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작지만 강력하다 ‘킹스맨’이 선택한 그 총

입력 2022. 07. 19   16:06
업데이트 2022. 07. 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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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TT-33 토카레프
 
1930년 소련 총기 설계자 개발
길이 20cm 이하 아담한 크기
적은 부품에 대량 생산 적합 ‘장점’
영화 ‘킹스맨’ 등장해 인기 누려
대만 WE, 토카레프 재현·발매

 

영화 킹스맨에 등장한 TT-33 토카레프 권총 모형 총기. 소총의 유탄발사기 느낌의 산탄발사기와 소음기가 장착된 것이 눈에 띈다.
영화 킹스맨에 등장한 TT-33 토카레프 권총 모형 총기. 소총의 유탄발사기 느낌의 산탄발사기와 소음기가 장착된 것이 눈에 띈다.

산탄발사기에는 산탄 한발이 들어가며, 탄창은 순정과 다를 바 없다. 해머가 작아지고, 그립이 목재로 바뀐 것도 영화 소품 버전의 특징.
산탄발사기에는 산탄 한발이 들어가며, 탄창은 순정과 다를 바 없다. 해머가 작아지고, 그립이 목재로 바뀐 것도 영화 소품 버전의 특징.

간혹 잊힌 무기나 장비가 영화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제는 지구에서 사라진 구 소련이 서방제 자동권총을 모방해 만든 토카레프(Tokarev) TT-33(일명 떼떼권총)을 부활시켜 화제가 된 영화 ‘킹스맨(Kingsman)’이 그 한 예입니다.

블루잉 작업 후 영화 느낌을 살려주는 봉인된 편지 등이 동봉된 패키지와 함께 촬영한 모습.
블루잉 작업 후 영화 느낌을 살려주는 봉인된 편지 등이 동봉된 패키지와 함께 촬영한 모습.


단순하고 만들기 쉬운 권총

토카레프는 구 소련의 제식 권총입니다. 1930년 소련의 총기 설계자 표도르 바실리예비치 토카레프에 의해 탄생했고, 이전까지 사용하던 나강 리볼버를 자동권총으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7.62×25㎜ 토카레프 탄을 사용하며 장탄 수는 8발입니다. 작동은 쇼트 리코일(Short recoil) 방식입니다. 길이가 20㎝가 넘지 않는 비교적 아담한 크기로, 다루기 쉬운 적당한 크기와 무게가 강점입니다. 콜트(Colt) M1911 권총 대비 20% 가벼운 850g에 불과합니다. 외형은 벨기에의 FN M1903과 닮았다고 하나, 주로 서방측 자동권총 대명사 콜트 M1911의 복제품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내부는 또 다른 독자적인 구조인것을 보면, 당시 리볼버에서 자동권총으로 변화하던 시기와 맞물려 그런 오해를 받은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식으로 사용된 기간은 1933년부터 1954년으로 길지 않지만, 공산권 국가 대부분이 사용했던 베스트셀러로 복제품도 엄청난 수가 생산돼 오늘날까지 여러 분쟁지역에서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련은 철을 다루는 기술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미국이 소재의 특성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면, 소련은 철의 활용에 적극적이면서 가공 능력이 화려했습니다. 서방 측이 정밀 절삭 가공 기술을 높일 때, 소련은 철판을 얇게 펴서 말고 내구성 있게 용접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소재로 둔갑시켰습니다. 미국이 복합소재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소련은 얇게 편 철판의 강도를 보강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철제 제트기를 날리고, 철제 우주 로켓을 쏘아 올려 미국을 당황케 했습니다.

소련의 걸작인 AK 소총도 유명하지만 이 토카레프 역시 소련의 철을 다루는 솜씨가 잘 발현된 총입니다. 서방 측의 총들처럼 정밀하거나 명중률이 월등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적은 부품 수와 신뢰도 높은 발사 성능,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공이치기(Hammer)의 코킹(Cocking) 상태로 안전을 설정할 수 있는 단순함 등 개발도상국과 경공업 기술이 부족한 제3세계 국가에서도 대량 생산하기에 적합한 권총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전장에서의 권총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무장이 필요한 보직에 지급되는 것인지라 어디까지나 제식 권총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값싸고 만들기 쉬우면 장땡’이라는 인식 아래 토카레프는 필요한 시기에 등장한 딱 적합한 권총이었습니다. 북한도 66식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생산해 무려 50년 넘게 제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때 TT-33의 제식 명칭에서 TT 발음이 ‘떼떼’라고 번역되며 ‘떼떼권총’이란 별칭이 붙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최대 생산국 중 하나가 중국일 듯싶은데, 1951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종의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권총에 산탄총 결합 마(魔) 개조

이렇게 냉전 시대 공산권의 상징 같은 권총이 소련 붕괴 이후 서서히 잊혀갈 때쯤 흥행이 터져버린 영화 한 편이 있었으니, 바로 2015년 개봉한 영화 킹스맨 시리즈의 시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입니다. 구닥다리 낡은 소련제 권총이 이 영화에서 그야말로 폭풍 액션의 중심에 서자 모형 총기 인기도 치솟아 올랐습니다.

이에 대만 WE도 비인기 아픈 손가락이었던 토카레프 가스블로우백(GBB) 모형 총기를 재생산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매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WE와 ShowGun이 합작해 영화에 등장하는 토카레프를 재현·발매했습니다.

영화 속 토카레프는 우선 공이치기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총열 아래에 마치 M203 또는 K201 유탄발사기를 연상케 하는 산탄발사기를 장착하는 등 설레는 능력이 추가됐습니다. 여기에 전용 소음기까지 달면 영국식 슈트와 찰떡으로 어울리고, 희대의 멋이 뿜어져 나오는, 정말 영화를 위한 커스텀이지만 클래식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토카레프가 거기에 있습니다.

필자도 발매된 직후 바로 구입해 작업을 했습니다. 구성품으로는 소프트 파우치 안에 총과 소음기, 간단한 설명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우편물을 봉인하는 고풍스러운 방식인 왁스를 떨구고 인장을 찍는 깜찍한 우편물도 들어있습니다.

산탄발사기는 분해 후 재조립이 상당히 까다로워 숙련자가 아니면 분해는 권하지 않습니다. WE의 토카레프는 슬라이드와 리시버 재질이 달라서 블루잉을 하면 색이 다르게 나옵니다. 필자는 그것도 나름의 멋이 있어서 괜찮은데, 상하 부품의 색이 같아야 속이 편한 분들은 블루잉보다는 세라코트(Cerakote)나 브락센(Blacsen)으로 도색해야 할 겁니다.

요즘의 WE 제품은 작동상 문제가 별로 없지만, 토카레프는 초기 제품이라 그런지 작동 불량이 없지 않습니다. 뽑기 운이 좀 있어야겠지만 잘 고른다면 크게 문제없이 작동은 됩니다. 그래도 쏘는 건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되는 제품입니다. 국내에선 토이스타의 에어코킹(Air cocking) 제품이 출시돼 있는데, 금속 옵션 부품도 있어 나름 좋은 제품이라고 평가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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