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일의 미래

위기의 금융사, ICT에서 길을 찾다

입력 2022. 09. 30   17:10
업데이트 2022. 10. 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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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
디지털 금융기술 기업 변신 박차
엔지니어·프로그래머 등 잇단 채용
막대한 자원 쏟아 부어 자료 수집·분석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총력전

 


금융권이 최근 경쟁적으로 신규 인력을 뽑는다. 한동안 보류하거나 축소했던 신입직원 공개채용도 재개했다.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따라 그동안 인력을 감축했던 금융사들이다. 태세 전환 이유가 궁금하다. 


두드러진 현상은 채용 직군의 변화다.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 데이터분석가 등 이른바 정보통신기술(ICT) 직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현상이다.

금융사마다 얼마나 우수한 ICT 인력을 확보했느냐로 그해 채용의 성패를 판단할 정도다. 그동안 금융사에 취업하려면 경제와 재무 분야 전공이 필요했다.

주전공은 아닐지라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이 분야에 발을 걸쳐놓아야 지원이라도 할 수 있었다. 이제 이 분야 전공자는 넘쳐난다. 남과 다른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공인회계사(CPA), 공인재무분석사(CFA), 보험계리사는 물론 세무사, 변호사까지 전문 자격증 하나는 갖고 있어야 금융권 취업 문을 열 수 있다.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는 이제 자동화 단계에 들어섰다. 계좌이체와 같이 아예 직원 손을 거치지 않는 업무도 있다.

고객이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자동입출금기(ATM) 등으로 직접 처리한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면서 금융사는 ATM도 줄여야 할 판이다.

이용자는 줄고 있으며, 관리비용이 부담스럽다. 주식 거래 역시 고객이 직접 모바일앱으로 처리한다.

요즘 은행 창구나 증권회사 객장이 한산하다. 처음 계좌를 개설하거나 거래 계약을 신규로 맺거나 갱신하려는 사람들, 금융사 직원과 마주해야 안심하는 사람들 외엔 찾는 이도 적다. 사람보다 기계와 거래하는 게 편하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니 금융사는 지점을 줄일 수밖에 없다. 덩달아 직원도 줄인다.

몇 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금융사는 잇따라 세계 곳곳의 지점을 폐쇄하고, 직원을 정리한다. 해고 직원이 연간 10만 명을 헤아린다.

앞으로 몇 년간 최대 50%까지 감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사라지는 점포 대신에 가상은행은 많아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터넷은행이다.

점포와 인력 축소의 필요성은 우리나라 금융사도 다르지 않다. 우수한 온라인 뱅킹 인프라와 높은 이용률을 생각하면 외국보다 더 감축해야 할 판이다.

정부와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리했을 것이다. 구미보다 늦었지만, 감축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졌다.

중심가 한복판의 거대 지점을 폐쇄한 대신에 2층의 작은 점포로 옮긴다. 한발 더 나아가 여러 은행이 한 점포를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노년층을 비롯해 온라인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이 더 준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인력을 확충한다. 바로 디지털 금융기술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1세기 금융산업은 기술 덕분에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부채담보부증권(CDO)처럼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온갖 금융 파생상품이 쏟아져나왔다. 컴퓨팅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투자금융 거래도 대부분 자동화한 알고리즘으로 이뤄진다. 미국 주식-선물거래의 90%, 현금-주식 거래의 80%에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다고 한다.

파생상품이나 프로그램 거래는 완전히 새로운 금융 먹거리를 창출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은 온갖 금융 지식과 데이터를 빨아들이면서 금융기술 혁신을 이끈다.

목표는 한결같다.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거래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 혁신은 전에 없던 새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비슷한 판단을 한 주식 프로그램 매매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느닷없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이 잦다. 글로벌 차원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두렵다.

그런데도 세계 금융사들은 자동화와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전반적인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관련 기술 개발 투자에 집중한다. 제일 좋은 투자는 사람이다.

금융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이에겐 엄청난 기회다. 하나만으로도 금융사에 취직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데 둘 다 갖춘 사람은 금세 업계 내 주류가 될 것이다.

재무 전공자라면 ICT 기술을, 컴퓨팅 전공자라면 금융공학을 익힌다면 무적이다. 금융이 자동화하면 결국 일자리는 줄기 마련이다.

새로 창출할 일자리보다 없앨 일자리가 더 많다. 담보대출, 신용카드 서비스, 주식 거래 등 기존 일자리가 몰린 금융 업무는 자동화로 인해 급속히 사라질 것이다.

외부 위협도 높아진다. 당장 인터넷은행과 핀테크가 등장했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AI 등으로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화한 금융기술이다. 이들은 기술인력을 선점해 금융사들을 애타게 만든다. 링 밖에서는 아예 기존 금융사를 배제하는 움직임도 인다.

개인 간(P2P) 금융, 크라우드펀딩, 블록체인이 대표적이다. P2P금융과 크라우드펀딩은 금융 수요자와 공급자를 만나게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P2P금융이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린다면 크라우드펀딩은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한다. 신용카드 빚이나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개인, 급하게 자금 회전이 필요한 중소기업, 창조적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자금이 부족한 개인들이 이용한다. 모두 기존 금융사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다.

개인 P2P와 크라우드펀딩은 아직 투자 위험성이 있다. 기존 금융사를 위협할 정도도 아니다. 그래도 금융시스템 밖에서 조금씩 점유율을 높인다.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시스템을 부정한다. 돈을 다루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 한다. 돈을 이체하면 은행은 안전한 거래를 돕는다며 수수료를 뗀다.

블록체인은 은행이 없이도 안전한 거래를 가능케 한다. 금융사들은 그동안 새로운 경쟁자들을 별것 아닌 존재로 여기고 무시했다. 그런데 갈수록 위협으로 다가온다.

특히 블록체인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최근엔 어떻게 하든 금융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지만, 의도대로 될지 미지수다.

아날로그 기반 산업이 디지털에 의해 무너진 전철을 금융사라고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금융사에 방어막이 필요하다.

여러 방책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고객이 금융사에 뭘 기대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마다 원하는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만 있다면 어떤 외부의 위협도 물리칠 수 있다. 이걸 하려고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 고객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다른 산업엔 당연한 말이 금융계엔 마치 새로운 복음처럼 여겨진다.

그동안 금융사가 고객보다 상품에 더 집중했다는 방증이다. 금융사뿐만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은 당장 입사지원서를 쓰는 예비 금융인이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덕목이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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