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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0기갑여단 배재권 중사] 대한민국방위산업전 황혼에서 새벽까지

입력 2022. 10. 13   17:00
업데이트 2022. 10.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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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권 중사 육군30기갑여단
배재권 중사 육군30기갑여단

여름의 더위가 한 꺼풀 벗겨지고 아침저녁으로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가을날, 우리 부대는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린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DX KOREA 2022) 경계지원 임무를 맡았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호기심과 묘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 대한민국방위산업전은 350여 개에 달하는 국내외 방산기업이 참여했고, 처음으로 주한미군도 동참한 아시아 최대 규모 방산전시회다. 미래 지상 전장을 누빌 무기체계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첨단 장비를 세계 각국 주요 인사에게 소개하고, 우방국과의 방산협력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군 장병과 방산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비롯한 일반시민도 자유롭게 관람·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준비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야외전시장으로 장비들이 속속 도착했다. 최근 수출 행진을 벌이는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다연장로켓 ‘천무’, 지대지미사일 ‘현무’,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 주력 장비가 줄지어 들어왔다. UH-60 블랙호크, 무인기 MQ-1C 그레이 이글, 팔라딘 자주포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미군 장비까지 전시됐다.

우리 경계팀은 넓은 야외전시장을 24시간 순찰하고 CCTV로 구석구석을 감시했다. 박람회가 진행되는 낮에는 야외전시장임에도 잔디의 초록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시장 바로 옆에 캠핑장과 아파트 단지가 있다 보니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전시된 장비들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와 사진을 찍거나 장비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무엇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게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경계 임무 마지막 날, 해 질 무렵 바라본 광경에서 해답을 찾았다. 가라앉는 태양 아래 전시된 장비들이 하나둘씩 붉게 물들며 길고 거대한 그림자를 내어놓고 있었다. 마치 전쟁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감명을 받으며 한동안 노을에 비친 장비들을 지켜봤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진 않겠지만 국가를 수호하는 웅장한 장비들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보면서 튼튼한 국가 안보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으리라고 믿는다.

아무리 강력하고 뛰어난 무기를 보유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군인의 강인한 무형전력 없이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선조들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필사즉생(必死卽生)’ 정신으로 굳건히 이 땅을 지켜왔다. 순국선열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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