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행사하려면 일단 영향력부터 갖자
불가능한 원대한 목표만 가지고
정부지원금만으로 운영한다면
일자리 창출·사업 확장 어려워
성과 지속적으로 내서 회사 살리고
월급 제때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그것이 진정한 사회적 가치 아닐까
얼마 전 강원도에 있는 모 부대를 방문하여 창업 관련 강의를 했다. 국군 장병들의 창업에 대한 열의가 정말 대단했고 진심인 것에 깜짝 놀란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강의를 들은 용사 여러분들과 다양한 얘기를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가치를 의미한다.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사회통합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경험상 어린 창업자일수록 단순히 돈을 추구하는 것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순수한 마음도 있고, 아직 사회의 때가 덜 묻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성숙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존경한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이 창업하면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사회적기업이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조직)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기업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리기업이 주주나 소유자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조직의 주된 목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동안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했으며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혁신해 왔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과 윤리적 경영문화 확산, 착한 소비문화 조성 등에 큰 기여를 해왔다. 비단, 법률로 정한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숙해지는 바람직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창업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 기업이 늘어남과 동시에 재무 수익과 함께 예측 가능한 사회 또는 환경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창업자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도 많이 든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다수의 기업이 실제로는 마땅한 수익모델 없이, 매출은 더더욱 없어 창업자의 개인 자금이나 정부지원금으로 힘들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직원을 채용하기도 어렵고 채용한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주기는 더욱 어렵다. 좋은 직원을 채용하기 어려우니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어렵다.
뜻은 좋으나 현실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사회적 가치에는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 환경 문제, 인권 문제,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 관련 문제, 노인 문제, 고용 문제 등 다양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쉬운 것도 없다. 정부 차원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자본이나 인프라도 없이 서너 명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 해결하기에는 더욱 역부족일 것이다. 그래서 겉멋이 아니라 ‘찐’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수익만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지원금만으로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으로서 매출과 같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성장을 해야만 한다. 특히 요즘같이 구직난이 심각하고 정리해고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최고의 사회적 가치는 직원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제때 꼬박꼬박 약속된 급여를 주며 창업자뿐만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가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짜 사회적 가치가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야만 직원들을 포함해 그들의 가족들까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고 그 토대 위에서 개인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정부지원금도 결국 국민의 혈세에서 나오기 때문에 정부지원금만으로 기업을 운영하거나, 정부지원금까지 받았는데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꼴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용어에 ‘Boil the Ocean’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바닷물을 끓이다’라는 말로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것으로 의역이 된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하려 한다는 것이다. 너무 범위가 넓고, 비현실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업무를 빗대어 많이 사용된다. ‘Boil the Ocean’이라는 용어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이 전 세계의 환경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기아·난민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아니면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한 분야에 뛰어들어 불가능해 보이는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많이 쓰인다.
투자자들도 이렇게 거창하고 원대하지만 불가능한 목표를 꿈꾸는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가치는 있지만 생존가능경영이 안 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작은 스타트업이 바닷물을 끓이려다가 본인부터 말라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작은 영역, 작은 문제라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힘을 키우자.
전 세계를 구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힘과 자본력을 갖춘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사회적 가치보다는 우선 회사를 살리고, 직원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급여를 제때 잘 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것이 진정한 사회적 가치다.
오늘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예비) 창업자들, 특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영향력부터 갖기 위해 노력하자. 그 어떤 영향력도 없으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직원들 급여도 못 주면서 탄소 중립을 외치고 가족이 먹고살 돈도 없는데 기부를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우 수나 유튜브의 구독자 수도 중요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진짜 영향력을 갖자.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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