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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부담금 크게 늘어 음주운전 사고 땐 쪽박 찬다

입력 2023. 01. 30   16:46
업데이트 2023. 02. 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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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이슈 - 개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주목

 
가해 운전자 부담 확 늘린 법 시행
종전엔 사고 1건당 대인 1000만 원서
피해자 1명당 1억5000만 원으로 상향

 
보험사서 사고처리 후 운전자에 구상
사망사고 땐 수억 원 물어줘야 할수도

 

 

# 2021년 9월 새벽 A(34)씨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 오토바이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보험사가 유족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2억7000만 원이었지만 A씨가 낸 비용은 고작 3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해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대마초를 피운 뒤 환각상태로 포르쉐 차량을 운전한 B(45)씨는 7중 추돌 사고를 내고도 사고처리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9명에게 지급된 보험금 8억1000만 원은 모두 보험사에서 부담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명심해야 할 점은 음주운전 사고를 낸 이들은 각자의 자동차보험 갱신 상황에 따라 사실상 보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해 운전자 부담을 ‘확’ 올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신규 가입 또는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에 적용되는데 아직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아 소개합니다.


보험 신규 가입이나 갱신 계약에 적용

자배법은 마약, 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시 운전자가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사고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고부담금이란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한도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자배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의무보험으로 보장하던 보험금 전액을 개인의 사고부담금으로 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자동차보험은 예외 없이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과 희망자만 가입하는 ‘임의보험’으로 나뉩니다. 의무보험은 종전까지 사고 1건당 대인은 1000만 원, 대물은 500만 원까지만 개인이 사고부담금으로 물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개인 사고부담금이 대인 1억5000만 원, 대물 2000만 원까지 상향됐습니다. 의무보험 보장 한도까지 인상된 것입니다.

특히, 기존의 사고당 부담금이 아닌 사망자와 부상자 수에 따라 각각 부담금을 내도록 해 가해자의 사고부담금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실상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제는 음주 사망사고 등을 내면 사고 보상금으로만 수억 원을 보험사에 물어줘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형사 합의금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사고부담금이 ‘껑충’ 뛰는 걸까요. 피해자 보험금 지급은 종전과 동일하게 보험사에서 일괄 처리하지만, 사고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사가 운전자(피보험자)에게 구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보겠습니다. 음주운전을 하던 홍길동 씨가 갓길에 주차된 외제차를 들이받아, 동승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은 전신마비(부상1급)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기에 8000만 원의 차량 피해가 발생해도 종전 홍씨의 사고부담금은 최대 1억6500만 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제도 변경 후 홍씨가 부담할 돈은 6억5000만 원으로 껑충 뜁니다. 이는 보험사가 사망자에게 각각 3억 원, 부상자에게 2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자동차 대물 피해액 8000만 원까지 총 8억8000만원 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음주운전으로 4명이 사망하고 1명 중상, 상대방 차량 피해 7000만 원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보험사는 종전에는 15억5000만 원 가량 사고 보상을 하고 가해자에게 1억6500만 원의 사고부담금을 지웠으나 이제는 사고부담금이 8억 원으로 급증합니다.

더욱이 음주운전 등 중과실은 형사 처벌을 받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형사 합의금을 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고부담금과 별개로 가해자가 더 많은 돈을 물어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차량 동승자 사고보험금 최대 40% 감액

간혹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하는 친구나 동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러다 사고가 나면 음주운전을 미리 말리지 않은 책임을 물어 동승자가 받을 사고보험금이 최대 40% 감액됩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음주, 마약, 약물, 무면허, 뺑소니 운전은 고의성이 높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사고 시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에 운전자의 경제적 책임을 강화해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자배법 개정으로 전반적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근 국회 김회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2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 수는 16만2102명에 달했습니다. 이중 74%는 음주운전 적발 후 10년 안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김 의원은 “상습 음주운전자 중 74%가 10년 이내 재범을 저지르는 만큼 10년의 기간을 특정해 이들에게 더 강한 처벌을 부여하는 개정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조속히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통행 가능하다면 면허 취소 처분도 가능

 
아파트 단지 내 음주운전 처벌 

누구나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하다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라도 음주운전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최근 제주지법 행정1부(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C씨가 제주경찰청을 상대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무효화해 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앞서 C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음주상태로 제주 서귀포시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약 20m를 주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당시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5%로 조사됐습니다.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면허 취소에 해당합니다. 같은 달 29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C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1월 10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씨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출입구에 차단기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에 경비실이 있다. 기본적으로 아파트 주민 차량으로 등록된 차량만 통행할 수 있어 공개된 장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 주민 또는 그들과 관련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면허 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 등에 대해 형사처벌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행정처분에 대한 예외는 빠져있어 이를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행정처분은 할 수 없다는 것이 C씨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에도 경찰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단지 내 도로는 외부도로와 직접 연결돼 있고 아파트 단지 내를 관통하는 도로”라며 “왕복 2차로의 도로 중앙에는 황색 실선이, 갓길에는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 경비실 직원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지난해 1월 12일께 담당 경찰관에게 ‘현재까지 통제를 하지 않고 있어 외부차량의 출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점도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외부차량이 별다른 통제 없이 단지 내로 진입해 도로를 통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필자 류영상은 매경닷컴 기자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을 비롯해 은행, 보험, 카드사와 같은 금융권 현장 소식과 재테크와 관련한 기사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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