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 명령에 온 힘 다해 방아끈 힘껏 당겼다
‘쾅’ 소리에 ‘불발 안 냈구나’ 다리 힘 풀렸다
K55A1 자주포 18문 투입
수정 확인탄·효력사 등 156발 발사
첫 사격 성공…대대원들 자신감 가득
우리 기술 우수성 두 눈으로 확인
“쾅!”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포탄이 발사됐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포탄은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꽂혀 희뿌연 흙먼지를 일으켰다. 일발필중·백발백중의 능력을 자랑하는 자주포 사격훈련 모습이다. 우리 군은 국산 K9 자주포 기술을 활용해 K55 자주포를 개량한 K55A1 자주포를 일선 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그 위력과 늠름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육군7보병사단 화랑포병대대의 첫 K55A1 자주포 사격훈련 현장을 찾았다. 영광스럽게 직접 사격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었다. 글=배지열/사진=이경원 기자
직책별 장비 운용·정비 방법 집중 숙달
지난달 28일 강원도 철원군 일대 포탄사격장. 가파른 경사 탓에 말들도 쉬어 가기 때문에 ‘말고개’로 이름 붙은 이곳에서 7사단 화랑포병대대 자주포 사격훈련이 진행됐다. 대대는 이전까지 견인포를 운용하다 부대 개편에 따라 지난 5월 자주포 운용 부대로 전환했다.
대대는 지난 5월부터 포대 단위로 사용자 교육을 받아 직책별 장비 운용과 정비 방법을 집중 숙달했다. 7월부터 두 달간은 자주포 행동화 실습과제를 △전술적 운용 △관측 △사격지휘 △전포 등으로 구분해 개인-반-포대 단위로 수행했다. 자주포를 보호하고 감싸는 진지 형태의 구조물인 포상을 지난 8월 완공했고, 조종면허시험을 독려해 26명의 조종수를 획득했다. 이후 영외 기동훈련을 펼쳐 전력화 장비 친숙도와 운용능력을 높였다.
이날 사격에는 18문의 K55A1 자주포가 투입돼 수정 확인탄 6발, 포구 초속 측정 126발, 효력사 24발 등 총 156발의 포탄을 쏘아 올렸다. 기자에게도 사격 기회가 주어졌다. 찰리포대의 수정 확인탄 사격에 ‘방아끈’을 당겨 격발할 수 있게 된 것. 방탄복과 방탄모를 건네받자 부담감이 몰려왔다.
기자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다른 포대의 사격을 지켜봤다. 대형을 갖춘 자주포 포신이 움직이고, 포탄 장전을 마친 사수들이 밖으로 나와 방아끈을 어깨에 감은 상태로 대기했다. 최초 실사격인 만큼 수정 확인탄은 안전 확보를 위해 자주포 밖에서 ‘방아끈’을 당겨 포탄을 발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쏴”라는 명령에 끈을 강하게 당기자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포탄이 포구를 벗어났고, 희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훈련장을 뒤덮었다. 피탄지를 비추는 모니터를 통해 명중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격지휘소는 수정사항을 반영한 제원을 하달했고,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간 포탄은 목표지점을 강타했다.
대대 장병들은 고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가운데 수정 확인탄 사격을 종료했다. 김재훈(중령) 화랑포병대대장은 “견인포는 포대 단위로 움직였지만 자주포는 1문 단위로 포반장이 전술을 공유하고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며 “그동안 갈고닦은 사격 임무 수행 절차 덕분에 첫 사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대대원들의 자신감도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긴장감 폭발
‘부대의 첫 사격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려던 사격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데, 찰리포대 3포반장 윤준현 중사가 다가왔다. 이날 기자의 사격 성공 여부에 누구보다 신경이 쓰일 그였다.
