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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기억해? 널 기억해…알면 알수록 재밌는 대전 여행

입력 2023. 03. 02   17:46
업데이트 2023. 03. 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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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도시라지만 추억 고스란히 간직한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지키는 반가운 친구 ‘꿈돌이’
1930년대 건축 양식…대전근현대사전시관
‘17개의 돌탑’ 상소동 산림욕장 이국적 느낌도

 

 

대전은 볼거리·먹거리가 부족하다고 해서 흔히 ‘노잼(재미없다)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대전에는 추억의 엑스포 산물 등 의외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이색적인 분위기의 여행지가 많은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대전 여행을 떠나보자.

사진=필자 제공

 

상소동 산림욕장.
상소동 산림욕장.

 

상소동 산림욕장 돌탑.
상소동 산림욕장 돌탑.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커피숍 ‘커피 인터뷰’.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커피숍 ‘커피 인터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의 상징 한빛탑.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의 상징 한빛탑.
이탈리언 레스토랑 파운드에서 맛볼 수 있는 예산 꽈리고추 닭구이.
이탈리언 레스토랑 파운드에서 맛볼 수 있는 예산 꽈리고추 닭구이.

 

빼곡한 나무·층층이 쌓인 돌탑 상소동 산림욕장 

코로나19 시국이 한창일 때 한 장의 사진이 SNS 세상을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바로 상소동 산림욕장(대전 동구) 풍경. 동남아시아에 온 듯한 분위기의 상소동 산림욕장 모습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는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에게 이색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상소동 산림욕장은 캠핑장과 산책로 등이 갖춰진 곳으로 만인산과 식장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맑은 공기는 물론 푸르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상소동 산림욕장 입구에 자리한 버즘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는 마음의 평안함까지 선사한다. 가로수길을 지나고 나면 17개의 돌탑이 늘어선 길로 접어드는데 이곳이 바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해 ‘한국의 앙코르와트’로 불리는 산림욕장의 하이라이트다.

17개의 돌탑 무더기에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2003년 상소동 산림욕장이 개장할 당시 돌탑을 쌓을 시민을 모집했는데, 74세의 이덕상 할아버지가 경력자로 나선 것. 그는 그동안 돌탑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17개의 돌탑을 쌓아 올렸다고. 직접 좋은 돌을 지게에 지고 올라가 망치로 깨고 다듬어 둥그렇게 예쁜 모양을 만든 것이다.

심지어 돌탑 1개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3개월로, 1년간 3개만 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탑 쌓는 재미에 푹 빠져 80세가 되도록 ‘희망 탑’이라는 이름으로 총 17개의 돌탑을 만들게 됐다.

이런 사연이 담긴 돌탑 17개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MZ세대들 사이에서 사진을 꼭 남겨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필자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니 친구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왔냐고 물을 정도로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과거로 시간여행 온 듯…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전에 현존하는 근대 관청 건물 중에서 제일 오래된 옛 충남도청. 충청남도는 공주에서 대전으로 청사를 이전하며 1932년에 지었다. 건물 외벽은 당시 유행하던 밝은 갈색의 스크래치 타일을 사용했으며 1층 내부의 벽면은 요철 모양으로 파내어 장식했다.

기둥과 기단의 각을 곡선으로 처리한 모습이 1937년 지어진 일본의 시즈오카현 청사 본관 외관과 비슷해 1930년대 관공서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일본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떤 일본 기자는 일본에 있는 도청의 건물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현재 이곳은 대전근현대사전시관(대전 중구)으로 탈바꿈했다. 대전의 근현대사를 잘 알 수 있는 전시가 상시로 열리고 있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서 건물 안과 밖을 구경하다 보면 과거로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듯한 옛 건축물이 주는 분위기에 매료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더욱 풍성한 대전 여행을 위해서라면 대전의 역사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한 법. 꼭 한 번 들러 대전의 성장 모습을 한눈에 담아보자.


꿈돌이·한빛탑 아직 그 자리에 엑스포 과학공원

대전은 1993년 엑스포가 열린 도시다. 그 당시 엑스포를 상징하던 마스코트 꿈돌이와 한빛탑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엑스포가 열린 곳은 엑스포 과학공원(대전 유성구)으로 탈바꿈했다. 꿈돌이를 기억하는 관광객은 이곳에서 꿈돌이, 한빛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추억만 있다면 아무래도 볼거리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여행객의 이런 심리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듯 이곳에는 새롭게 재단장한 대전엑스포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찬찬히 둘러보며 1993년에 진행된 엑스포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또 각국에서 개최했던 엑스포의 기념품 및 상징물이 전시된 세계 엑스포 기념박물관에서는 200년간의 엑스포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 엑스포 기념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이국적인 전시물에 세계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밤에는 한빛탑 앞에 펼쳐진 물빛광장 음악 분수가 빛을 발해 장관을 이룬다. 2020년 9월에 재조성된 물빛광장 음악 분수는 야간 특수 조명을 활용해 한빛탑 미디어 파사드(건물의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와 함께 음악분수쇼가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색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익선동 되살린 도시재생 프로젝트 ‘소제동’ 맛집 탐방

KTX 대전역 바로 앞에 있는 소제동은 1940년대부터 철도 관사촌으로 운영됐다. 1970년대부터 쇠퇴하면서 버려진 관사촌이 많아졌는데, 서울 익선동을 새롭게 재탄생 시킨 도시재생 스타트업 익선다다가 대전에 내려와 소제동 재생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다양한 카페, 상점, 레스토랑이 자리잡은 동네로 변모했다. 덕분에 복고열풍을 타고 을씨년스럽던 소제동이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같은 관사촌이었어도 각기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서 소제동 내에 있는 각양각색의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특히 관사촌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레스토랑 파운드는 관사의 옛 모습을 살려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탈리언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식재료를 충청도 지역 기반의 농수산물로 만든다는 것. 요리를 선보이는 동시에 지역 특색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언 메뉴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충청도에서 생산한 식재료로만 요리해서 그런지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파운드에서 선보이는 부여 방울 토마토 소스 가지롤은 꼭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얇게 썬 가지를 돌돌 말고 그 안에 치즈를 넣어 토마토 소스를 끼얹은 요리로 이탈리언 요리 같지만 신선한 부여 방울 토마토의 향이 짙게 배어 있어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맛이 난다.

또 예산 꽈리 고추와 닭을 간장소스에 졸여 밤밥과 함께 내는 요리는 어딘가 모르게 한식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익숙한 간장소스와 밤밥을 곁들여 맛보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부르다. 서산 육쪽마늘의 맛이 짙게 밴 정통 이탈리언 방식으로 조리한 스파게티도 놓칠 수 없는 맛. 파운드에서의 저녁 식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대전의 치앙마이’에서 커피 한 잔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커피숍인 커피 인터뷰(대전 유성구)는 주말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국적인 벽돌 건물에 이색적인 소품과 테이블, 의자가 잘 어우러져 빚어내는 분위기가 태국 치앙마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대전의 치앙마이’로 불린다고 한다. 어느 곳을 가든 초록 물결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카페 인터뷰의 특징. 다양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고 하는 모습의 편안함이 대전이 낯선 여행객에게도 가감 없이 전달된다.

 

필자 김유정은 여행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을 비롯해 여행가이드 북 8권을 썼다.
필자 김유정은 여행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을 비롯해 여행가이드 북 8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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