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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인 GOP대대와의 만남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과의 인연으로 GOP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경관도 훌륭하고 장병들이 일하는 분위기도 좋아 보여 이곳에서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GOP 근무는 저만 신청해 바로 배치받았는데, 지금도 행복합니다.”
김 조리원은 2017년 4월부터 7사단 GOP대대 조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130여 명에 이르는 장병들의 입맛을 책임지는 만큼 모든 음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멸치육수로 낸 국물과 직접 개발한 방법으로 만들어 숙성한 양념장 하나면 끝이죠. 환절기에는 새우·멸치·사과 등 각종 재료와 함께 끓여 깊은 맛을 내는 국간장을 쓰면 장병들이 잘 먹더군요.”
김 조리원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식재료가 상하기 쉬운 여름에는 보관에 더욱 신경 쓴다.
그는 “날씨가 더워지면 요리하기 전 채소를 더 많이 씻고, 고기는 바싹 익혀 조리한다”며 “무엇보다 나와 조리병, 부엌과 식당 위생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장병 사랑은 식사 준비 과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방법으로 식재료를 활용하고, 조리병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 시설 교체를 건의하는 등 신경 쓸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김 조리원은 “깻잎 같은 건 양념해 장아찌로 만들고, 콩나물은 무침보다 간마늘·참기름·식초·설탕과 섞어 샐러드처럼 내주면 장병들이 좋아한다”며 “예전에 국 솥 앞 벽이 타일이었는데, 열을 받아 많이 부서져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꾸도록 부대에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일 왕복 2시간 걸려 부대 출퇴근
김 조리원은 매일 왕복 2시간을 들여 부대로 출퇴근한다.
평소에는 부대 관리관과 함께하지만 휴가·훈련이 있을 땐 자차를 이용한다. 그는 지난 추석 연휴에도 부대에 남은 장병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
김 조리원은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 해 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 아쉽다”면서도 “장병들이 잘 안 먹는 채소류를 최대한 잘 먹게끔 하려고 늘 고민한다”고 전했다.
김 조리원은 장병들의 ‘멘토’ 역할도 톡톡히 한다. 게임에 빠져 많은 돈을 쓴 장병이 더 중독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님과 함께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줬다. 이성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조리병을 일으켜 세우는 데도 일조했다.
“우울한 기분이 오래가는 게 안타까워 여자친구와 연락할 수 있게 용기를 주고, 휴가 나가기 전까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어요. 다들 아들 같은 장병이라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심한 배려와 조언 덕분일까. 군 생활을 마치고도 김 조리원을 향한 예비역들의 애정 공세가 끊이지 않는다. 본인의 결혼·취업 등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마다 연락하고, 김 조리원의 생일에는 스마트폰이 불난 듯 울린다. 서로 누가 먼저 연락이 닿는지 경쟁할 정도다.
“특히 명절만 되면 전역한 친구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이 와요. ‘잘 지냈어, 아들? 보고 싶어’라고 하면 ‘일 조금만 하시고 건강하셔야 한다’고 답이 돌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합니다.”
“진짜 엄마 품에 무사히 보내는 게 임무”
김 조리원은 장병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간다. 미처 식사 시간에 밥을 먹지 못한 인원까지도 일일이 챙긴다. “부대 특성상 근무 시간이 겹쳐 정해진 식사 시간에 밥을 못 먹는 근무자가 생기는데, 이들을 위해 따로 식사를 준비해 주신다”며 “마치 자식이 굶지 않도록 걱정하고, 건강을 챙겨 주는 어머니와 같은 분”이라고 전했다.
간부들에게도 김 조리원의 존재는 든든하다. 본인의 임무인 조리 외에도 부대 전반의 위생과 청결, 장병 건강관리까지 신경 쓰면서 GOP 완전작전의 ‘숨은 대들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양성호(중사) 급양관리관은 “보통 민간 조리원의 경우 조리병이 조리하면 간을 봐 주는 정도인데 김 조리원님은 부엌 기름때나 식판 열탕 소독, 냉장고 정리, 의자 청결관리까지 하는 등 한순간도 쉬는 걸 못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소병완(소령) 군수과장은 “부대 전입 이후 몸이 아팠을 때 따로 죽을 끓여 주신 적이 있는데, 그 정성 덕분에 빨리 나아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접종 당시에는 혹여나 장병들에게 피해가 될까 가장 먼저 백신을 맞으실 정도로 전우애까지 투철한 ‘대체불가’ 존재”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병들의 입이 마르는 칭찬에도 김 조리원은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부대에서는 제가 엄마니까 장병들이 탈 없이 잘 먹고 전역해 진짜 엄마 품으로 무사히 돌려보내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군 생활이든, 전역하고 겪을 학교나 사회생활이든 최선을 다해 준다면 전 더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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