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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 K9과 견줄 세계의 자주포는?_(상)

신인호

입력 2022. 10. 28   17:11
업데이트 2022. 10. 3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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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주포(상)


1980~90년대 국내 국방과학기술이 혼신을 다해 개발한 K9 자주포. 국방일보DB.
1980~90년대 국내 국방과학기술이 혼신을 다해 개발한 K9 자주포. 국방일보DB.


국산 K9 155㎜ 자주포가 세계무기시장에서 최정상급의 성능을 자랑하며 동종·동급의 절대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K9은 최초 전력화 이후 보조동력장치(APU)를 추가하고 자동사격통제장치를 향상하는 등 성능을 한층 강화한 K9A1을 2018년부터 야전에 배치하고 있다. 현재는 탄약을 완전 자동으로 장전할 수 있는 K9A2로의 성능개량 연구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주요 국가는 어떤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을까? 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차기 또는 차세대를 위해 어떤 성능의 자주포를 개발하고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자.

야포의 분류와 특징

과거 포(砲)를 말이 끌던 시대가 있었다. 이 시기에 포수는 대부분 걸어야 했지만, 이른바 ‘기마포병’은 말이나 마차를 타고 기동했다. 말이 견인하던 것을 차량이 견인하고, 이것이 다시 세계대전 중 무한궤도를 장착해 동력장치만으로 움직이는 자주포로 발전했다.

오늘날 자주포는 이 기마포병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자주포가 보통 견인포보다 몇 배 비싼 장비임에도 군에서 견인포보다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기계화부대와 함께 이동이 가능하며 견인포로는 갈 수 없는 장소에 전개할 수 있고, 또 장갑 덕분에 적 포병화력에 대해 생존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포 설치가 신속하며 사격 후 진지 이탈이 빠르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물론 궤도 차량이므로 상대적으로 고장 나기 쉽고 적 화력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자유진영 국가의 자주포 경우 구경 105㎜, 175㎜, 8인치의 포를 탑재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155㎜의 구경을 가졌다.


K9자주포와 함께 기동하면서 화력 극대화를 지원하는 K10 탄약운반장갑차. 국방일보DB.
K9자주포와 함께 기동하면서 화력 극대화를 지원하는 K10 탄약운반장갑차. 국방일보DB.


보다 멀리·보다 정확하게…6대 성능 요구

자주포는 적 종심 공격, 대포병(화력)전, 적 전투차량 제압, 보병부대의 직접지원 등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2000년대의 자주포는 일반적으로 ‘보다 멀리, 보다 정확하게, 보다 신속하게, 보다 강력하게, 보다 적은 인력으로, 보다 생존성 높게’ 등 6대 성능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전자·통신·신재료·광학·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자주포의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이루고 있다. 


탄약 보급차, 표적획득, 사격지휘, 자주포 탄약 등을 일괄(package) 개념에 따라 개발하면서 지휘통제, 통신 및 정보체계도 구축해 실시간(real time) 운용 등 임무 수행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탄에 인공지능을 추가하고 탄 추적레이다를 장착해 정확도를 높이며 사거리도 복합추진 방식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되어 운용된 PzH2000 자주포. 출처=독일 국방부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되어 운용된 PzH2000 자주포. 출처=독일 국방부


PzH2000·Donar 독일

독일은 1986년 이탈리아·영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SP-70 155㎜ 자주포 개발 사업이 취소되자 2000년대 전장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운용하게 될 155㎜/52구경장 포신을 갖춘 자주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PzH2000으로 명명한 독일은 1998년 7월부터 기존 M109A3G 자주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PzH2000는 8m가 넘는 장포신에 모듈형 장약을 사용해 표준탄(HE-FRAG)으로 30㎞, 보조추진탄(RAP)으로 40㎞의 사거리를 달성했다.

자동 방열하는 주무장, 전기구동식 포 구동, 자동장전장치를 사용함에 따라 10초에 3발의 급속사격과 60초에 8발의 최대발사가 가능하다.

