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방위사업

[국군의 날 특집] 방산강국·수출증대 필수 ‘과학기술 강군’ 지향…‘글로벌 4강’ 도약 꿈꾼다

서현우

입력 2022. 09. 29   16:26
업데이트 2022. 09. 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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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수출 100억 달러 시대

 
정부 전폭 지원 힘입어 수출 성과 잇따라
민·관·군 소통·협력 확대 든든한 뒷받침
육·해·공군 군사외교 활동도 촉매 역할

 
한국 국방과학기술력 수년째 세계 9위
각국 R&D 총력전…국가 차원 투자 절실

 

 
현재 우리 군의 최대 화두는 ‘과학기술 강군’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과학기술을 토대로 강군을 양성하는 것은 ‘튼튼한 국방’ 구현에 필수이면서 방산 수출에도 꼭 필요하다. 첨단 과학기술을 밑거름 삼아 튼튼한 국방을 이룬 국군의 모습이 우리 무기체계 도입을 저울질하는 해외 여러 국가에 성공적인 본보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군의 노력은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K방산’이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활짝 열고 ‘글로벌 4강’을 향해 질주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현우 기자

지난 4월 개최된 필리핀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이봉근(앞줄 오른쪽)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출혁신센터장이 델핀 로렌자나(앞줄 가운데) 필리핀 국방장관에게 국산 군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KAI 제공
지난 4월 개최된 필리핀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이봉근(앞줄 오른쪽)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출혁신센터장이 델핀 로렌자나(앞줄 가운데) 필리핀 국방장관에게 국산 군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KAI 제공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수출 100억 달러 돌파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민스크마조비에츠키에서 국산 FA-50 경공격기의 수출 이행계약 체결식이 거행됐다. 그보다 약 3주 앞서서는 폴란드 모롱그에서 K2 전차·K9 자주포의 1차 이행계약 체결식도 열렸다. 이들 계약의 총 체결 규모는 약 87억6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우수한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방산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노력,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다각적인 지원이 더해져 이룬 쾌거였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앞줄 왼쪽) 폴란드 국방장관과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모롱그에서 K2 전차 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방사청 제공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앞줄 왼쪽) 폴란드 국방장관과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모롱그에서 K2 전차 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방사청 제공


정부는 방위산업 육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우리 방위산업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8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나라를 미국·러시아·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도 천명했다.

정부의 강력한 방산 수출 드라이브 속에 방산기업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과 각 군 및 관계기관의 헌신적인 협력은 우리 무기체계가 우수한 경쟁력을 갖는 소중한 자양분이 돼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폴란드 군비청이 30억 달러 규모의 FA-50 경공격기 48대 수출 이행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전투기 1대가 국산 중형차 1000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는 점을 들어 약 10조 원에 달하는 산업 파급효과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현대로템, 한화디펜스가 폴란드 군비청과 각각 K2 전차, K9 자주포 수출 이행계약을 했다. 체결 규모는 57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지난 2월엔 이집트와 2조 원대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서에 서명했고, 지난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무기체계’ 천궁-Ⅱ의 4조 원 규모 수출계약도 마쳤다. 놀라운 성과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7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안제이 두다(오른쪽 둘째)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6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장에 설치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를 방문해 FA-50 경공격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안제이 두다(오른쪽 둘째)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6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장에 설치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를 방문해 FA-50 경공격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방산강국을 향해 민·관·군이 한뜻으로

이 같은 쾌거의 배경에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민·관·군 상호 간의 신뢰와 협력이 있었다. 방사청이 최근 구축한 ‘통합 수출지원그룹’에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기업들이 참여해 국산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원활한 수출지원을 위해 소통하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한국방위산업학회 등도 꾸준한 정책 연구개발과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이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국방부와 각 군도 군사외교 활동을 펼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국방부·육군본부·방사청 등이 후원해 지난 21~25일 열린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2)도 대규모 수출계약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슬로바키아·루마니아·파키스탄 국방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방산청장을 비롯해 40여 개국 합참의장·육군참모총장이 행사를 찾아 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며 심도 있는 수출상담·협의를 벌였기 때문이다.

