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일의 미래

서빙 로봇만 있나요? 튀기고 끓이고 다 합니다

입력 2022. 07. 25   16:40
업데이트 2022. 07. 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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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上) - 주방에 들어온 로봇
 
키오스크 활용해 주문·결제
서빙 로봇으로 인건비 줄여
 
대체불가로 여겨졌던 주방 로봇
미국서 활기 띠다 자금난에 고개
고급 레시피·맞춤형 식단 구현
맛으로 승부하며 본격 확산 가능성

 

스파이스 매장에 있는 여러 개의 웍이 주어진 레시피대로 음식을 조리해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앞에 놓인 그릇에 쏟아낸다.  사진=스파이스
스파이스 매장에 있는 여러 개의 웍이 주어진 레시피대로 음식을 조리해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앞에 놓인 그릇에 쏟아낸다. 사진=스파이스

로봇이 들어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곳이 식당이다.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나르고 서빙하고 결제를 돕는 모든 과정에 사람 손길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최근 깨졌다. 로봇이 식당 안에 들어와 사람들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출발은 주문과 결제다.

요즘 커피숍과 음식점에 가면 키오스크(Kiosk)가 먼저 반긴다. 원하는 음료나 음식을 주문한다. 매장에서 먹을지, 싸 갈지 결정한다. 카드로 결제하면 주문 내용이 주방에 전달된다. 직원은 주문대로 음식과 음료를 만들어 쟁반(트레이)에 올려놓고 구두 또는 진동벨과 손님 휴대전화로 알린다. 키오스크 주문·결제는 커피, 햄버거, 샌드위치, 피자와 같은 간편음식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점으로 확산했다. 음식점은 매니저 한 명의 인건비를 줄인다.

다음은 서빙이다. 일부 음식점이 서빙 로봇을 이용한다. 바퀴를 단 이동식 트롤리나 왜건 모양의 자율주행 로봇이다. 스스로 움직여 테이블로 음식을 나른다. 동작인식 기능으로 가로막은 장애물이나 사람을 피한다. 손님이 떠나면 테이블에 남은 식기를 치우는 직원 옆에서 기다렸다가 다 담으면 설거지하는 곳으로 움직인다. 음식점은 서빙 직원의 인건비를 줄인다.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요리사다. 음식 맛을 결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생명을 좌우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깨끗하고 실내장식이 멋진 음식점이라도 맛이 형편없으면 손님이 끊긴다. 정형화하고 규격화한 재료에 맛까지 균일한 패스트푸드라면 모를까, 일반음식점에서 주방장은 절대적인 존재다. 대체불가이기에 주방장은 다른 종업원과 다른 대접을 받는다. 급여도 높거니와 주인과의 관계도 동등하거나 심지어 우위인 경우도 있다. 요리법(레시피)을 주방장만 알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음식점 주인이 주방장을 겸하기도 하지만 따로인 경우도 많다. 이 주방장이 갑자기 그만두기라도 하면 음식점은 새 사람을 찾을 때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 새 주방장의 실력이 더 낫기는커녕 맛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음식점 주인은 ‘주방장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꿈일 뿐이다. 그런데 이 꿈이 현실이 됐다. 기술혁신의 메카 미국이 앞장섰다.

스파이스(Spyce), 잇사(Eatsa), 카페X, 티봇(TeaBOTt), 줌(Zume), 크리에이터, 요카이익스프레스(Yo-Kai Express), 블렌디드(Blendid), 차우보틱스(Chowbotics) 등 로봇 레스토랑이 4~5년 전 잇따라 등장했다. 대부분 신생기업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처럼 젊은 층이 많고 인건비가 비싼 곳에 앞다퉈 매장을 냈다.

카페X,티봇, 블렌디드는 각각 커피, 차, 스무디를 만드는 로봇 레스토랑이다. 잇사는 채식, 스파이스와 차우보틱스는 샐러드를, 크리에이터와 줌, 요카이익스프레스는 버거와 피자, 라면을 각각 만든다. 맛은 기대 이상이어서 반응이 좋았다. 패스트푸드가 아닌데도 음식이 빨리 나왔다. 로봇이 만드는 음식 조합도 많았다.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사람들이 열광하자 이들 업체는 많게는 수천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시장 기대치가 컸다. 그러나 붐은 얼마 가지 않았다.

개점한 지 불과 1~2년이 안 돼 문을 닫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자금난에 비용 증가가 겹쳤다. 지난해 차우보틱스를 인수한 식품배달업체 도어대시는 샐러드 제조 로봇사업을 접기로 이달 결정했다. 거품이 꺼지자 ‘주방 로봇은 시기상조’라는 회의론이 다시 득세했다.

이러한 결론이야말로 성급하다. 스파이스와 같은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을 조금 더 지켜본 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다. MIT 출신이 만든 스파이스는 요리 전 과정을 자동화한 회사다. 기술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그러면서도 레스토랑 본연의 경쟁력인 맛에 집중했다. 스타 요리사를 영입해 고급 샐러드 레시피와 개인 맞춤형 식단을 구현했다. 한국, 태국, 레바논 등 글로벌 식단도 갖췄다.

이 회사를 지난해 스위트그린이 인수했다. 미국에서 주목받는 샐러드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다. 140여 개 전국 매장에서 앱 주문과 배달시스템을 구축했다. 스파이스의 로봇 기술까지 도입하면 진정한 스마트 레스토랑에 한층 다가간다. 스위트그린과 스파이스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주방 로봇은 요식업계에 본격 확산할 전망이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 걱정을 덜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까지 충족하는 성공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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