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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균형…장기전 대비하라

입력 2022. 07. 22   17:27
업데이트 2022. 07. 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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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반기 러시아의 전략동향 평가: 우크라이나 사태 평가 및 전망

진영 대결구도 가속·경제안보 악화

서방, 러시아 압박 강화에도 유엔 국제사회 결속력 약화
휴전협상 비공식 접촉 전망…완전한 종식은 어려울 듯
한·러 관계 동결 불가피…국익 관련 차별화된 접근 필요

 


전쟁 경과 및 전황 평가

러시아군이 자국민 보호 및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다섯 달이 경과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3월 25일 전황 브리핑에서 1단계 작전을 성공적으로 종결하고 동부축선의 돈바스 지역을 조기 점령한다는 2단계 작전 목표를 발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3일 러시아군이 루한스크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밝히면서 작전적 정지를 통해 전투력을 복원하고 향후 도네츠크주에 군사력을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군사 목표인 돈바스 지역 외 하르키우, 자포리자, 헤르손, 미콜라이우를 부분 점령하면서 향후 작전지역의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최소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며, 우크라이나 국민 중 약 900만 명이 해외로 피란했다. 전쟁으로 인한 일일 평균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손실은 약 5조 원으로 평가되며, 재건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970조 원에 이른다.

러시아군은 2단계 작전부터 지상군 위주의 근접작전 대신 포병 및 항공우주군의 화력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를 강요하는 등 작전적·전술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루한스크 점령 과정에서 러시아군은 이지움과 리만을 우선 점령해 세베로도네츠크에 배치된 루한스크 주력의 이동 및 전환, 그리고 타 지역의 군사력 유입을 차단했다. 러시아군은 근접전투는 최대한 피하면서 좁은 공간에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넣고 대규모 화력작전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깔때기 전술’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서방의 대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통합적 대응은 크게 경제제재, 무기 지원, 그리고 서방 동맹국들의 전략적 연대를 통한 러시아 봉쇄로 구분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 40여 개국은 개전과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서방은 금융·첨단기술·에너지 분야는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인척 등 주요 인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또 개전 4일 만에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고강도 조치를 통해 봉쇄 수위를 높였다. 최근 제6차 제재안 합의에 따라 유럽연합은 연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 감축하고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서방 20여 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통해 동맹 보장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개전 이후 무기 지원과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약 73억 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전쟁에 지출했다. 최근 미국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M777 곡사포 등 우크라이나의 공격력 강화를 위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게파르트 대공전차 및 스팅어 대공미사일을 제공했으며,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T-72 전차 및 BMP 계열 보병 장갑차 등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상호운용성이 높은 무기를 지원했다.

나토는 지난달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상회의를 하고 러시아 및 중국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나토의 신전략 개념은 러시아를 가장 ‘직접적 위협’으로,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나토는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해 미 F-35 2개 대대의 영국 주둔과 미 5군단 사령부의 폴란드 전개, 그리고 전투부대의 순환배치와 같은 방위공약을 발표했다.


전쟁의 파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의 대결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총회에서 벨라루스, 북한, 시리아 등 5개국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5개국, 브라질 등 35개국은 기권 의사를 통해 러시아 입장을 지지했다. 4월 7일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정지 결의안 채택을 위해 소집된 특별총회에서는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비해 국제사회의 결속력이 느슨해졌다.

중국은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 및 대륙별 개도국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상호 간 접근을 강화해 나가는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 플러스(BRICS-Plus)’와의 연계성 모색을 통해 나토의 확장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비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의 점유율은 각각 40%와 27%를 상회한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으며,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을 제로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는 공급망 확보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용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곡창지대에서 생산되는 밀, 보리, 옥수수, 해바라기유 등은 세계 식량안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물자원이다. 하지만 러시아 흑해 함대가 우크라이나의 해상교통로를 통제하고 전쟁 여파로 곡창지대가 훼손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곡물자원의 원만한 유통이 제약받고 있다. 최근 세계식량지수는 160에 육박하는 가운데 밀과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일부 저개발국가의 식량안보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전망

외교, 정보, 군사 및 러시아 국내 요인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망하고자 한다. 먼저 외교 측면에서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계속 강조하면서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제77주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나치즘에 맞서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적을 언급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협상 재개를 위해 서방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고, 휴전협상의 주체를 미국 등 서방 주요국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해석된다.

이어 정보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전쟁은 정보전, 심리전, 우주전 등 다양한 형태의 전쟁 양상이 혼재돼 있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개전 초기 공중우세를 달성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공중우세 달성의 실패요인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우주작전 지원을 지목한다. 즉 러시아는 미국이 보유한 2800여 개 이상의 상용위성이 우크라이나에 위성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방이 우주공간에서 러시아 위성항법시스템을 공격했다고 의심한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전통적 공간 외에도 우주·사이버·인지영역 등으로 작전공간이 확장되고 있기에 향후 양측의 휴전협상에서 다뤄질 휴전조건 등 의제의 복잡성 역시 심화하고 있다.

또 군사 측면에서 볼 때 서방 20여 개국은 우크라이나의 공격력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러시아군은 서방이 하이마스, 하푼미사일 등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결정하자 약 40일 만에 키이우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자국의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졌다고 인식한다. 향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다연장로켓(MLRS) 등 공격능력을 갖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할 경우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의 공격이 강화될 개연성이 높다.

한편 나토는 지난 6월 정상회의를 계기로 핀란드와 스웨덴을 정회원으로 수용하면서 나토의 진출선은 러시아 국경과 마주하게 됐다. 여기에 미 5군단 사령부의 폴란드 전개 및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강화 등은 러시아를 크게 압박할 전망이다. 러시아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말까지 14개 부대를 신편할 예정이며, 나토의 군사력 확장에 대응해 공수군의 원거리 투사능력을 강화하고 전략미사일군을 추진·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 이상이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특징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6월 지지율은 83%다. 푸틴 대통령과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충성도를 고려할 때 전쟁 지속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및 비무장화라는 제한된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소모전을 전략적으로 장기화할 것이다.


시사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휴전협상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서방 간 비공식 접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전협상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이스탄불협정과 같은 성과도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민스크협정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배경이 됐던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휴전협상의 성과가 이번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근본적 조치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한·러 관계의 동결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주변 4강이자 북핵 문제 해결의 주요 행위자이기 때문에 우리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요구된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러제재 연대정신을 존중하고 합의사항을 온전하게 이행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견인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과 같은 군사 상황이 양국 간 우발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국방 당국 간 소통채널 유지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심층적인 전훈 분석으로 한미 연합작전계획 발전은 물론 부대구조 및 무기체계 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교훈을 도출해야 한다. 또 첨단무기와 재래식 전력의 균형, 그리고 3군 합동전력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고도화하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장병의 정신적 대비태세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정책 발전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첨단무기체계 조기 전력화 등 ‘국방혁신 4.0’ 가속화를 위한 중단 없는 노력이 절실한 시기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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