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성탄절 수업…놀고 즐기며 공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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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속에서 영어 교육은 자녀를 둔 군인에게도 큰 고민거리다. 하지만 격오지 근무가 흔한 군 자녀들에게 원어민 영어학원 등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군인 학부모의 한숨을 들은 걸까? 전교생 중 군 자녀가 70%에 달하는 최전방의 초등학교에 ‘특별한 원어민 선생님’이 등장했다. 미2보병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들의 ‘스페셜한’ 영어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글=김해령 기자/사진=부대 제공
휴일 등에 활용 가능한 생활영어 소개
“아이 엠 고잉 투 메이크 애플 사이다 온 크리스마스(I am going to make apple cider on Christmas). 왓 트레디션스 더즈 유어 패밀리 두 듀링 더 홀리데이?(What traditions does your familly do during the hollidays?)”
“미국에선 크리스마스 때 애플 사이다를 만들어서 마신대요. 여러분 가족은 크리스마스 때 어떻게 지낼 예정이에요?”
연일 이어지던 추위가 잠시 누그러진 20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마지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는 영어 수업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인 3명으로 이뤄진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닷새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단어·문장 만들기를 가르쳤다.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운 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주시했다. 선생님들의 특이한 복장도 눈길을 끌었다. 황토색과 국방색 디지털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군인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한미 장병들은 친근감을 더하고,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산타클로스와 요정 분장을 했다.
수업은 미군이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휴일에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생활영어를 알려주면, 한국군이 한국말로 학생들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수업에서 미2사단·연합사단 알렉산더 유 육군대위가 “왓 디쥬 두 라스트 크리스마스?(What did you do last Christmas?)”라고 학생들에게 묻자, 한국군 계현수 육군대위는 “우리 산타클로스가 여러분 작년 크리스마스 때 무슨 경험을 했었는지 궁금하다네요. 누구 자신 있게 말해볼 사람?”이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저요!” 자신 있게 손을 든 김나윤 학생은 “저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울었어요. 트리 밑에 선물이 없어 동생과 슬퍼했는데, 알고 보니 방 안에 선물이 있었어요. 그때 울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못 받지 않을까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에 계 대위는 “아니어요.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아서 운 게 아니니깐 선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럴 때는 영어로 ‘아이 크라이드 라스트 크리스마스.(I cried last Christmas.)’라고 하면 돼요”라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군 자녀 원어민 교육 경험 위해 추진
미2사단·연합사단 간부와 카투사(KATUSA) 병사 12명은 이날 마지초 전교생 186명을 대상으로 생활영어 교실을 열었다. 수업은 오전 9시부터 각 반별로 1시간씩, 11개 반 모두가 원어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수업마다 영어가 능통한 한국군과 카투사,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 간부 등 3명이 들어갔다.
수업은 원어민 영어 수업을 받을 기회가 적은 격오지 군 자녀들을 위해 추진됐다. 마지초는 전교생 중 군 자녀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인근에 육군25보병사단 등 부대가 다수 자리 잡고, 관사도 마지초와 거의 붙어 있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미군이 신기한 듯 질문을 쏟아냈다. 4학년 2반 수업에서 최건 학생은 “미국에서는 이병을 어떻게 불러요?” “저 계급장은 처음 보는데, 뭔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임현우 육군대위는 “이병은 PV2(Private E-2)라고 불러요. 저는 한국군 대위로 다이아몬드 3개 계급장을 달고 있는데, 미국 계급장을 달면 이렇게 작대기 2개를 달아요”라고 답변했다.
지역 주민과 소통·화합하는 시간 돼
영어교실은 미2사단·연합사단이 주로 활동하는 경기 북부지역 주민과 유대감 형성의 목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어교실은 가족 없이 이국땅에서 혼자 지내는 미군 장병들이 지역 주민과 소통·화합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단은 이번 봉사를 주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파주시교육지원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알렉산더 유 대위는 “크리스마스는 미국에서 소중한 명절이다. 중요한 날인 만큼 이웃들에게 행복하고 유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문화의 장벽을 허무는 다양한 활동으로 한미동맹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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