윤 중사의 안내로 자주포 내부에 들어갔다. 바깥은 가을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씨였는데, 자주포 내부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장병들의 수고로움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장병들은 탄약이 장전되는 과정을 선보였다. 내부 한쪽 면을 빼곡히 채운 버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순서대로 버튼을 누르자 포탄을 실은 장전기가 포구 쪽으로 이동하더니 자동으로 포구 안으로 포탄을 밀어 넣었다. 신기함과 동시에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알파·브라보포대 사격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찰리포대 차례. 사격에 앞서 포 주변에 물을 뿌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격 이후 반동과 바람 때문에 흙먼지가 날리는 걸 방지하는 용도다. 이후 안전통제관의 엄격한 확인 과정을 거쳐 사격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사격을 앞두고 기자에게 사격 명령을 내릴 오세헌(소위) 전포대장이 찾아왔다. “제가 ‘사격 준비’라고 하면 ‘준비 완료’라고 하시고 ‘쏴’ 명령에 따라 발포하면 됩니다.” 고개는 끄덕였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윤 중사에게 방아끈을 받아 끈이 오른쪽 어깨 위를 지나도록 자세를 취했다. 왼손으로는 늘어뜨린 방아끈을 여러 차례 휘감아 말아 쥐고, 오른손으로는 어깨 뒤로 살짝 늘어지도록 조절했다. 발포 명령과 함께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방아끈을 당기면 끝에 연결된 격발기가 당겨지면서 발사되는 원리다.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냐고 묻자 온 힘을 다해 당겨야 한다는 윤 중사의 답이 돌아왔다. “발사가 안 되고, 불발이 이뤄지면 다른 인원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윤 중사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부대 개편에 헌신한 장병들 자랑스러워”
자주포를 빠져나온 장병들이 마이크가 달린 헬멧을 건넸다. 머리에 맞게 고쳐 쓰면서 방아끈을 잡자마자 “쏴”라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줄을 고쳐 잡도록 도와주던 윤 중사가 자리를 피하자 있는 힘껏 줄을 끌어당겼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발은 안 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사격을 무사히 끝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면서 허리를 숙였다. 이날 첫 사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대대원들은 가슴속에 자신감을 채웠다. 이주호(중사) 포반장은 “실사격을 잘 준비하고, 여러 발 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진 느낌”이라며 “자주포는 소음과 먼지가 적고, 제원 입력 및 장전 과정이 자동화돼 정확한 사격이 가능해진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대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부대 개편에 헌신한 장병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최근 엄중한 안보 위협에 한층 더 강해진 화력을 바탕으로 적 도발 때 즉각 응징하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쏴’ 명령에 온 힘 다해 방아끈 힘껏 당겼다
‘쾅’ 소리에 ‘불발 안 냈구나’ 다리 힘 풀렸다
K55A1 자주포 18문 투입
수정 확인탄·효력사 등 156발 발사
첫 사격 성공…대대원들 자신감 가득
우리 기술 우수성 두 눈으로 확인
“쾅!”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포탄이 발사됐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포탄은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꽂혀 희뿌연 흙먼지를 일으켰다. 일발필중·백발백중의 능력을 자랑하는 자주포 사격훈련 모습이다. 우리 군은 국산 K9 자주포 기술을 활용해 K55 자주포를 개량한 K55A1 자주포를 일선 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그 위력과 늠름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육군7보병사단 화랑포병대대의 첫 K55A1 자주포 사격훈련 현장을 찾았다. 영광스럽게 직접 사격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었다. 글=배지열/사진=이경원 기자
직책별 장비 운용·정비 방법 집중 숙달
지난달 28일 강원도 철원군 일대 포탄사격장. 가파른 경사 탓에 말들도 쉬어 가기 때문에 ‘말고개’로 이름 붙은 이곳에서 7사단 화랑포병대대 자주포 사격훈련이 진행됐다. 대대는 이전까지 견인포를 운용하다 부대 개편에 따라 지난 5월 자주포 운용 부대로 전환했다.
대대는 지난 5월부터 포대 단위로 사용자 교육을 받아 직책별 장비 운용과 정비 방법을 집중 숙달했다. 7월부터 두 달간은 자주포 행동화 실습과제를 △전술적 운용 △관측 △사격지휘 △전포 등으로 구분해 개인-반-포대 단위로 수행했다. 자주포를 보호하고 감싸는 진지 형태의 구조물인 포상을 지난 8월 완공했고, 조종면허시험을 독려해 26명의 조종수를 획득했다. 이후 영외 기동훈련을 펼쳐 전력화 장비 친숙도와 운용능력을 높였다.
