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가상인간 ‘이세돌’을 아십니까

입력 2022. 07. 20   16:23
업데이트 2022. 07. 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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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버튜버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VR 오디션·팬 투표로 멤버 선발
팬들이 그룹 함께 만들고 키워
실존 걸그룹 못잖게 인기몰이
 
개인 정보 노출 원치 않지만
방송 만들고 싶은 직장인·학생
버추얼 유튜버에도 관심 높아

 

가상현실 속 여성 캐릭터 6명으로 이뤄진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사진=나무위키
가상현실 속 여성 캐릭터 6명으로 이뤄진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사진=나무위키
배우 유아인을 본뜬 가상인간 무아인.   

 사진=무신사
배우 유아인을 본뜬 가상인간 무아인. 사진=무신사

혹시 ‘이세돌’ 님을 아십니까?

2016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ago)와 대국을 치른 바둑기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필자가 물어본 건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다.

‘이세돌’은 가상현실 속 여성 캐릭터 6명으로 이뤄진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이다. 이들의 파급력은 단순히 소수의 유튜브 이용자에게만 한정돼 있지 않다. ‘이세돌’의 데뷔곡은 공개 당시 벅스 차트 1위를 찍은 바 있으며,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2022년 7월 기준 약 800만 회를 기록 중이다.

여느 실존 걸그룹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지만, 진짜 사람은 아닌 ‘가상인간’에 대한 소비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실 가상인간을 필두로 한 광고 혹은 마케팅 전략은 이미 모든 기업에서 시장성을 인정받은 방법이다. 많은 기업 중 특히 게임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가상인간 제작은 게임회사가 원래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게임 업계에서 가장 시도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바타나 NPC(Non-Player Character·게임에서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 같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세계관을 만드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가상인간을 기획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단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가상인간을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원하는 이미지에 맞는 인물을 찾는 것이 아닌, 가장 적합한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한 번에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며, 할 수 없는 일이나, 갈 수 없는 곳도 가상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부 유명인에게서 발생하는 사생활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초기 개발 시점에는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일단 제작되면 활용도가 높아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다. 광고·엔터테인먼트·인플루언서 활동 등에 고루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최근에는 가상인간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기업이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러한 장점들을 활용하지 않을 기업이 적을 리가 없다. 게임 업계 외 다른 영역의 기업들도 가상인간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실제로 성과도 좋은 것으로 확인된다. 패션기업 무신사는 지난 6월부터 배우 유아인을 본뜬 가상인간 ‘무아인’의 TV CF를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무아인 CF 이후 무신사 방문 수는 전주 대비 270% 증가했다고 한다. 이미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이자 신한라이프 CF 주인공인 ‘로지’는 2021년 하반기에만 벌써 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업계에서 추산하기로, 국내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은 약 150명으로 집계된다고 한다. 더불어 마켓스앤마켓스는 2025년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을 14조 원 규모로 전망하기도 했다.

소비 트렌드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가상인간은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앞서 말한 이세돌 같은 ‘버튜버’의 등장으로 한 단계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세돌은 기존의 버튜버와는 또 다르게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팬들, 즉 수요가 견인하여 탄생한 가상인간이라는 점이다. 이세돌은 가상현실 속 오디션과 팬들의 투표로 선발됐다. 팬들은 그룹 자체를 함께 만들고 키워 간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즉, 기존의 가상인간이 가상현실 속의 가수 콘셉트에만 충실했다면 이세돌은 ‘내가 만든 걸그룹’이면서, 메타버스와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팬들과 소통하는 인물이다. 즉, 일반인들이 가상인간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가상현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은 상당히 낮아졌다. 버튜버를 만들고자 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버추얼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버튜버 만들기’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은 2022년 7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조회수 24만 회를 기록했다.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방송하고 싶지만 개인정보를 노출하길 원하지 않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학생, 청소년 등이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인정보 노출로 인해 위협을 당할 확률도 낮으며, 외모를 비하하는 악성 댓글로 상처받을 일도 없다. 버추얼 유튜버 운영을 통해 이러한 점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가상인간과 관련해 앞으로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해보자면, 기업과 소비자 입장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공급자 측면에서는 앞으로 버추얼 휴먼이 모든 기업의 로고를 대체할 수도 있을 만큼 마케팅의 수단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사실 당장의 수익성을 보고 가상인간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가상인간의 활동이 수익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비 등을 고려하면 목적이 수익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가상인간은 향후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고 시장이 커졌을 때를 대비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주도한다는 관점에서 필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세돌의 사례처럼 앞으로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이 아니라,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현실공간의 세계처럼 또 다른 세계 속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지금의 버추얼 휴먼 뒤에는 실제 인간인 배우·댄서·가수·성우·기획자가 있다.

하지만 미래에 초거대 AI, 음성합성 AI가 결합한다면 ‘찐’ 버추얼 휴먼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방향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이루다 쇼크’처럼 버추얼 휴먼이 인간의 편견과 혐오를 학습하거나 인간으로부터 학대·희롱당할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2020년 12월 말 출시한 ‘딥러닝’ 방식의 20대 여성 대학생 AI 챗봇이다. 하지만 이루다가 이용자와 대화하며 여성과 동성애, 장애인에 대한 혐오 메시지나 흑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전송한다는 등의 문제가 식별되며 3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또 가상인간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기반 기술이 싸고 가벼워질수록 AI 보이스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지인의 얼굴을 본뜬 비디오 피싱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소비자 자정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기업-소비자-정부, 시장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른 노력이 필요한 시장임과 동시에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인 이유다.
버튜버

동영상을 찍을 때 실제 사람 얼굴이나 몸 위에 만화 캐릭터 등을 덧씌워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 ‘버추얼 유튜버’를 지칭한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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