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파란만장 커피사

세계인의 음료, 기록도 ‘월드클래스’

입력 2022. 10. 04   17:19
업데이트 2022. 10. 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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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커피사 - 커피 기록의 역사


한국의 커피 애호가들은 10월 1일이면 국군과 함께 커피를 기념한다. 국제커피기구(ICO)가 2014년 ‘세계 커피의 날(International Coffee Day)’로 정했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이 6·25전쟁에서 국군이 처음으로 38선을 돌파한 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세계 커피의 날’에도 사연이 있다.

커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농장들은 9월이면 수확을 마무리하고 10월부터 새로운 커피를 준비한다.

커피 수확 시기는 세계적으로 산지마다 차이가 있으나, “10월 1일에 커피의 새해가 시작된다”는 의미가 담겨 기념일로 결정됐다.

이 때문에 ICO가 회기 기준으로 삼는 커피 연도(coffee year)가 매년 10월 1일 시작해 이듬해 9월 30일 종료된다.

커피가 세계인의 음료로 사랑받으면서 생산과 소비, 건강, 과학, 문화 등 관련한 다양한 지표들이 집계되고 있다.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에 오르는 커피 사례도 늘고 있다. 이채로운 기록들을 살펴봤다.


1) 1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1999년 조사에서 스웨덴 국민 한 명이 커피를 연간 6.3㎏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스웨덴 국민이 커피를 가장 사랑한다는 말이 지금까지 회자되지만, 2016년 핀란드가 12㎏으로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을 경신했다. 이 분량은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 한 잔에 원두 7g, 아메리카노 한 잔에 원두 14g을 사용한다고 할 때 각각 1714잔과 857잔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커피 355잔을 마신다는 조사가 있다. 그러나 만 19세 이상 성인만 따지면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3위에 오른다.

2) 카푸치노를 가장 빨리 만든 바리스타: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2그룹 에스프레소 머신 1대를 사용해 1시간 동안 카푸치노 420잔을 만든 기록이 있는데, 분당 7잔을 만드는 속도이다. 호주 퀸즐랜드에서 활동하는 리자 토마스라는 바리스타가 2019년 4월에 세운 기록으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카푸치노는 통상 25초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12~16초간 스팀으로 우유를 거품 낸 뒤 에스프레소와 섞어야 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1만6380초가 걸리는데, 3600초(1시간)에 두 작업을 겹치며 해내는 그의 실력은 놀라운 경지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콜롬비아 칼다스주 친치나시 광장의 2만2739리터짜리 커피잔. 사진=기네스 세계기록
콜롬비아 칼다스주 친치나시 광장의 2만2739리터짜리 커피잔. 사진=기네스 세계기록

3) 가장 큰 커피잔: 2019년 6월 콜롬비아 칼다스주 친치나시 광장에 2만2739ℓ짜리 커피잔이 만들어졌다. 200㎖ 커피잔 1만1350개의 양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크기이다. 아울러 이날 잔 주변에서 1559명이 참가해 커피 시음회를 가졌는데, 이 역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카페베네의 로스팅 공장 앞 외경 2.6m, 내경 2.5m, 높이 3m짜리 머그컵.
카페베네의 로스팅 공장 앞 외경 2.6m, 내경 2.5m, 높이 3m짜리 머그컵.


4) 가장 큰 머그: 이 기록은 한국이 가지고 있다. 2014년 7월 카페베네가 경기 양주에 있는 로스팅 공장 앞에 외경 2.6m, 내경 2.5m, 높이 3m짜리 머그컵을 만들었다. 약 1만4000ℓ의 커피를 담을 수 있는 크기로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5)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커피 농부들에게 제값을 치르자는 공정무역 캠페인은 네덜란드의 막스 하벨라르 재단(Max Havelaar Foundation)이 1988년 11월 처음 시작했다. 재단 이름은 1860년 식민지에서의 횡포를 다룬 소설의 제목에서 비롯됐다. 1973년 네덜란드의 ‘공정무역 오리지널’이라는 회사가 과테말라에서 처음으로 공정무역 커피를 수입했지만, 공정무역 커피 상표를 도입한 최초의 조직은 막스 하벨라르였다.

6) 제일 큰 커피 그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작가 오후드 압둘라 알말키(Ohud Abdullah Almalki)가 커피를 물감으로 삼아 그린 그림이 2020년 1월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220㎡ 크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건국자인 고 압둘아지즈 빈 사우드 국왕과 고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을 나란히 그린 것이다.

7) 가장 빠른 ‘커피 연료’ 자동차: 2013년 2월 영국의 기술자이자 환경보호활동가인 마틴 베이컨이 포드픽업트럭을 개조해 일명 ‘커피콩 머신(Bean Machine)’을 만들었다. 그는 이것을 타고 평균 시속 105㎞로 운전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커피 연료 자동차’라는 기네스 세계기록을 얻었다. 이 자동차는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커피 펠릿(coffee pellets)을 연소시켜 발생하는 가스로 엔진을 움직인다. 그는 ‘가장 멀리 달린 커피 연료 자동차’ 기네스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3월 그는 1988년형 폭스바겐 시로코를 개조한 커피 연료 자동차로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337㎞를 주파한 바 있다. 이 자동차는 커피 과립(coffee granules)을 숯불 위에서 가열해 나오는 수소 가스를 이용해 엔진을 가동시켰다. ‘카-푸치노(Car-puccino)’라고 불린 그의 차는 시속 60마일까지 속도를 올렸는데, 연비는 에스프레소 56잔당 1마일이었다.

30초 만에 커피콩 24개를 옮간 실비오 사바.
30초 만에 커피콩 24개를 옮간 실비오 사바.

8) 젓가락으로 콩을 제일 빨리 옮기는 사나이: 젓가락은 동양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커피 원두를 나무젓가락으로 가장 빨리 옮기는 기록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실비오 사바가 가지고 있다. 2016년 9월 등재된 이 기록은 30초 만에 24개를 옮긴 것으로 언뜻 쉽게 보일 수 있지만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커피콩 10개를 젓가락으로 컵에 빠르게 옮기는 세계기록도 보유해 역시 기네스북에 올랐는데 기록은 9.75초로 2020년 3월에 세운 것이다.

9) 가장 큰 커피컵 모자이크: 2019년 1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헤샴 엘사덱이 7260개 커피컵을 모자이크해서 투탕카멘의 가면을 만들었다. 60㎡ 면적의 판 위에 커피컵을 얹은 것인데, 컵에 담긴 우유와 커피의 양을 달리해 음양을 표현했다. 기존의 기록은 하와이 호놀룰루가 가지고 있었는데, 2012년 5642잔을 사용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얼굴을 묘사한 작품이었다.

10) 세상에서 가장 큰 커피숍: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있는 ‘알 마사 카페’가 1020석을 갖춰 2014년 8월에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은 충북대 미생물학과,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랜 기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커피인문학』, 『이유 있는 바리스타』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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