이날 사격에는 18문의 K55A1 자주포가 투입돼 수정 확인탄 6발, 포구 초속 측정 126발, 효력사 24발 등 총 156발의 포탄을 쏘아 올렸다. 기자에게도 사격 기회가 주어졌다. 찰리포대의 수정 확인탄 사격에 ‘방아끈’을 당겨 격발할 수 있게 된 것. 방탄복과 방탄모를 건네받자 부담감이 몰려왔다.
기자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다른 포대의 사격을 지켜봤다. 대형을 갖춘 자주포 포신이 움직이고, 포탄 장전을 마친 사수들이 밖으로 나와 방아끈을 어깨에 감은 상태로 대기했다. 최초 실사격인 만큼 수정 확인탄은 안전 확보를 위해 자주포 밖에서 ‘방아끈’을 당겨 포탄을 발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쏴”라는 명령에 끈을 강하게 당기자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포탄이 포구를 벗어났고, 희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훈련장을 뒤덮었다. 피탄지를 비추는 모니터를 통해 명중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격지휘소는 수정사항을 반영한 제원을 하달했고,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간 포탄은 목표지점을 강타했다.
대대 장병들은 고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가운데 수정 확인탄 사격을 종료했다. 김재훈(중령) 화랑포병대대장은 “견인포는 포대 단위로 움직였지만 자주포는 1문 단위로 포반장이 전술을 공유하고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며 “그동안 갈고닦은 사격 임무 수행 절차 덕분에 첫 사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대대원들의 자신감도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긴장감 폭발
‘부대의 첫 사격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려던 사격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데, 찰리포대 3포반장 윤준현 중사가 다가왔다. 이날 기자의 사격 성공 여부에 누구보다 신경이 쓰일 그였다.
윤 중사의 안내로 자주포 내부에 들어갔다. 바깥은 가을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씨였는데, 자주포 내부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장병들의 수고로움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장병들은 탄약이 장전되는 과정을 선보였다. 내부 한쪽 면을 빼곡히 채운 버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순서대로 버튼을 누르자 포탄을 실은 장전기가 포구 쪽으로 이동하더니 자동으로 포구 안으로 포탄을 밀어 넣었다. 신기함과 동시에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알파·브라보포대 사격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찰리포대 차례. 사격에 앞서 포 주변에 물을 뿌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격 이후 반동과 바람 때문에 흙먼지가 날리는 걸 방지하는 용도다. 이후 안전통제관의 엄격한 확인 과정을 거쳐 사격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사격을 앞두고 기자에게 사격 명령을 내릴 오세헌(소위) 전포대장이 찾아왔다. “제가 ‘사격 준비’라고 하면 ‘준비 완료’라고 하시고 ‘쏴’ 명령에 따라 발포하면 됩니다.” 고개는 끄덕였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윤 중사에게 방아끈을 받아 끈이 오른쪽 어깨 위를 지나도록 자세를 취했다. 왼손으로는 늘어뜨린 방아끈을 여러 차례 휘감아 말아 쥐고, 오른손으로는 어깨 뒤로 살짝 늘어지도록 조절했다. 발포 명령과 함께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방아끈을 당기면 끝에 연결된 격발기가 당겨지면서 발사되는 원리다.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냐고 묻자 온 힘을 다해 당겨야 한다는 윤 중사의 답이 돌아왔다. “발사가 안 되고, 불발이 이뤄지면 다른 인원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윤 중사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부대 개편에 헌신한 장병들 자랑스러워”
자주포를 빠져나온 장병들이 마이크가 달린 헬멧을 건넸다. 머리에 맞게 고쳐 쓰면서 방아끈을 잡자마자 “쏴”라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줄을 고쳐 잡도록 도와주던 윤 중사가 자리를 피하자 있는 힘껏 줄을 끌어당겼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발은 안 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사격을 무사히 끝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면서 허리를 숙였다. 이날 첫 사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대대원들은 가슴속에 자신감을 채웠다. 이주호(중사) 포반장은 “실사격을 잘 준비하고, 여러 발 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진 느낌”이라며 “자주포는 소음과 먼지가 적고, 제원 입력 및 장전 과정이 자동화돼 정확한 사격이 가능해진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대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부대 개편에 헌신한 장병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최근 엄중한 안보 위협에 한층 더 강해진 화력을 바탕으로 적 도발 때 즉각 응징하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