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전쟁과 영화

20배 병력 상대로 손실 제로 ‘영화 같은 실제 전투’

입력 2023. 02. 01   16:43
업데이트 2023. 02. 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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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콩고 군사작전 실화를 다룬 영화 ‘자도빌 포위작전’. 사진=넷플릭스
1961년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콩고 군사작전 실화를 다룬 영화 ‘자도빌 포위작전’. 사진=넷플릭스

 

전쟁과 영화 - 자도빌 포위작전(2016)
감독: 리치 스미스
출연: 제이미 도넌, 마크 스트롱, 제이슨 오마라

1961년, 콩고 독립 이후 배경
유럽 광산업체들과 결탁한 현지 장군
자원 풍부한 지역을 분리시키려 하자
유엔 평화유지군인 아일랜드군 파견

무기도 식량도 변변치 않은 상황
철두철미한 사령관의 전술 중심으로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전투 치러내


“그 말뚝 위의 검은 얼굴은 눈을 감은 채 말라서 오그라들었고 마치 그 기둥 꼭대기에서 잠이 든 머리처럼 보였지. 입술은 말라서 줄어든 채 하얀 이빨을 좁게 드러내며 미소까지 짓고 있었는데 그건 마치 영원한 잠 속에서 한없이 계속되는 즐거운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한 미소였어.” (『암흑의 핵심』 중, 조셉 콘래드 지음, 민음사 펴냄) 

‘자원의 저주’ 콩고

소설 『암흑의 핵심』에서 콘래드의 분신인 말로가 콩고강을 거슬러 올라가 커츠의 집을 보았을 때,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말라비틀어진 흑인의 머리’다. 커츠는 과학과 진보의 사절을 자처하며 아프리카로 들어왔지만 결국 흑인 두개골로 자기 집을 장식하는 광인으로 변모한 것. 커츠는 위압적이고 흉포한 제국주의 악의 표상이다. 마치 콩고를 잔혹하게 지배한 벨기에처럼 말이다.

콘래드의 이 기이하고 음울한 소설은 작가 자신이 콩고에서 8년 동안 겪은 경험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보다 현실은 더 잔혹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면적으로 세계 11번째로 큰 국가다. 이 넓은 땅에 금과 구리·주석·우라늄·코발트·콜탄 같은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하지만 독립 전엔 벨기에가, 독립 후엔 정부군과 반군이 경쟁적으로 자원을 내다 파느라 콩고인들은 ‘커츠의 집에 장식된 두개골’과 같은 신세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둘러싼 다툼이 재앙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는 1960년 독립 이후 현재까지 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1961년엔 함마르셸드 유엔 사무총장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당시 벨기에는 콩고가 독립하자 반란 세력을 꼬드겨 괴뢰정부를 세우려 했고, 함마르셸드는 콩고의 완전한 독립을 추진 중이었다. 여기에 영국과 프랑스 같은 유럽 식민 모국,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은 콩고를 둘러싼 정치 상황을 꼬이게 했다.

자, 시간을 1961년 9월 13일로 돌려보자. 콩고 내전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함마르셸드는 유엔평화유지군에게 콩고 반군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허용했다. 콩고 수도 킨샤사에 새로 들어선 정부에 맞서 카탕가에서 무장반군이 들고 일어난 상황이었다. 반군은 광산 자본과 유럽 용병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9월 18일 함마르셸드를 태운 비행기가 콩고 수도 킨샤사에서 출발해 북로디지아(현 잠비아)의 은돌라타운 활주로에 접근할 무렵 갑자기 추락했다. 이 사건은 아직도 반군에 의한 격추설, 미국·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보기관과 벨기에 광산업체의 배후설이 난무한 상황이다.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군사작전 실화

영화 ‘자도빌 포위 작전’(2016)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아일랜드군이 함마르셸드 사무총장이 죽기 직전인 1961년 9월 13일부터 9월 17일까지 벌인 전투를 그린다.

