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넘어 전우애로…그 어떤 장벽도 함께 넘는다
‘연습은 실전같이, 실전은 연습같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문구다. 이는 긴장하고 집중한 상태에서 훈련을 거듭하면 실전에서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실제 전장과 같은 환경에서 한미 장병이 구슬땀을 흘렸다.
미 공군 51경비대대와 손발을 맞춘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멧돼지대대의 긴박한 전투준비태세(CRC) 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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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호흡 위한 일주일의 노력
지난 18일 새벽,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경기도 오산시 공군비행장에 한미 장병들이 모였다. CRC 훈련의 최종 야외기동훈련(FTX)을 앞둔 미 공군 51경비대대와 특전사 귀성부대 멧돼지대대 장병들이다. 미군이 매달 전개하는 CRC 훈련에 특전사 대원들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것이다.
한미 장병들은 지난 14일부터 각종 훈련을 소화하며 이날을 준비해왔다. 이들은 전술기동부터 통신장비 활용, 전투부상자처치(TCCC), 폭발물 처리(EOD) 등 각종 상황별 훈련으로 손발을 맞췄다. 멧돼지대대는 이번 훈련에 대대 특급전사로 선발된 이들 가운데 주특기·개인화기 성적 상위 6명을 투입했다. 마지막 훈련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던 김경민 중사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미군의 배려로 쉽게 적응하고, 같이 몸을 쓰는 훈련을 거듭하며 친해졌다”며 “마지막 과정까지 잘 해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훈련장으로 이동하기 전 브리핑이 열렸다. 이전까지 가벼운 분위기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두 나라 장병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스크린에 표시된 최종 목표는 ‘전투력 향상을 위한 안전지대 환경 형성’이었다. 특전사 장병들에겐 대항군을 제압하고, 일대를 방호하면서 전투력을 유지하라는 내용이 전달됐다.
대항군 공세 맞서 치열한 총격전
첫 상황은 전술기동과 TCCC. 이동 중 적과 마주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사상자 처리까지 수행해야 하는 임무다. 줄지어 이동하던 한미 장병들 사이로 ‘휘이잉’ 소리가 들렸다. 대항군이 발사한 박격포탄이었다.
“Incoming(날아온다)!”이라는 외침과 함께 바짝 엎드린 이들은 박격포가 떨어진 곳을 확인하고 인근 건물 뒤편으로 대피했다. 계속 기동하려면 항공전력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 미군이 연막탄을 터뜨려 적이 있는 공격지점을 표시하는 사이 특전사 장병들이 패널로 아군의 위치를 알렸다.
이어진 공중 공격으로 다수의 적이 제압됐지만,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부상을 입어 쓰러진 대항군도 인도·작전적인 차원에서 전투부상자처치를 한 뒤 포로로 잡았다.
특전사 장병이 총을 겨누며 대항군을 제압한 사이, 미군은 안대와 귀마개를 씌우고 포박했다. 한미 장병들은 포로를 동반해 안전지대로 빠져나왔다.
훈련이 끝나자 미군 교관이 곧바로 강평에 나섰다. “경계도 중요하지만, 포로를 제지하고 포박하는 데 더 많은 인원을 투입했어야 합니다. 사망자 무기도 압수·해제하지 못했고, 지휘소에 보고하는 시점도 늦었습니다.” 조목조목 이어지는 지적에 장병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병들은 다음 훈련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두 번째 상황은 건물 내부 소탕작전이었다. M240 기관총과 M4A1 소총으로 무장한 대항군 10명이 점거한 2층 건물을 확보하고, 소탕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연막탄을 터뜨리면서 전진했지만 적의 거센 저항으로 쉽지 않은 상황. 오히려 건물 뒤로 돌아온 대항군에 기관총 포수가 사망하는 악재가 겹쳤다.
현장의 지원 요청으로 신속대응부대(QRF)가 투입됐다. 이들은 험비(Humvee)를 타고 건물 바로 앞까지 진격한 뒤 순식간에 내부로 진입했다. 모든 격실을 확인하면서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 끝에 대항군을 제압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복수’를 다짐하며 밀려온 대항군의 공세가 시작됐다. 장병들은 확보된 건물 안에서 대항군에 맞섰다. 건물 옆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오던 대항군을 차례로 제압한 권현경 하사는 “절대 안 진다”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결국 양쪽에서 공격해온 상대를 당하지 못한 권 하사는 장렬하게 전사,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아쉬움에 양 주먹을 맞부딪치던 권 하사에게 미군 장병이 다가와 “Good job”이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권 하사는 “전시 상황과 가까운 훈련을 하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며 “훈련에서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서로 칭찬 오간 한미, 또 만난다
미 공군 51경비대대는 이번에 특전사와 호흡을 맞추면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교관 안드레스 카브레라 하사는 “기초적인 전투력 정도만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줘 감명받았다.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배우려는 의지가 엿보였고, 훌륭한 파트너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칭찬했다.
카스타네다 로페즈 하사는 “환경이 낯설었을 텐데 한국군의 상황 적응력이 뛰어나 놀랐다”며 “꾸준히 함께 연습하면서 훈련으로 배운 것들을 몸에 익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두 부대는 내년 1월과 4월에도 연합훈련을 시행할 계획이다. 훈련을 정례화해 전투방법을 숙달하고, 양국 전략의 장점을 서로 배워나가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김의진(중령) 멧돼지대대장은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한미 장병이 함께 CRC 훈련을 하면서 혈맹의 굳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주기적인 훈련으로 임무 수행능력을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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