특히 자동화를 위한 항법장치와 탄도 계산기를 탑재하여 방향, 포 위치, 포신 고각을 자체적으로 측정해 독자적으로 사격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기동 성능을 보장하고 신속한 진지 변환을 수행하기 위해 8기통 M881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레오파르트 전차에서 입증된 토션바(torsion bar) 방식의 현수장치를 사용했다. 최대주행속도는 60㎞/h 이상이며, 항속거리는 420㎞이다.


무인포탑에 완전 자동화 장전체계 장착해 승무원을 감축한 Donar 자주포. 출처=www.kmweg.de
무인포탑에 완전 자동화 장전체계 장착해 승무원을 감축한 Donar 자주포. 출처=www.kmweg.de


독일은 최근 무인포탑 AGM(Artillery Gun Module)에 완전 자동화 장전 체계를 갖춰 승무원을 2명으로 감축하는 궤도형 Donar와 차륜형 RCH-155 자주포를 개발하고 있다. 독일은 2019년에 25L의 약실 체적을 갖는 52구경장 포에 V-LAP탄을 적용해 사거리 71㎞ 수준을 달성한 예에서 보듯이, 사거리와 화력 증대를 위해 23L 또는 25L의 약실 체적을 갖는 52구경장, 60구경장 등 다양한 무장에 새로운 탄약과 추진제를 조합해가며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M109A7 출처=미 육군 웹사이트
주한미군에 배치된 M109A7 출처=미 육군 웹사이트


M109A6·XM1299 미국

미군의 특징은 장비가 배치되고 있어도 지속해서 성능 향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M109 계열의 자주포는 1963년 최초로 배치됐으며 1979년 M109A2/A3로 사거리 연장 및 탄약휴대량 증가를 꾀했다. 이어 신뢰도, 가용도, 정비도를 증대하기 위한 연구모델 M109A4, 사거리 30㎞용 무장을 장착한 M109A5로 성능을 향상시켰고 특히 ‘팔라딘 엔터프라이즈(Paladin Enterprise)’라는 프로젝트로 탄생한 M109A6는 M109A2를 10여 년간 연구 개발한 모델로 ‘팔라딘(Paladin)’이라고 명명해 1992년부터 야전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M109A6는 이전 155㎜/39구경장 포신을 52구경장 포신으로, 뇌관 격발식을 레이저 격발식으로, 분당 4발의 유압식 장전장치를 분당 6발이 가능한 급속장전장치(Flick Rammer)로 교체했다. 또 위치확인장치(MAPS)를 복합 위치확인장치(GPS를 포함한 경량 MAPS)로, 차내 내부 통화장치(Intercom System)를 새로운 차내 내부 통화장치로, 사격통제장치의 16비트 컴퓨터 프로세서를 32비트 컴퓨터 프로세서로 개선했으며 포구속도측정기(Muzzle Velocity System)를 추가 장착했다. 
미 육군은 2015년부터 155㎜/39구경장의 M109A7을 배치하고 있다.


사거리연장자주포 프로그램으로 개발 중인 XM1299 자주포 체계 구성도. 출처=미 육군
사거리연장자주포 프로그램으로 개발 중인 XM1299 자주포 체계 구성도. 출처=미 육군


현재 미국은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사거리연장자주포) 프로그램으로 XM1299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M109A7 차체에 약실 체적을 늘린 155㎜/58구경장의 XM907 포를 얹어 최대 사거리 70㎞를 달성하는 1차 사업을 2023년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어 2024년 이후에는 1차 사업 결과물에 탄과 장약을 자동으로 장전하는 시스템과 신형 포탄 등을 적용해 분당 6~10발의 발사속도로 최대 사거리 10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 12월 엑스칼리버(Excalibur) 탄으로 사거리 70㎞를 시험했으며, 100㎞ 달성을 위해 램제트(Ramjet)탄과 HVP탄, 탄도수정신관 등의 기술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

(하편에 계속)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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