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해군 새해 첫 해상기동훈련 현장을 가다

이원준

입력 2023. 01. 05   17:38
업데이트 2023. 01. 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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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박살 낸다”
태양처럼 뜨거웠던 필승 의지를 보다

을지문덕함·2500톤급 호위함 등 참가 
작전 지휘 전투정보실엔 무거운 긴장감
와일드캣 작전헬기 자로 잰 듯 착함 성공
전투명령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이동
127㎜ 함포 굉음 내며 메케한 연기 뿜어

 

4일 서해에서 전개된 해군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을지문덕함이 가상의 적 함정을 조준해 127㎜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붉은 노을 사이로 유도탄고속함과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가 보인다.
4일 서해에서 전개된 해군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을지문덕함이 가상의 적 함정을 조준해 127㎜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붉은 노을 사이로 유도탄고속함과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가 보인다.

 

P-3C 해상초계기에 탑승한 이종호(맨 오른쪽) 해군참모총장이 상공에서 해상기동훈련을 현장지도하고 있다. 해군 제공
P-3C 해상초계기에 탑승한 이종호(맨 오른쪽) 해군참모총장이 상공에서 해상기동훈련을 현장지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착함을 위해 을지문덕함 함미 갑판에 접근하고 있는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착함을 위해 을지문덕함 함미 갑판에 접근하고 있는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새해의 설렘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4일. 해군의 올해 첫 전대급 해상기동훈련을 취재하기 위해 평택 군항에서 3200톤급 구축함(DDH-Ⅰ) 을지문덕함에 올랐다. 해군2함대는 이날 태안반도 서방 약 80㎞ 해상에서 전술기동과 함포 사격훈련을 벌였다. 1·3함대도 동해와 흑산도 인근 해상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펼쳤다. 바다 위에서 만난 장병들의 얼굴에는 서해 수호를 위한 필승의 전투 의지가 엿보였다. 글=이원준/사진=양동욱·김병문 기자 


협수로 벗어나 훈련 구역으로 항진

“출항~!” 힘찬 구령에 맞춰 거대한 함정이 홋줄을 걷고 부두를 이탈했다. 을지문덕함은 좁은 평택 앞바다를 저속으로, 조심스럽게 빠져나갔다. 협수로(항로 또는 수로의 폭이 좁은 곳)를 벗어난 을지문덕함은 훈련 구역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2500톤급 호위함(FFG-Ⅰ) 경기함과 450톤급 유도탄고속함(PKG) 홍시욱함, 신형 고속정(PKMR) 221호정도 뒤를 따랐다.

출항 직후 을지문덕함 함교에 오르니 김국환(대령) 함장이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김 함장은 주요 장비와 임무를 소개하고, 함교 옆 윙브리지에서 해상 상황을 주시하는 견시요원들을 가리켰다. 그는 “함내는 괜찮지만 바깥에 있으면 방한장비를 착용해도 바닷바람이 뚫고 들어온다”며 “추운 겨울, 혹한의 날씨에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견시요원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전투정보실(CCC). 이곳은 레이다·통신·전자전 장비 등이 수집한 모든 정보가 모이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함정의 ‘두뇌’다. 지휘관은 전투정보실에서 주요 정보를 확인하고, 대함·대잠·대공 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새해 첫 훈련인 만큼 전투정보실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장병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부여된 임무를 수행했다.


헬기 이·착함, 함포 사격 물 흐르듯

“헬기 착함 15분 전!”

함내 방송이 오후의 정적을 깼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방송이다. 격납고와 함미 갑판에서는 이·착함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헬기를 맞을 준비를 했다. 을지문덕함에 착함하는 항공기는 와일드캣(AW-159) 해상작전헬기. 이·착함은 육지에서 이뤄지는 이착륙보다 고도의 조종술을 요구한다. 거센 바닷바람을 뚫고, 흔들리는 함정에 정확히 ‘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와일드캣이 함정 후미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이어 좌현에서 함정과 속도를 맞춘 뒤 오른쪽으로 살짝 이동해 갑판 위에 정렬했다. 그리고 자로 잰 듯 착함에 성공.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이·착함 과정을 보면서 훈련한 대로 움직이는 2함대 장병들의 수준 높은 임무 수행 능력을 체감했다.

마지막 순서는 가상의 적 함정과 항공기를 겨냥한 함포 사격훈련.

“총원 전투배치! 훈련!”

전투배치 명령이 하달되자 승조원들은 함교·전투정보실 등 각자의 위치로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대함사격은 8000야드(약 7.3㎞) 거리 표적을 조준했다.

“쾅!” 127㎜ 함포가 굉음을 내며 메케한 연기를 뿜었다. 이와 동시에 을지문덕함과 나란히 기동하던 경기함·홍시욱함·고속정도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대공사격은 표적예인기 카라반(CARV-Ⅱ)이 끄는 표적을 타격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을지문덕함을 비롯한 함정들은 9000피트(약 2.74㎞ ) 상공에서 접근해오는 표적을 향해 또다시 포문을 열었다. 2함대 함정들이 대함·대공사격에서 발사한 함포는 총 32발. 싸우면 승리하는 필승함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장병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적 수장시킬 수 있도록 일전 준비”

사격이 끝나자 하늘에서 교신이 왔다. P-3C 해상초계기에 탑승해 훈련을 지도하던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었다. 이 참모총장은 훈련 지휘관에게 “평상시 실전적인 훈련으로 행동화해야 하고, 정신무장을 강화해 승리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훈련하고 무사히 복귀해달라”고 당부했다.

출항 때부터 7시간 넘게 이어진 해상기동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군항으로 복귀하는 길. 을지문덕함 내에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국환 함장이 부대원들에게 전달하는 격려 메시지였다. “필승의지 고양을 위한 해상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여러분들의 노고를 높이 치하합니다. 오늘의 소중한 경험을 잊지 말고,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수장시킬 수 있도록 일전을 준비합시다. 필승함대 2함대! 싸우면 박살 낸다! 이상 함장.”

글=  이원준 기자 < wonjun44 >
사진=  양동욱 기자 < dwyang >
사진=  김병문 기자 < dada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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