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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군사상식] 우리는 왜 혹한기 훈련을 할까요?

맹수열

입력 2022. 12. 16   17:31
업데이트 2022. 12.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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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전투 대비…극한(極寒) 극복 전투역량 강화
육군, 군단 예하 사·여단급 단위 전개
각 부대 제대·기능별 맞춤 훈련 실시
해군, 겨울바다 함정 임무 수행 초점
해병대, 설한지·설상기동 ‘구슬땀’
공군, 전투기 운용 중심 적 공격 대응


육군 각 부대는 부대별 임무·특성에 맞는 혹한기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육군3보병사단 맹호여단 K1E1 전차가 지난 15일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제병협동 사격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이경원 기자
육군 각 부대는 부대별 임무·특성에 맞는 혹한기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육군3보병사단 맹호여단 K1E1 전차가 지난 15일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제병협동 사격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이경원 기자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대대 장병들이 지난 14일 혹한기 훈련의 하나로 진행된 중대급 쌍방훈련에서 작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경원 기자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대대 장병들이 지난 14일 혹한기 훈련의 하나로 진행된 중대급 쌍방훈련에서 작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경원 기자

우리 장병들은 복무하는 동안 많은 훈련을 소화합니다. 그런데 훈련을 하면서 ‘왜 이런 훈련을 할까?’라는 질문을 하기란 쉽지 않죠.

며칠 전부터 엄청난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장병들에게 추위는 ‘혹한기 훈련’의 계절이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에 육군5군단 예하 부대들이 강도 높은 혹한기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죠. 앞으로 많은 부대가 혹한기 훈련에 돌입할 텐데요. 이쯤에서 서두에 던진 질문을 상기시켜 봅시다. 우리는 도대체 왜 맹추위에 밖으로 나가 혹한기 훈련을 할까요? 혹한기 훈련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적극적으로 혹한기 훈련을 하는 육군의 설명을 토대로 궁금증을 풀어 보겠습니다.

6·25전쟁의 대표적인 전투로 꼽히는 장진호전투는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추위 속에서 벌어진 격전이었습니다. “땅이 바위처럼 얼어붙어 폭약을 터뜨려 참호를 팠다” 등의 참전용사 증언은 당시 전장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보여 주는데요.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유사시 장진호전투처럼 한겨울에도 전투를 해야 합니다. 특히 육로를 따라 이동하며 진지를 구축하는 육군으로서는 혹한을 이겨 낼 수 있는 전투역량을 키우는 게 너무나 중요하죠. 이것이 우리가 혹한기 훈련을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혹한기 훈련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흔히 야산에 땅을 파고 진지를 구축한 뒤 숙영하는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개인 임무만 보자면 이처럼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복잡한 훈련들이 펼쳐집니다. 먼저 최전방을 수호하는 육군 군단들의 혹한기 훈련 내용을 살펴볼까요?

혹한기 훈련은 군단 예하 사·여단급 단위로 전개합니다. 각 부대는 제대·기능별 맞춤 훈련을 하죠. 보병사단은 겨울철 악조건을 극복하며 거점·작계지역에서 개인·부대 단위 전투기량을 배양하기 위한 훈련을 합니다. 혹한기를 상징하는 행군과 숙영지 구축은 이런 전술훈련의 한 장면이죠. 각 사단은 동계 전시 작전계획 수행능력을 검증·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포병여단은 주야간 진지 변환, 전개, 상황조치, 표적처리와 연계한 전술적 사격, 탄약 재보급, 긴급정비 등 화력전투태세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갑여단의 경우 전술기동, 전차포 사격, 유류·탄약 추진 보급처럼 부대가 운용하는 궤도장비와 연계한 훈련을 합니다. 공병여단은 사단·기동부대와 연계해 문·부교 구축, 장애물 운용, 기동·대기동·생존지원 등 다양한 훈련을 하죠. 이 밖에도 산업동원물자를 인수하고, 대량 유류를 추진하는 군수지원여단처럼 각 부대는 전시 수행해야 하는 임무에 따라 ‘맞춤형 훈련’을 합니다.

후방에 위치한 2작전사령부(2작전사) 예하 부대들도 혹한기 훈련을 할까요? 물론입니다. 다만 훈련 내용이 전방 군단 예하 부대와 차이가 있을 뿐이죠.

2작전사는 영호남·충청지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바로 ‘해안’을 끼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죠. 따라서 작전지역에 해안을 포함하는 부대는 해안 경비에 많은 힘을 기울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부산·대전·대구·광주 같은 대도시가 많다는 점입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대도시는 항상 테러 위협에 노출되죠. 이곳을 지키는 부대는 대테러 훈련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2작전사 예하 부대들의 혹한기 훈련은 이런 특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안선을 중심으로 적의 침투를 막는 대침투 훈련을 하거나 도시지역 대테러 훈련이 중심이 되죠. 부대 증편과 중요시설·병참선 방호 훈련 등 전면전을 대비한 형태별 후방지역 작전도 실시합니다.

이렇듯 혹한기 훈련의 양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저 땅을 파고 텐트를 치는 것이 혹한기 훈련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지금까지 육군의 관점에서 혹한기 훈련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해·공군, 해병대는 혹한기 훈련이 없을까요?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념이 다를 뿐입니다.

이유는 각 군의 작전환경에서 찾아봐야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해군은 함정, 공군은 전투기 운용을 중심으로 작전을 수행합니다. 지상을 기반으로 병력이 이동해야 하는 육군과 개념이 다르죠. 대신 해·공군은 겨울 바다·공중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도록 전투기술을 연마합니다. 또 기지를 중심으로 적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동계 훈련을 하죠. 미사일방어 임무가 있는 공군 부대들은 진지 이동 등 육군의 혹한기 훈련과 유사한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 해군특수전전단 특전전대(UDT/SEAL)·해난구조전대(SSU), 공군 항공구조사 같은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도 각자 임무에 맞는 동계 훈련을 합니다.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강원도 평창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열린 동계 설한지 훈련에서 스키를 활용해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강원도 평창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열린 동계 설한지 훈련에서 스키를 활용해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해병대는 어떨까요? 해병대에는 ‘혹한기 훈련’이란 명칭은 없습니다. 다만 동계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훈련을 합니다. 강도 높기로 소문난 수색대대의 동계 설한지 훈련이 대표적입니다. 훈련에 참가하는 해병대원들은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에 있는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설상기동훈련, 전투기술 숙달훈련, 연합 전술훈련 등을 합니다. 다른 부대들 역시 임무·특성에 맞춰 겨울철에도 끊임없이 임무 수행능력을 갈고닦습니다.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이경원 기자 <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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