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3사관학교] 스스로 질문하고 다 함께 답을 찾는 훈련, 주도하다

배지열

입력 2022. 08. 01   16:52
업데이트 2022. 08. 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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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호국간성 하계 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④ 육군3사관학교

 
자기주도학습 첫 적용 성과 극대화
생도들 자율적 교범 학습·예행연습
호기심 갖고 연구…감 아닌 실력 향상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떤 일이든 이루려면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이 문구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신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고 답을 알게 되면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각 사관학교에서도 자기주도학습을 적극 도입·시행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3사)도 마찬가지다. 3사는 생도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도록 최신식 장비와 훈련장을 지원해 학구열을 뒷받침한다. 특히 3사는 지난달 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진행하는 올해 하계 군사훈련에 자기주도학습을 최초로 접목함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정예 장교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3사 생도들의 하계 군사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육군3사관학교가 지난달 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진행하는 올해 하계 군사훈련에 자기주도학습을 최초로 접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한 생도가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가 지난달 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진행하는 올해 하계 군사훈련에 자기주도학습을 최초로 접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한 생도가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고 있다.
편제장비 훈련장에서 한 생도가 K201 유탄발사기를 조준한 뒤 사격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편제장비 훈련장에서 한 생도가 K201 유탄발사기를 조준한 뒤 사격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소대전투 훈련에서 생도들이 작전지도를 보면서 전술을 구상하고 토의하는 모습.
소대전투 훈련에서 생도들이 작전지도를 보면서 전술을 구상하고 토의하는 모습.
화생방 훈련장에서 생도들이 서로 방독면 정화통 교체를 도와주는 모습.
화생방 훈련장에서 생도들이 서로 방독면 정화통 교체를 도와주는 모습.


실사격 후 ‘고벽카드’로 문제점 해결

지난달 26일 3사가 있는 경북 영천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배움의 열기가 3사 훈련장 곳곳을 뒤덮고 있었다.

“탕! 탕! 탕!” 귀청을 울리는 총성이 가득한 사격훈련장. 올해 임관평가를 받는 4학년 생도들의 소총 사격이 한창이었다. 각각 50m(5발)·100m(9발)·200m(6발) 표적에 서서쏴·엎드려쏴 두 자세로 번갈아 가며 사격해야 한다. 다른 거리의 표적이 동시에 올라오기도 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3사는 지난해까지 하계 군사훈련 때 실사격을 4차례 했지만 올해부터는 2차례로 줄였다. 자기주도학습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사격 이후 부족한 점이나 반복 실수하는 부분을 의미하는 ‘고벽(痼癖·굳어져 고치기 어려운 버릇)’ 카드를 작성하도록 했다. 자신의 문제점을 직접 적어 보면서 해결책을 고민하도록 하는 용도다. 이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또는 교관·조교·동기에게 물어 돌파구를 찾는다. 이어 고벽 해소 사격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다음 훈련으로 넘어간다. 과거에는 많이 사격하면서 감각을 익혔다면, 이제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셈이다.

자기주도학습을 도입하자 사격 명중률이 오르는 선순환 효과가 따라왔다. 4학년은 지난해와 비교해 20발 중 18발을 명중하는 특급 사수가 46.5%에서 62%로, 1등 사수는 75.1%에서 83%로 높아졌다.


동기들과 노하우 공유…좋은 결과에 ‘만족’

특히 지난 1월 입교해 첫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3학년은 특급 사수가 26%에서 51.5%로, 1등 사수는 52.3%에서 79.3%로 수직상승했다.

4학년 김범수 생도는 “무릎쏴 자세에서 몸이 계속 흔들렸는데 동기들과 노하우를 공유한 결과 팔꿈치 사이 너비를 좁히고, 몸의 중심을 뒤에 두면 된다는 해결책이 나왔다”며 “자기주도학습 덕분에 짧은 시간에 실력이 늘었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전했다.

3사는 이번 하계 군사훈련의 중점을 ‘스스로 계획하고 평가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 배양’에 뒀다. 이에 생도들은 모든 교육훈련에 앞서 자율적으로 교범을 학습하고, 예행연습을 한 뒤 실제 훈련을 받는다.

손은석(대령) 군사훈련처장은 “이전에는 생도가 수업만 들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공부하고 이야기하면서 머릿속에 그 내용을 각인하는 것이 차이”라며 “임관 후 각급 부대에서 다양한 상황과 장비 사용법을 장병들에게 가르쳐야 할 예비 장교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자기주도학습 효과는 오염상황 극복훈련장(화생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스실습실에서 나온 생도들에게 주어진 임무카드에는 현재 오염지역을 통과한 상황으로, 방독면을 절차에 따라 해제하고 개인 제독을 하라는 과제가 적혀 있었다.

생도들은 옹기종기 모여 각자 알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행동할지 논의했다.


응용·구체적 활용방법 등 다양한 생각 나눠

2명이 먼저 제독키트로 장갑과 방독면을 닦아 해제하고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다른 대원들도 절차를 따라 했다. 중간중간 “얼굴을 만지면 안 된다” “장비를 닦은 제독키트로 피부를 닦지 말라”는 등 소통하면서 학습과정을 주도했다. 교관과 조교는 생도들이 질문했을 때, 과제 완수 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거나 올바른 수행방법을 제시했다.

박광국(대위) 화생방 교관은 “예전에는 단순히 어떤 개념에 대한 질문이 가끔 나왔다면, 이번 훈련에서는 생도들이 구체적인 활용방법이나 자신이 생각한 응용법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질문까지 나온다”며 “자기주도학습 시행 이후 생도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갖고 예습·연구하는 자세가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충분한 연습과 학습 이후 실제 세열수류탄을 던지는 수류탄 훈련부터 약 200m 거리의 표적을 맞히기 위해 서로 자세와 고각을 확인해 주는 K201 유탄발사기 훈련까지, 모든 훈련은 생도들의 자기주도학습이 기본이었다.

‘소대전투’는 3사 하계 군사훈련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지금까지 배운 전투기술을 종합 평가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경계-화생방-수류탄-전투부상자처치(TCCC)-각개전투 등 5개 부문에서 총 9개 상황이 부여된다.

훈련이 시작되자 소대장 생도가 작전지도를 보면서 전술을 구상했다.


훈련의 꽃 ‘소대전투’에 마일즈 장착

다른 생도들도 진지·철조망 등이 혼재된 지형 특성을 빠르게 파악해 기동 경로를 어디로 잡을지 논의했다. 경계 임무를 맡은 생도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이들은 연막탄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철조망을 넘어 적 장애물 지대를 통과했다. 소대전투는 조교로 구성된 대항군을 격멸하거나 설정된 목표지역을 점령하면 종료된다.

3사는 올해부터 소대전투 훈련·평가에 다중통합레이저교전체계(MILES·마일즈) 장비를 도입했다. 생도는 실전과 가까운 상황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학교는 실시간으로 생도가 처한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모습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

김용태(중령) 전술학과장은 “예를 들어 소대가 적과 만났는데 우회로 돌파하지 못하고 멈춰 있다면, 그 시간과 이동 경로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반영되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면, 앞으로는 객관적인 전투지휘능력 전반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68년 창설된 3사는 교내 훈련장을 포함해 영천시 일대에 각종 전투기술 훈련장을 확보하고 있다. 강구한(소령) 정작장교는 “훈련장과 교관을 자체적으로 운용해 연중 언제나 훈련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며 “동·하계 군사훈련 기간 외에 일반 학기 중에도 생도들이 훈련 내용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훈련을 편성한다”고 소개했다.


배지열 기자
조종원 기자 < alfflx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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