110v 전압을 쓰는 발전기 특성상 부속품 교환은 어렵지만, 우리 군이 미군 장비를 정비할 수 있도록 자세한 작동법을 공유했다. 정비대대 일반장비정비중대 이용승 준위는 “이번 훈련은 전시에 미측 정비 인력과 물자가 부족할 때 한국군이 대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며 “기본적인 제원은 비슷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구난지원 국면. 미군의 신형 구난차량 MCRS(Modular Catastrophe Recovery System)가 등장했다. 멀리서 봐도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크기부터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다. MCRS는 차량이나 장비를 통째로 적재해 이동할 수 있는 장비다. 전시 장비가 고장 났을 때, 전방에 항공보급을 통해 투입하면 기존 차량에 연결해 견인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이날 훈련은 미군 MCRS에 한국군 K511 트럭을 싣는 과정을 숙달했다. 먼저 MCRS 조종칸 뒤편 적재차량 앞을 리프트로 들어 올려 경사면을 만들었다. 미군이 견인 줄을 당겨 넘겨주자 한국군이 넘겨받아 체인과 턴버클로 연결된 갈고리에 차량을 연결했다. 이어서 미군과 한국군이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위치를 알맞게 조정하자 본격적으로 차량이 이동했다. 2.5톤의 대형 트럭이 부드럽게 당겨 올라가는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량정비중대 박경남 준위는 “미군의 신형 차량을 보니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으로 구난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도 함께 장비를 써본 만큼 임무 수행을 잘 해낼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미연합 지역분배소 운용 가능 확인
이번 한미연합 군수지원훈련은 지역분배소(ADC)에서 유류·장비 등 필수품목을 분배하고, 부품의 호환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역분배소는 지속지원능력 보장에 필요한 물자를 저장·분배·전환 수송하는 기반 시설이다. 군수·작전지원 등 11개 부대에서 700여 명이 참여했다.
연합지휘소에서는 양국 여단장이 서로의 군수지원능력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상황평가와 실시간 협조로 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했다. 또 미래형 군수지원체계인 단위적재 시스템(CP-ULS)을 기반으로 한 군수기동화체계를 적용해 보기도 했다.
임상묵(중령) 군수계획처장은 “이번 훈련으로 군수지원능력과 기능별 지속지원체계를 정립했다”며 “불확실한 전장상황에서 군수지원 소요를 예측하고 적재적소에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전했다.
사무엘 오퐁 준위는 “낯선 한반도 지형에서 임무 수행 절차를 숙달하면서 연합전력의 상호운용성을 높인 게 큰 성과”라며 “지속적인 훈련과 협조로 동맹을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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