유럽 광산업체들과 결탁한 콩고 촘베 장군은 자원이 풍부한 카탕가 지역을 콩고에서 분리·독립시키려 한다. 유엔은 이를 막기 위해 퀸란 소령이 이끄는 아일랜드 알파중대 150명을 카탕가주 자도빌로 파견한다.

문제는 아일랜드가 군사적 중립국인 까닭에 사령관을 포함한 중대원 전원이 전투 경험 없는 ‘초짜’라는 것.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제대로 된 무기와 장비는 물론 식량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콩고에 파견된 유엔 수뇌부에게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평화유지군과는 별개로 작전을 펼치다가 잘못되어 민간인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되레 촘베에게 자도빌을 포위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되는데…. 과연 아일랜드 초짜 병사들은 프랑스·벨기에 용병 3000명을 상대할 수 있을까.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잘못 알려진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실제 전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전투에서 아일랜드군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믿기 힘든 이 결과는 용병들이 숫자만 믿고 막무가내로 쳐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일랜드 사령관의 철두철미한 전술적 행동 덕분이기도 하다. 적재적소 배치, 저격, 후방 타격, 유인 후 대량 살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고무나무에서 고무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
고무나무에서 고무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

 

원주민 착취로 얻은 고무…그들은 ‘눈물 흘리는 나무’라 부른다

 
고무, 그 아픔의 역사

“3, 2, 1, 0” 굉음과 함께 챌린저호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73초 후 하늘 저편에서 섬광이 일자,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챌린저호의 파편들이 떨어져 내렸다. TV로 중계되는 가운데 눈앞에서 우주선이 폭발하고, 7명이나 되는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자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1986년 1월 28일, 세계를 경악시킨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의 비극은 왜 발생한 것일까? 원인은 바로 작은 고무패킹. 로켓 부스터의 압력가스를 막는 데 쓰인 오링(고무패킹)이 발사 당일 추운 날씨에 탄성을 잃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오늘날 고무는 쓰임새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고무줄에서 자전거와 자동차의 바퀴를 거쳐,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 구석구석 안 쓰이는 곳이 없다. 호색가로 알려진 영국 찰스 2세의 근심을 덜기 위해 그의 주치의인 콘돔(Dr. Condom)이 동물 내장으로 콘돔을 만든 지 수백 년 만에 고무는 콘돔을 만드는 혁신적 소재가 됐으니 말이다.

고무가 실생활에 사용된 기간은 200년이 채 안 되지만, 고무의 역사 속에는 현대 산업사회가 이뤄지는 과정들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가 1839년 황을 첨가해 이전보다 튼튼하고 질긴 가황고무를 내놓으면서 고무의 사용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났다. 굿이어는 1855년 세계 최초로 고무 콘돔을 발명해 이를 스스로 증명해낸 바 있다. 1888년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존 보이드 던롭이 튜브형 타이어를 발명해 자전거 보급에 앞장섰고, 1895년 프랑스의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는 자동차 타이어 개선에 전기를 마련했다.

이제 고무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서구 열강들은 식민지 열대우림에서 고무 수액 채취를 확대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 가운데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콩고에서 벌어진 일은 몸서리쳐지는 잔혹성으로 악명을 떨쳤다. 벨기에 레오폴드 2세는 겉으로는 인도주의자인 척했지만 실제로는 식민지에서 최대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해 온갖 악랄한 방법을 동원했다.

사람들을 볼모로 잡고 고무 수액을 가져와야 풀어줬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볼모의 오른손을 잘랐다. 협력하지 않는 마을은 군대를 동원해 몰살시켰다. 콩고는 30년 동안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

고무의 원산지인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고무나무를 ‘카우축(caoutchouc)’이라고 불렀다. ‘눈물 흘리는 나무’라는 뜻이다. 고무의 역사에는 식민지 원주민들의 비탄과 눈물이 배어 있다.

 

<br>필자 김인기 국장은 전자신문인터넷 미디어전략연구소장, 테크플러스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속 IT 교과서』가 있다.

필자 김인기 국장은 전자신문인터넷 미디어전략연구소장, 테크플러스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속 IT 교과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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