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을 오른손으로 하시나요?” 왜 무릎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젓가락질 얘기를 할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고위 경골 절골술 (high tibial osteotomy)을 받은 환자분들은 갸웃한다.
나는 멈추지 않고 또다시 엉뚱한 소리를 한다. “혹시 오늘부터 반대쪽 손으로 젓가락질을 한다면, 언제부터 익숙하게 쓸 수 있으실 것 같나요?”
고위 경골 절골술은 안짱다리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미용 목적이라기 보다는, 무릎 관절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하는 수술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릎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무릎은 허벅지 뼈와 종아리뼈가 맞물리는 관절이다. 동그란 무릎은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치 쌍안경 모양새로 안쪽, 바깥쪽 두 구획으로 나뉜다.
그리고 무릎은 체중이 실리는 관절이다. 체중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초승달 모양 쿠션 같은 반월상 연골(meniscus)이 안쪽, 바깥쪽 각각 하나씩 얹혀져 있다.
종합하면, 무릎은 안쪽과 바깥쪽 두 구획으로 나뉜, 체중이 실리는 관절이다. 체중이 무릎의 두 구획 중 한쪽에만 집중적으로 실리거나, 쿠션 역할을 하는 반월상 연골이 찢어지면, 무릎은 급속히 망가진다.
한국인은 안짱다리가 많다. 날 때부터 안짱다리일 수 있고, 무릎 안쪽 구획의 반월상 연골이 찢어지면서 후천적으로 안짱다리가 될 수도 있다. 안짱다리 무릎은 안쪽으로 체중이 과하게 실리고, 결국 관절염이 생기며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망가진 무릎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안타깝게도, 관절염은 한 번 발생하면 다시 좋아질 수가 없다. 썩은 유치는 빼버리면 그만이지만, 무릎 관절은 그럴 수가 없다. 결국, 심한 관절염이 발생한 무릎은 말 그대로 뼈를 깎고 합금을 넣는 인공 관절 치환술을 해야 한다.
인공 관절 치환술은 획기적인 수술이다. 환자 만족도도 좋다. 90점은 보장되는 수술이다. 물론, 활동량이 적은 연세 지긋하신 분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안짱다리로 40·50대에 무릎 안쪽 구획에 관절염이 온 환자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인공 관절 치환술을 받으면 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무엇보다 ‘자기 관절’을 쓰는 효용감도 떨어진다.
이분들에게 ‘몇 년 기다렸다가 인공 관절 치환술을 합시다’ 라는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옳을까?
이런 분들을 위해 존재하는 수술이 바로 고위 경골 절골술이다. 종아리뼈를 자르고 축을 틀어서 안짱다리를 교정한다. 무릎 안쪽 구획에만 실리던 체중은 분산되고, 관절염 진행도 막는다. 관절을 다 깎아서 인공물을 넣을 필요도 없다.
이 훌륭한 수술도 단점은 있다. 바꿔야 하는 근육 습관이다. 오랜 시간 삶을 함께한 안짱다리는 수술로 깔끔히 교정됐지만, 그렇다고 내일부터 멋지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쓰여온 근육들은 아직 바뀐 축(axis)에 적응하지 못했고, 걸음을 걷던 습관도 교정하지 못했다. 결국, 바뀐 다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제법 걸린다.
오랜 적응 기간과 고된 재활은 환자를 지치게한다. 이 통증이 얼마나 오래 갈지 두렵고,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에 빠진다. 때문에, 왜 이 수술이 오랜 재활이 필요한지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적응 기간, 나쁜 감정이 밀려오지 않기를 희망하며 말씀을 드린다.
“젓가락질을 오른손으로 하시나요? 반대편으로 젓가락질을 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이 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리 축을 바꾸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디 지치지 마시고, 재활을 꾸준히 해서 건강한 무릎이 삶에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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