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해군2함대, 해빙기 안전진단 르포

입력 2023. 03. 09   17:06
업데이트 2023. 03. 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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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지는 바다, 누빌 준비 다 됐습니다
해군 최초 편성 안전점검팀 매달 ‘안전점검의 날’ 운영
유도탄고속함·수리창 등 드론 활용해 꼼꼼히 확인

해군2함대 안전점검팀이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 내부에서 용접작업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해군2함대 안전점검팀이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 내부에서 용접작업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안전점검팀이 2함대 재난 취약지역인 ○○초소에서 경사면 토양을 점검하고 있다.
안전점검팀이 2함대 재난 취약지역인 ○○초소에서 경사면 토양을 점검하고 있다.

 


서해 최전방을 수호하며 24시간 출동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해군2함대의 매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적 위협에 맞서 언제든 바다로 뛰어나가야 하는 것이 2함대 장병들의 숙명. 이들의 안전하고 완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장비·시설의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함대가 그 어느 부대보다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함대는 현재 재난·안전사고 위험요소를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미흡한 사항을 조치하기 위해 ‘안전점검팀’을 편성·운영하고 있다. 얼어붙은 땅이 녹고, 장비 가동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해빙기. 2함대는 여기에 느슨해질 수 있는 사람의 마음까지 완벽히 다잡는 해빙기 안전진단을 전개 중이다.

글=맹수열/사진=이경원 기자


기자가 2함대를 방문한 지난 6일은 함대 안전점검팀이 매달 펼치는 ‘안전점검의 날’이었다. 해군 최초로 편성된 안전점검팀은 함대 예하 부대에서 운영 중인 안전·재난 대응조직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자는 아이디어로 발족했다.


건물 하나당 점검 시간 1시간45분 단축

처음 도착한 곳은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2함대 수리창. 노병직·강문현 군무주무관은 드론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9년 안전진단을 위한 드론을 도입해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람이 건물을 오르내리며 외벽·지붕을 둘러보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죠.” 20년 가까운 경력의 두 사람은 드론을 이용한 안전진단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 주무관은 “가장 큰 장점은 시간 절감”이라고 말했다. 건물 하나당 2시간 이상 걸리던 점검이 지금은 15분 정도면 끝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또 “안전점검을 하다 아이러니하게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주무관은 “드론은 사람의 눈이 볼 수 없었던 부분까지 확인해 준다. 카메라를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정보로 놓친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드론이 보내 주는 영상을 꼼꼼히 관찰했다. 특히 해빙기에는 결합 부위의 부식이나 콘크리트의 파손·파공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두 사람의 면밀한 점검은 기자가 떠난 뒤에도 계속됐다.

제2연평해전의 영웅 고(故) 박동혁 병장의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PKG) 박동혁함에서도 안전점검팀 활동이 한창이었다. 2해상전투단 군수참모실 서광석 상사를 포함한 안전점검팀은 박동혁함 내부에서 진행되는 용접작업을 감독 중이었다.

“겨울철에도 2함대 함정은 쉴 틈이 없습니다. 서해수호는 1년 365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겨울에 임무를 마치고 봄에 입항한 함정들의 정비 소요도 많습니다. 용접은 함 내에서 이뤄지는 대표적인 정비이자 가장 위험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용접 후 남은 불똥이 화재를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함 내에 가스가 남아 폭발할 가능성도 있죠. 안전점검팀은 이런 위험성을 막기 위해 늘 현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서 상사의 설명이다.

안전점검팀은 용접에 앞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 뒤 현장을 참관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이들의 노력 덕분에 박동혁함은 다가오는 봄, 다시 바다를 누빌 준비를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365일 보고 또 보며 취약지역 살펴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사령부 외곽에 자리 잡은 무기지원대대 ○○초소. 이곳은 함대가 선정한 재난 취약지역 11곳 중 하나다. 초소 앞에서 만난 김상언 군무주무관은 “이미 지난달 안전점검의 날 때 해빙기 취약점을 발견하고 보수를 마친 상태”라며 “이번 점검에서는 보수가 완벽히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파른 벼랑 위에 세워진 초소는 언뜻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김 주무관 등 안전점검팀의 점검은 더 정밀했다.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토사가 유실되면 초소가 무너질 위험이 크죠. 그래서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침 지난달 점검에서 기초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철판과 시멘트로 보수를 했죠. 오늘 와서 다시 보니 단단히 고정돼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보수된 부분을 살펴본 안전점검팀은 초소 곳곳을 돌며 추가 점검을 했다. 이날은 해빙기를 거치며 시설물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을 살피는 데 집중했다.

2함대의 안전진단은 비단 시설물 점검에만 그치지 않는다. 2함대는 안전점검팀을 곳곳에 보내 장병·군무원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장진환(소령) 군수계획과장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해빙기 안전진단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아내린 땅처럼 사람의 마음 역시 느슨해지기 쉬운 시기죠. 시설·장비 안전점검은 기본입니다. 저희는 여기에 자칫 이완될 수 있는 심리적 긴장을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1년 365일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2함대이기 때문이죠.”


