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리부대 집중탐구

[우리부대 집중탐구] 해군7기동전단 민군협력실 

이원준

입력 2023. 02. 02   17:02
업데이트 2023. 02. 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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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함께 그리는 희망찬 미래

 

결실 맺는 상생 노력
'강정해오름노을길' 조성
제주 올레길 명소 떠올라
매년 호국음악회 등 행사도

 

주민 복지·편의에 최선
수영장·탁구장 등 구비 '김영관센터'
해양정화활동·자연재해 피해복구
거동 불편한 주민 대상 의료지원
농번기 일손돕기·이발 봉사 등 지원

새해 해맞이 행사에 이어
코로나로 막혔던 국내외 크루즈 입항
경제 활성화 최대한 지원

 

해군7기동전단 민군협력실 주관으로 지난달 1일 열린 함상 해맞이 행사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해군7기동전단 민군협력실 주관으로 지난달 1일 열린 함상 해맞이 행사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갈등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상생과 화합’의 씨앗이 흩뿌려지기 마련이다. 지난날 겪은 아픔을 달래고, 희망찬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기 위해서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터를 잡은 해군7기동전단(7전단) 사례도 그중 하나다. 민군복합항 건설 전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었지만, 지금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민군협력실이 있다. 해군 부대 중 유일하게 ‘민군협력’이 들어간 부서. 이번 우리부대 집중탐구 대상은 7전단 민군협력실이다.

이원준 기자/사진=부대 제공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강정항 일대에서 장병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강정항 일대에서 장병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민·군 상생 위해 2017년 창설

7전단이 주둔하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2016년 2월 26일, 민·군 상생이라는 희망의 꿈을 안고 태어났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사업비 1조231억 원을 투입해 제주 강정해안에 군함과 국제 크루즈선이 동시 계류할 수 있는 49만㎡(약 14만8255평) 규모의 민군복합항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이었다. 민군복합항 준공과 함께 제주에 자리 잡은 7전단은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에 매진하는 가운데 지역주민과의 소통·화합에도 집중했다. 민군복합항 유치 및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상생관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민군협력실은 각 부서가 조금씩 나눠 해 오던 소통·화합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제주기지전대에 편성됐다가 2021년부로 7전단 민군협력실로 개편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민군협력팀과 공보협력팀으로 구성됐으며, 6명이 근무 중이다.


민·관·군 협의체 참여하며 소통 앞장

이름처럼 민군협력실은 7전단 대표로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2019년 1월 구성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민·관·군 협의체’다. 이를 통해 강정마을과 제주특별자치도청, 그리고 7전단은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8월 해군본부와 강정마을 사이 상생협약에 따라 결성된 ‘제주민군복합항 민·관·군 상생발전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하며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과제를 추진 중이다.

민·군 상생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민군복합항 서·남 방파제에 조성된 ‘강정해오름노을길’이다. 왕복 3㎞ 산책로인 이 길은 포토존·전망대 등을 갖춰 제주 올레길 7코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민군협력실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매년 민·군 상생 메시지를 담은 호국음악회를 열어 화합의 선율을 선물한다. 지난해 11월에는 민·관·군 어울림의 장을 만들기 위해 ‘상생 친선축구대회’를 최초로 개최했다.

강정노인회를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하는 모습.
강정노인회를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하는 모습.



대민지원도 앞장

민군복합항에는 강정마을 주민과 장병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복합문화시설 ‘김영관센터’가 있다. 센터 다목적코트에서는 농구·배구·배드민턴 등 각종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실내수영장, 탁구장, 독서실, 정보화교육장, 회의실, 다목적홀, 도서관, 체력단련장, 카페 등 다양한 복지·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야외에는 민군복합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종합운동장과 게이트볼장, 공연장이 있다. 민·관·군 상생 친선축구대회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지역주민을 위한 공익적 대민지원 활동도 ‘민군협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7전단은 맑고 깨끗한 제주바다를 지키기 위해 분기별로 해양정화 활동을 한다. 세계 물의 날, 바다의 날에도 환경정화 활동을 펼친다.

태풍·강우·폭설 등 자연재해 피해복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6년에는 태풍 ‘차바’로 피해를 본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 도로 피해복구 및 정화 활동을 지원했다. 지난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해안과 도로 정비에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최근에는 곳곳에 쌓인 ‘눈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제설차량과 장병들을 투입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의료지원 활동 역시 쉼표 없이 이어오고 있다. 의료지원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과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 밖에도 농번기 일손 돕기, 반찬 만들기 봉사 활동, 찾아가는 이발 봉사, 장애인 재활시설 정비 활동 등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장병·군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기꺼이 내놓고 있다.


2023년, 민·군 상생 대도약 ‘원년’

7전단은 2023년을 민·군 상생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 일환으로 새해 첫날부터 해군장병과 제주도민이 함께 일출을 바라보는 함상 해맞이 행사를 마련했다.

아울러 올해는 코로나19로 막혔던 바닷길이 열리면서 민군복합항에 국내외 크루즈 선박이 다수 입항할 예정이다. 이 역시 군사작전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박우주(소령) 민군협력실장은 “국민의 신뢰가 없는 부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지난날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노력하고 있다”며 “상생·협력방안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정예해군 구현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해군7기동전단장 김인호 준장
“보여주기 식 소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노력 다할 것”

 


“민군협력실은 우리 해군 부대 중 유일합니다. 그 자체로 제주민군복합항의 발전과 민·관·군 소통창구로서 대단히 중요한 부서입니다. 우리 부대는 곧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을 앞두고 있는데, 과거 민군복합항 건설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최소화되도록 민군협력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선제적인 민·관·군 소통으로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이바지하도록 지휘할 방침입니다.”

김인호(준장) 7기동전단장과 강정마을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DDG) 율곡이이함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때다. 그는 승조원들과 함께 부대 주변 식당을 자주 찾았다. 한 번은 40명을 이끌고 부대찌개 식당에서 회식을 한 적도 있었다. 7전단장으로 부임한 뒤 다시 찾은 식당. 사장님은 환한 얼굴로 그를 맞아 줬다.

김 전단장이 생각하는 민·군 상생의 출발점은 ‘진정성’이다. 보여 주기식 소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지역주민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군복합항 건설과정에서 있었던 아픔과 갈등이 많이 해소됐지만 완전히 치유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군이 먼저 손을 내밀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합니다.”

김 전단장이 지난 민군협력 업무에서 느낀 또 다른 핵심은 든든한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력자는 관(官)이다. “민·군에 관까지 합심하니 업무 추동력을 많이 얻더군요. 민과 군이 함께 가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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