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한글 새겨진 대한민국 최초 자동권총

입력 2022. 12. 27   16:44
업데이트 2022. 12. 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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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70 <끝>광복식 권총


우리 손으로, 우리 강철 이용해 1950년 제작
생산량 극히 적어 온전히 남은 국산총 2정뿐
GBLS 콜트 현존하는 가장 잘 구현된 모형총
사이즈·무게·재질 동일해 실총인 듯 실감나

 

필자가 국산 모형 총기 제작사인 GBLS의 최신 발매품인 전체 강철 가스블로우백 콜트 권총을 개조해서 재현한 ‘광복식’ 권총. 슬라이드 좌측에 ‘광복식’이라는 한글이 눈에 띈다.
필자가 국산 모형 총기 제작사인 GBLS의 최신 발매품인 전체 강철 가스블로우백 콜트 권총을 개조해서 재현한 ‘광복식’ 권총. 슬라이드 좌측에 ‘광복식’이라는 한글이 눈에 띈다.
광복식 권총은 오리지널 콜트와 비교했을 때 슬라이드 멈치의 형상과 초기형 가늠쇠, 목재그립, 후기형 스<br>프링 가이드, 날이선 부싱과 독자적인 형태의 해머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광복식 권총은 오리지널 콜트와 비교했을 때 슬라이드 멈치의 형상과 초기형 가늠쇠, 목재그립, 후기형 스
프링 가이드, 날이선 부싱과 독자적인 형태의 해머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연재의 마지막 총은 이미 소개한 적이 있지만 그래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또 이번에 새로 국내에서 발매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45구경 자동권총의 영원한 큰형님 ‘콜트(Colt) 자동권총’입니다. “아니, 또 콜트야?”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것은 연재 마지막에 소개할 만큼 아주 특별한 콜트입니다. 지난 회차에 다룬 대한식 소총에 이어 이번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만든 자동권총, 바로 ‘광복식 권총’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생산 자동권총

광복식 권총은 물론 진짜 콜트 권총의 복제일 뿐이지만 그래도 우리 손으로, 우리의 강철을 이용해 만든 최초의 자동권총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GBLS에서 발매된 전체 강철 M1911과 나름의 인연도 있습니다.

1950년 부산의 국군 제1조병창에서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국산 자동권총은 1951년 말에 화재로 사라져버린 조병창의 이력으로 볼 때 불과 1년 정도 생산돼 그 생산량이 극히 적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육군박물관과 전쟁기념관을 합쳐 4정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그중에서 육군박물관의 모델을 실측할 기회를 얻어 모형 총기로 재현하게 됐습니다.

남아 있는 총이 4정이지만, 그들 중 2정만이 온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기념관에 소장된 3정 중 2정은 미국제 콜트와 부품이 섞여 조립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육군박물관의 1정, 그리고 전쟁기념관의 1정, 이렇게 2정이 온전한 국산 총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형은 콜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비교적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고 투박한 것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라이드와 리시버에 새겨진 한글이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합니다. 슬라이드 좌측면에는 ‘ㄱㅗㅏㅇㅂㅗㄱㅅㅣㄱ(광복식)’이라고 자음과 모음 나열식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리시버 우측에는 ‘ㅂㅜㅈㅣㄴㅈㅐ(부진재)’가 새겨져 있습니다. ‘대한식 소총’과 ‘광복식 권총’이라니, 정말 멋진 이름 아닙니까?

이중 ‘부진재’라는 각인은 전쟁기념관의 3정에는 ‘부진제’로 적혀있고 육군박물관의 것에는 ‘부진재’라고 다르게 새겨져 있어 좀 미스터리 합니다. ‘부진재’는 ‘부산진제철소’에서 생산된 철로 ‘부산 제1조병창’에서 제작해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산 모형 콜트의 결정판으로 재현

그러고 보면 국산 에어소프트 제조사인 GBLS도, 우리 군의 제식소총을 생산하는 SNT도 부산에 있다는 것이 우연만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부산에서 생산된 광복식 권총을 70년의 세월을 넘어 부산의 에어소프트건 회사가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콜트 권총을 광복식으로 커스텀하는 것은 필자의 중요한 숙원이었는데, 마침 마지막 연재를 2주 앞둔 시점에 제품이 발매됐으니 이 또한 무슨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GBLS에서 발매된 콜트는 현존하는 가장 잘 구현된 모형총이라 하고 싶습니다. 그간 콜트의 모든 고가 제품이 일본 마루이에서 발매한, 고증에 맞지 않는 가녀린 콜트에 맞춰 나와 늘 필자 눈에 들지 않았으나 이번 국산 제품의 외형은 가히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총 도면을 최대한 활용한 정확한 외형 사이즈와 강철 재질 덕분에 손에 들었을 때의 질감이나 냄새마저 실총인 듯 실감납니다. 게다가 무게도 실총과 같은 930g을 구현하고, 탄창의 외피마저 강철이어서 지금까지 발매된 어떤 콜트권총보다 재현도 면에선 우월함을 보입니다.

필자의 광복식 구현을 위해 GBLS 본사에서 몇 가지 가공전 부속을 제공해줘 그걸 직접 갈고 다듬어 실총의 투박함을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고 박물관 소장품처럼 심하게 낡은 정도는 아닙니다. 거칠게 사용되던, 그러나 아직은 좀 살아 있는 듯한 현역의 모습으로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재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습니다.


마치며

어느새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연재 마지막인 70화를 맞았습니다. 필자의 세련되지 못한 글을 읽어 주시고, 응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처음에는 6개월 연재로 기획하고 시작했던 여정이 연장돼 그보다 세 배 더 긴 시간을 보내오면서, 소개하고 싶은 총 이야기는 원 없이 한 것 같습니다. 한정된 지면이었고 늘 쫓기듯 글을 써왔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계기였습니다. 국방일보 측과 도움을 주신 담당 기자님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매회 오탈자를 정리해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약 5년간 나름대로 모형 총기를 소개하면서 건전한 취미로 인정받을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응원하고 지지해 주시는 많은 분들 덕에 이렇게 연재를 이어온 것 같습니다.
모형 총기 커스텀을 하면서 지금까지 ‘안중근 의사’의 FN M1900, ‘김상옥 의사’의 S&W 38DA, ‘홍범도 장군’의 마우저, 우리나라 최초의 소총 ‘대한식’, 그리고 국산 콜트 ‘광복식’까지 염원하던 우리 역사의 총들은 모두 구현하고 소장하게 됐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필자의 개인 갤러리에 이들 총기가 모두 전시돼 있으니 국방일보 독자분들은 언제든 편하게 방문하셔서 소장품을 감상해 주시고,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습니다. 사진=필자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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