각 군 해빙기 안전점검 활동
빈틈없는 대비로 안전사고 예방 총력

공군2미사일방어여단 안전점검팀이 가스탱크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노현우 중사
공군2미사일방어여단 안전점검팀이 가스탱크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노현우 중사


국방부의 해빙기 취약시설 안전점검 계획에 따라 육·해·공군과 해병대 각급 부대도 선제적 점검과 예방조치에 나섰다. 해빙기에는 얼었던 토양이 녹는 ‘융해현상’이 발생해 지반이 약해지기 쉽다. 이는 곧 시설물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 군은 이에 따라 지반 침하 가능성이 있는 재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시설물과 사면을 정밀점검하고 있다. 특히 오는 13일 시작하는 ‘2023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에 대비해 예년보다 더 강력한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맹수열·배지열·김해령 기자 


훈련 중 발생 가능한 사고 요인 보완

육군은 전투준비안전단을 중심으로 ‘맞춤형 기동 안전진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달 22일부터 특별부대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육군은 각 부대가 FS 연습 준비·실시에만 전념하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TF를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훈련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요인을 식별하고, 미흡한 사항을 해당 부대와 함께 보완하고 있다.

진단에는 전투준비안전단과 1·3·7·8군단 전투준비안전실, 교육사령부·공병학교 전문가 45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7개 팀으로 나눠 진단을 나간다. 통합화력사격, 도하 등 대규모 연합·합동훈련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 사례를 분석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작은 안전 위해요소도 놓치지 않는 꼼꼼한 진단을 하고 있다.

진단은 FS 연습 기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전투준비안전단은 현장지원팀을 상주시켜 실시간으로 위험성을 평가·조치해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훈련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 밖에도 육군 각급 부대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면밀한 해빙기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육군은 추가로 9일 군수 안전사고 예방활동 지침을 하달하고, 이달 말까지 부대별 진단·후속조치 결과를 확인하기로 했다. 점검표를 활용해 해빙기 재난 취약지역의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전 장병 대상 안전사고 예방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시설물 관리, 식중독 예방활동 등 해빙기 관련 주요 정보를 공유하면서 분야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함정·항공기 안전운항 강화

해군은 지난달 28일 해빙기 함정·항공기 안전운항 강화 지시를 예하 부대에 하달했다. 해빙기에는 함정·항공기의 각종 고무재질 부품이 파손돼 고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함정 투묘, 접안, 저속 항해,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강풍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활주로 결빙 등으로 이착륙 거리가 늘어나고, 안개 때문에 저고도 비행이나 항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해군은 “이런 계절적 요인으로 각 부대가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각 함정에 안전운항 강화를 지시했다. 먼저 항해 안전 관련 법규·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관계관들의 해빙기 항해 안전교육·훈련을 강화하도록 했다. 기상 불량·악화가 예상될 경우 일정을 조정하거나 피항하는 등 발 빠른 안전조치를 하도록 했다.

임무 수행에 앞서 안전 위해요소를 식별, 이를 제거하는 한편 장비 예방정비와 사전점검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장병들의 긴장 이완을 막기 위해 지휘관들이 관심을 가져 줄 것을 권고했다. 항공기에 대해서는 승무원들의 심리·육체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과 비정상 상황 대비 교육·훈련 강화, 기종별 취약계통 및 다빈도 결함계통 예방점검 강화 등을 지시했다. 육상 부대는 지반 약화로 인한 시설물 피해 예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부대 대상으로 안전진단·순회교육

해병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1일까지를 ‘해빙기 특별안전진단 기간’으로 설정했다. 해병대 안전단은 이 기간 전 부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과 순회교육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각 부대는 자체 진단과 토론회를 열어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장병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등 안전한 병영문화 정착 붐을 조성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은 이달 말 열리는 한미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앞두고 예하 여단별로 훈련 국면별 안전 위해요소를 식별했다. 이어 ‘안전 록드릴(ROC Drill)’을 실시하는 등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훈련이 진행되도록 노력 중이다.


춘계 기상 특성 고려한 비행 운영 당부

공군은 비행 분야와 군수·지상 분야로 나눠 안전 취약요소를 분석하고, 각 안전대책을 예하 부대에 전파했다.

봄철에는 큰 일교차로 발생하는 안개·황사 등에 따른 시정 저하로 비행착각(SD), 공중충돌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동성 고기압에 의한 강풍은 이착륙 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기온이 올라 항공기 특성이 변화하고, 조류 활동이 늘어나 저고도 비행 중 공중충돌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해빙기 지반 약화, 건물 균열에 의한 유류저장지역(POL)의 누유사고 발생도 주의해야 한다.

이에 공군은 춘계 기상 특성을 고려한 비행 운영을 각 비행부대에 지시했다. 비행착각 방지대책 교육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이착륙 단계 강풍에 대처하는 절차를 숙지 중이다. 춘곤증 등 임무요원의 신체·심리상태를 반영한 작전 운영뿐만 아니라 휴식도 철저히 보장토록 했다. 군수·지상 분야에서는 춘계 작업환경 변화에 따른 인적 과실 발생을 예방하고, 현장 중심 안전관리·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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