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시대 교사의 미래
지식 전달자로서 AI·로봇 역량 막강
소통·공감 능력 함양…직무 고충 없어
기술 발달로 사람 대체 가능할 수도
학교는 콘텐츠 큐레이터 등 확보
교사는 디지털 문해력 향상 필요
동기부여 등 본연의 역할 찾아야
로봇과 협업…자유·창의 교육으로
교사는 기계에 대체되지 않으리라고 첫손에 꼽히는 직업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현장 교육만큼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교육 분야의 잠재 자동화율이 27%로 업종 중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궁극적으로 기계에 대체될지라도 가장 늦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연 그럴까.
혁명적 변화에 직면한 학교 교육
교육은 확실히 변화가 더딘 분야다. 멀리 18세기 말 프로이센의 의무교육, 가깝게 20세기 초 미국의 표준교육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학교 공교육 체계는 21세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컴퓨터와 대형 스크린 등 교실 풍경은 달라졌어도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학생을 마주하고 지식을 가르치는 모습은 그대로다. 정보화와 지식사회에서도 바뀌지 않던 학교 교육이 드디어 혁명적인 변화에 직면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등장한 온라인 수업을 뜻하는 게 아니다.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이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식과 속도로 배우는 학교 교육이 막을 내린다.
그 대신에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학생마다 다른 요구를 모두 맞춰주는 개인 맞춤 교육 시대가 열린다.
변화는 이미 시작했다.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의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 구글이나 유튜브만 검색해도 다니는 학교의 교사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을 전달할 사람을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다. 입시 교육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스타강사, 이른바 ‘1타 강사’의 강의 내용을 누구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몸을 풀지 않았지만, 일부 등장한 AI와 로봇 교사가 보여준 역량은 더욱 막강하다. 여러 학생의 동시다발 질문에 모두 답한다. 하루 24시간 종일 일한다.
앞으로는 학생의 질문과 음색, 동공 변화 등을 분석해 학습 이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판단할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학생마다 다른 학습 장애요인을 찾아내고 그 해법까지 제시할 기초이기 때문이다. 학생마다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따로 제공한다. 누가 낙오하든 말든 모든 학생이 정해진 진도 일정에 맞춰 나가는 현 교육과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로봇 교사는 친절하다.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해도 전혀 짜증 내지 않으며 눈치도 주지 않는다.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자로 한정하면 로봇 교사로 빨리 대체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AI 로봇에게 고민 상담하는 학생들
교과지식 전달은 사실 교사 역할의 일부다. 지적 호기심을 북돋고 동기를 부여한다. 윤리와 인성을 가르친다. 고민이 있는 학생과 만나 진로뿐만 아니라 인생 상담도 해준다. 친구를 돕거나 협력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쩌면 지식 전달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이런 역할이 교직 사회에서 사라져 간다. 특히 동북아 국가를 비롯해 입시 교육이 강한 나라에서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교사의 업무 가중과 권위 추락, 교사·학생·학부모 간 신뢰 하락, 법적 갈등 증가 등 그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교사가 많다. 그런데 AI와 로봇 교사가 교사도 놓치고 있는 이 역할까지 넘본다. 몇 년 전 스페인 벤처기업과 미국 IBM이 몇 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AI 로봇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학생들이 우정을 주제로 온라인 게임을 하게 한 다음 개별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수집한 대화 내용을 자연어로 분석해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을 신속하게 발견했다. 학교 따돌림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수개월, 심지어 수년 동안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AI 로봇은 이를 며칠 만에 찾아냈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실험에 참여한 학생 4000여 명의 반응이다. 대부분 친구나 선생보다 AI 로봇에게 더욱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감정 없는 로봇이 사람보다 더 소통과 공감 능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HAL 9000(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인공지능 컴퓨터)’과 같은 AI 로봇은 그 공감 능력이 인간에 못지않다. AI 로봇이 발달하면 교육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오히려 다른 분야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가르침과 배움은 비슷해 보여도 관점은 정반대다. 현 학교 교육은 가르침에 초점을 맞춘다. 교실 안의 학생이 한눈을 팔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본다. 이 관점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이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 첫 관문인 시험을 잘 치르도록 돕는 일이다.
배움의 관점은 다르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스스로 잠재력을 발견하고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나만을 위한 교육을 원한다. 기술 발전 덕분에 교사와 학생이 일대일이 아니어도, 교실이 아니어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
활발해지는 ‘에듀테크’ 개발 움직임
현 젊은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기성세대와 지식의 획득 경로부터 소화력까지 다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을 처음 쓴 마크 프렌스키는 “교육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시대에 뒤처진 디지털 이전의 언어를 갖고서 거의 완전한 디지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가르치려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들이 이 격차를 빨리 좁혀야 기계에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학교는 앞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모으고 관리하는 콘텐츠 큐레이터,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을 확보해야 한다. 교사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부터 키워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플랫폼에 접근해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읽고 쓰기, 수학, 과학, 외국어와 함께 교육의 핵심 과정이 될 것이다.
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움직임도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다. 이른바 ‘에듀테크’다. 인도의 경우 에듀테크 관련 스타트업이 4500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창업한 업체가 많지만 높은 교육열과 시장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로봇 교사와 같은 핵심 기술 개발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학생들을 마치 공부하는 로봇처럼 만든 것이 한국의 학교 교육이다. 로봇 교사에게 어떻게 교육을 맡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이들 덕분에 학교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교육 현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학교와 교사가 동기부여 등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되찾는다면 말이다. 애플 교육 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존 카우치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은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교사의 가르침을 대체할 수 없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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