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007 제임스 본드 권총의 원조

입력 2022. 09. 06   16:39
업데이트 2022. 09. 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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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 57. 베레타 M1934

1934년 이탈리아군 제식으로 선택 인기
발터 PPK 유명세에 묻혀버린 비운의 총
무게 660g·길이 15㎝ 단순하고 훌륭한 설계


대만 화산 제품의 베레타 M1934 모형 총기. M1934는 007 소설 시리즈 5편까지 제임스 본드의 총기로 활약하지만, 발터 PPK로 교체되는 소설 6편이 007의 첫 영화가 되면서 ‘본드의 권총’이라는 명성을 뺏기고 말았다.
대만 화산 제품의 베레타 M1934 모형 총기. M1934는 007 소설 시리즈 5편까지 제임스 본드의 총기로 활약하지만, 발터 PPK로 교체되는 소설 6편이 007의 첫 영화가 되면서 ‘본드의 권총’이라는 명성을 뺏기고 말았다.


007 제임스 본드의 권총이라고 하면 발터(Walther) PPK를 떠올리시겠지만, 사실 원조는 베레타(Beretta) M1934입니다. 이탈리아 총기 명가인 베레타의 M1934는 이탈리아군이 제식으로 선택할 정도로 1930년대에 꽤 인기 있었던 포켓 피스톨(Pocket Pistol)로, 작은 크기 덕분에 은밀히 활동하는 첩보원의 총기라는 설정이 붙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PPK의 유명세에 완전히 묻혀버린 비운의 총이 됐습니다. 오늘은 007의 원조 총기 베레타 M1934 이야기입니다.

 


007 영화 시리즈의 첫 작품 ‘살인번호(Dr. No)’의 DVD 커버 이미지. 제임스 본드가 손에 든 권총은 베레타 M1934를 밀어낸 발터 PPK.
007 영화 시리즈의 첫 작품 ‘살인번호(Dr. No)’의 DVD 커버 이미지. 제임스 본드가 손에 든 권총은 베레타 M1934를 밀어낸 발터 PPK.

 
소설에서는 첫 총인데, 영화 때문에

007 시리즈 첫 번째 영화 ‘살인번호(Dr. No)’에서 첩보 조직 MI5의 국장 M은 제임스 본드에게 “자네 아직도 베레타를 쓰나? 이것이 새로운 총일세”라며 PPK를 건네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통해 영상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본드가 발터 PPK 이전에 베레타 권총을 사용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첫 영화인 Dr. No는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소설 중에서는 6번째 작품입니다. 그 이전 소설까지는 본드가 M1934를 사용하는 묘사가 나오는데, 현대인들에게는 소설보다 영화 쪽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실제 첫 총이 두 번째 총인 PPK에 묻힌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 M1934는 ‘마하트마 간디’를 저격한 총이기도 합니다. 1948년 사건 당시 힌두 우익단체 회원이 암살에 썼던 총의 고유 모델 번호가 606824였다고 기록에 남아있지만, 여러 형식이 존재하는 이 총의 실물사진을 현재까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유번호와 근접한 모델들을 찾아 재현해 볼 계획이지만, 아직은 자료가 부족합니다.

M1934의 탄종은 .380ACP 와 .32ACP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장탄 수는 7발, 1935년형은 8발까지 가능했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무게는 660g으로, 620g의 글록(Glock)보다 무거운 친구입니다. 전체 길이가 15㎝ 정도이고, 단순하지만 훌륭한 설계로 튼튼해서 1930년대 총이 아직도 문제없이 발사된다고 하니 기본기가 총의 수명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유명세 비해 모형화는 여러 곳에서

M1934 모형은 여러 곳에서 출시됐습니다. 일본 웨스턴암스(WA)에서 가스블로우백(GBB)으로, 과거 에어건 명가 MGC에서도 발화모델 건으로 발매한 이력이 있습니다. 현재는 이 MGC 금형을 ZEKE에서 인수·생산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선 모니카에서 에어코킹(Air cocking)으로 발매했습니다. 방아쇠 등 일부 부속이 고증과 달랐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 모니카 금형을 아크로 모형에서 인수 후 아쉬운 부분을 수정하고, 재질을 헤비웨이트로 바꿔 발매해 꽤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대만의 화산이 발매한 전체 금속제 M1934 발화모델 건이 있습니다. 우선 재질이 아연 합금으로 당연히 중량감이 있습니다. 작은 총이라 오히려 시각적인 모습보다 훨씬 묵직하다는 반전의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덩치가 큰 것보다 이런 작은 총들이 금속 제품으로 출시됐을 때 만족감이 더 높은 것은 컴팩트 사이즈에 비해 높은 중량감으로 마치 실물을 손에 드는 듯 존재감이 강해서인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PPK나 M36 같은 작은 총들을 금속 재질로 처음 접하는 마니아들의 눈이 유독 빛나는 것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 전체 금속 콜트(Colt) M1911이나 데저트 이글(Desert eagle)이 있는데도, 화산 M1934나 PPK를 손에서 놓지 못하시더군요.


작고 묵직한 금속 모형 총기의 손맛

이번 작품의 베이스 모델이 바로 이 화산 모델 건인데, 아마도 MGC 제품을 복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산이라는 제작사가 좀 남다른 것이 모든 부속을 금속으로만 제작하는 고집이 있습니다. 심지어 글록의 하부 리시버나 탄창마저도 금속으로 만들어 실총보다 무거운 글록 모형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그 덕분에 순정 상태에선 다른 금속인데도, 강철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이 제품에서도 잘 발휘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컴퓨터 수치제어(CNC) 가공이 된 절제되고 세련된 마감의 에어소프트 건에 비하면 투박하고 두루뭉술한 외형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M1934에선 이 부분이 오히려 강점이 돼 오래되고 낡은 권총에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는 엉성한 품질이 필자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울퉁불퉁한 표면은 말끔하게 가공하고, 필요한 각도 살려주어 좀 더 살아있는 총의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에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부분은 제작사 각인이었습니다. 어찌나 깊고 강하게 새겨넣었는지 각인 외에도 슬라이드 전체가 움푹하게 눌려버려, 각인과 슬라이드 측면을 필요 한계점까지 갈아내는 데 고생을 했습니다. 그립은 고증과 다른 양각 각인이 박혀있어서 이는 실물을 매입해 대체했습니다.

당연히 그냥 맞지는 않아서 상당히 공들여 가공해 어렵사리 장착했고, 화산 모델 건이 블루잉도 잘 되는 편이라 표면 가공도 좋은 결과물이 나와 만족스럽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모형 총기도 다양하게 즐기는 환경으로 발전하고, 에어소프트 관련법이 조속히 마련돼 안전한 법의 테두리에서 폭넓고 자유롭게 즐기는 취미 분야가 되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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