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음 채울 여백 속으로…아스라이 겨울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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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의 도시’ 청풍호라 불리는 충주호
물 위서 호젓하게 즐기고 싶다면 유람선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싶다면 케이블카
‘제천 10경’ 첫 번째로 꼽히는 의림지
합격 빌러 온다는 교동민화마을 가볼 만
한약재 넣은 떡갈비·빨간 어묵 ‘먹는 재미’도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자주 오고 있다. 어른이 되면 눈 오는 게 반갑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새하얀 눈 덮인 절경을 볼 때 여전히 마음이 설레는 걸 보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걸까. 신나는 마음을 안고 겨울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제천으로 함께 떠나자. 사진=제천시
청풍호=사실 포털 사이트 지도에서 청풍호를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청풍호는 사실상 충주호를 제천에서만 부르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공식 명칭은 충주댐을 막아서 인공적으로 생긴 호수이니 충주호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충주시의 입장이지만,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제일 많은 제천 입장에서는 청풍명월의 도시이기에 청풍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여 년간 이 명칭으로 옥신각신하고 있지만 공식 명칭은 사실상 충주호이긴 하다. 하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제천에 왔으니 청풍호라고 부르자.
면적 67.5㎢인 청풍호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청풍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청풍호 유람선을 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우선 청풍호 유람선를 타면 청풍호의 물살을 가르며 제천의 명소인 옥순봉, 구담봉, 월악산, 금수산의 기암절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추운 겨울이지만 매서운 바람을 무릅쓰고 유람선을 타는 이유다. 겨울의 설경이 곧 절경과 만나니 추운 것도 잊을 만큼 눈이 즐겁다. 해가 짧은 겨울이라서 해질 무렵에 유람선을 타기보다는 오전이나 점심 즈음에 타는 것을 추천한다.
절경을 감상하는 그 다음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 하늘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절경을 보기 위해서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만 한 것이 없다. 청풍호는 물론 제천을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물태리에서 시작해 비봉산 정상까지 2.3㎞ 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는 광경도 아름다워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케이블카 정상인 비봉산은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청풍호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청풍호 중앙에 있어 정상에서는 청풍호의 360도 파노라마 뷰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만큼 마치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정상에 곳곳마다 자리한 포토존은 프로필 사진을 바꾸게 할 멋진 사진을 선사한다. 또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역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다.
의림지=제천에서 꼭 봐야 할 10가지 절경이라는 제천 10경이 있다. 1경 의림지, 2경 박달재, 3경 월악산, 4경 청풍문화재단지, 5경 금수산, 6경 용하구곡, 7경 송계계곡, 8경 옥순봉, 9경 탁사정, 그리고 10경은 배론성지다. 제천을 여행할 거라면 10경 모두 들르면 좋겠지만 1경 의림지는 꼭 방문하자.
눈 덮인 모습이 특히나 멋있는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지어진 저수지로 원래는 임지라고 불렸다. 고려 성종 시절에 군현의 명칭을 바꿀 때 제천을 의원현 또는 의천이라고 불렀는데 첫 글자인 ‘의’를 따서 의림지로 이름이 변경됐다.
지금은 저수지의 역할보다는 관광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영호정과 경호루 그리고 수 백 년간 자리를 지킨 소나무와 수양버들의 경관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나무 데크로 잘 꾸며져 있는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어 가족여행지로도 제격이다. 휴가에 제천 의림지로 가족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가족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제천 1경 의림지에 들렀다면 특별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도 준비돼 있다. 겨울에만 잡히는 빙어를 맛볼 수 있는데, 회나 튀김 모두 맛있으니 취향에 따라 먹어보자.
교동민화마을=전국적으로 벽화마을이 곳곳에 있어 제천 벽화마을이 뭐 그렇게 특별한 점이 있을까 싶을 수도 있다. 제천에 위치한 교동민화마을은 민화가 100여 점 그려져 있다는 것이 다른 벽화마을과의 차이점이기도 하지만 벽화의 주제가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합격이나 출세를 원하는 사람들이 뜻을 이루기를 함께 바라는 마음에서 그려진 벽화라는 것 때문에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는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단층으로 이뤄진 벽에 호랑이나 사슴 등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교동 일대의 담장에 민화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동민화마을에는 학업성취길, 장생길, 출세길, 장원 급제길 등 다양한 테마의 민화가 그려져 있으니 원하는 곳으로 향해 그 길을 걸으며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
또 마을 안에는 공방촌이 마련돼 있어 직접 민화를 그려볼 수 있다. 부채나 액자, 병풍 등에 민화를 직접 그려보자.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민화를 그리고, 그 위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칠하면 어느새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
식도락=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 즉 한약재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산지 도시로 풍부한 한약재를 보유하고 있는 제천은 다양한 한약재를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 ‘약채락’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엄선한 17개의 식당에 약채락 브랜드를 입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선보인다.
약채락 식당은 황기로 만든 약 간장, 당귀로 만든 약 고추장, 양채로 만든 약초 페스토, 뽕잎으로 만든 약초 소금 4대 약념을 활용해 떡갈비, 버섯불고기, 더덕구이 한정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특히 청풍호반 케이블카 옆에 위치한 약채락 성현 한정식은 약선 튀김은 물론 샐러드, 더덕, 약선 떡갈비 등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세트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약채락 음식을 한 번에 먹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케이블카를 타고난 후에 이곳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제천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은 약채락뿐만 아니다. 약채락만큼 유명한 음식은 바로 제천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빨간 어묵(사실 ‘빨간 오뎅’이라고 더 많이 부른다)이다. 빨간 국물에 담겨있는 어묵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매워 보이는데, 색깔만큼 그렇게 맵지 않다. 매운 걸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게 매운맛이다.
또 꼭 들러야 할 곳은 덩실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오로지 찹쌀떡만 파는 곳이다. 오후 늦게 가면 품절될 만큼 인기가 많다. 부드러운 식감에 달지 않고 촉촉한 팥소가 일품인 찹쌀떡이 제천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약채락도, 매운 어묵도, 찹쌀떡도 다 먹고 싶은 욕심쟁이 여행객을 위한 특별한 투어도 마련돼 있다. 바로 가스트로(Gastro) 투어. 도보로 걸을 수 있는 거리의 식당을 들르면서 조금씩 다양하게 맛보며 여행하는 미식여행을 의미한다. 제천 가스트로 투어에 참여하면 약채락 식당은 물론 빨간 어묵, 덩실 분식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코스로 안내해 준다. 코스에 따라 제천 수제 맥주인 솔티 맥주까지 맛볼 수 있으니 원하는 코스로 선택해 마음껏 제천 식도락을 즐겨보자.
필자 김유정은 여행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을 비롯해 여행가이드 북 8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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