공군 블랙이글스가 지난 7월 27일 폴란드 뎅블린 공군기지에서 에어쇼를 위해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블랙이글스가 지난 7월 27일 폴란드 뎅블린 공군기지에서 에어쇼를 위해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해·공군의 해외 군사외교 활동도 방산 수출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에서는 우리 해군의 함정과 탑재 무기들이 각국 군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산 T-50 계열 항공기를 운용하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도 해외 에어쇼에 참가해 군사외교와 방산협력 노력에 힘을 보탰다.


국방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하지만 우리 정부와 방산기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큰 미래를 그려 가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 1월 펴낸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9위였다. 3년 단위로 평가가 진행되는데 우리는 2015·2018년에 이어 9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액 규모가 올해 크게 늘었지만, 국방과학기술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우리와 경쟁하는 세계 주요국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은 가장 압도적인 국방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방 R&D 예산 규모는 1171억3800만 달러로 신형 방공레이다, 극초음속미사일, 6세대 전투기 개발 등 전 분야에서 국방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이 쫓고 있다.

인도와 호주는 기술 수준 대비 많은 국방 R&D 예산을 투자하고, 프랑스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지상·함정 등 다양한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며 기술 수준을 키우는 중이다.

이 같은 세계 각국의 상황 속에서 방산 전문가들은 우리 방산이 국방과학기술 향상을 지향점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이루고, 국가 차원의 기술 로드맵을 수립해 R&D 인력 양성 및 구축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

우리 국방부가 ‘과학기술 강군’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을 토대로 강군을 양성하는 것은 ‘튼튼한 국방’ 구현에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방산 수출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튼튼한 국방을 이룬 우리 군의 모습이 우리 무기체계 도입을 저울질하는 해외 여러 국가에 성공적인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전차·장갑차·자주포·군용차량 등 육상장비들은 엔진까지 국산화가 끝났고, 함정은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모두 기술 독립을 이뤘다”며 “아직 도전하지 않은 분야도 있지만 넘지 못할 벽은 아니고 예산과 시간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무기 아닌 자유와 번영 수출하는 나라… 지속적 군사협력 이어가는 노력도 중요” 


“6·25전쟁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이제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 됐습니다. 그 속에서 방위산업은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경제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했습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우리 방산의 놀라운 성장 역사를 소개하며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건국 직후부터 계속된 국산 무기 개발의 노력은 불안정한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국가의 생존과 같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채 회장은 방산 수출 100억 달러라는 쾌거 앞에 우리는 더 큰 미래를 위한 전환점 앞에 섰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닌 자유와 번영을 수출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채 회장의 이 같은 역설에는 우리 방산업체들의 기술 수준과 개발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반도체와 전자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어 항공우주를 비롯한 최첨단 무기체계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채 회장은 수출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군사협력을 이어가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무기나 장비만 수출할 게 아니라 교육·훈련, 정비, 후속 군수지원 등도 계속해야 합니다. 그들 스스로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일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시스템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 중단 없는 군사협력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채 회장은 국가적 정책 수립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기술인력이 자긍심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군에서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산업 발전에 일조하도록 하고, 4차 산업 관련 첨단 기술은 민간이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우수한 민간 기술을 군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채 회장은 평소 방산 분야 조율·조정자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민·관·군의 여러 기관이 복잡·다양하게 얽혀 있고, 서로 적용하는 법과 규정도 달라 이를 조정·통제하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방위산업비서관실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방위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해 실천한다면 10년 안에 방산 수출 세계 1위가 되는 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원대한 목표 실현을 위해 채 회장이 이끄는 한국방위산업학회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회에 속한 각계 방산 전문가들이 교육·세미나·포럼·간담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미래 비전·전략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학회는 매년 ‘자랑스러운 방산인상’ 시상식을 열어 방산 분야 관계자들의 노고를 되새기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와 손잡고 ‘방위산업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전문성과 초협력을 위한 네트워킹 활성화도 추구하고 있지요. 현재 6기 교육이 진행 중인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채 회장은 우리 방산의 아프리카 진출을 제안하며 관련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대륙으로의 진출 출발선을 방산 수출로 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개최한 학회 창립 31주년 행사에서 ‘K방산, 이제는 아프리카다’를 주제로 특별강연 세션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멈추지 않고, 더 크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이 중요해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우리 방산이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성원과 애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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