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일의 미래

오심도 잡고 팬심도 잡는 스마트한 생태계가 온다

입력 2022. 07. 18   16:59
업데이트 2022. 07. 18   17:02
0 댓글
스포츠테크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선수 위치·움직임 초당 50회 추적
피파, 2022 카타르 월드컵서 도입

스포츠에 정보통신기술 접목
수영·육상 등 경기력에 도움되고
새 일자리·비즈니스모델 창출도
‘스마트 경기장’ 등 산업 키워야
 
스마트 경기장은 관중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벤트에 쉽게 참여하도록 돕는다.  사진=SK이노뉴스
스마트 경기장은 관중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벤트에 쉽게 참여하도록 돕는다. 사진=SK이노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오프사이드 판정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Semi Automated Offside Technology)’을 도입해서다. 미국 MIT 스포츠 랩과 스위스 취리히공대가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카메라 트래킹, 인체 모션 인식, 관성측정센서(IMU) 등으로 이뤄졌다.

12개의 카메라는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초당 50회 빈도로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월드컵 공인구인 ‘알 릴라’ 안에는 센서가 장착돼 초당 500회 빈도로 공의 궤적을 추적한다.

패스하는 선수가 이 공을 차는 순간 공을 받을 선수의 신체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면 비디오 보조 심판(VAR·Video Assistant Referee)실에 경보를 울린다.

VAR이 이를 운동장에 있는 주심에게 알린다. 주심 판정이 나오면 오프사이드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상을 전광판과 중계방송에 내보낸다.

피파(FIFA)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골라인 판독 시스템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VAR을 도입했다. SAOT로 오심을 바로잡는 노력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기술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지난해 아랍컵과 클럽월드컵에서 검증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다. 머잖아 선수들의 은밀한 반칙도 잡아낼 것이다.

모든 판독 기술을 자동화하면 운동장 심판이 사라질지 모른다. 남아도 인공지능(AI) 심판을 대리할 것이다.

스포츠와 기술의 만남, ‘스포츠테크(Sports Tech)’가 뜬다. ‘스포츠 과학(Sports Science)’의 연장선에 있다. 인체생리학, 운동역학, 스포츠의학 등 스포츠과학이 경기력 향상에 집중했다면 스포츠테크는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새 일자리와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한다.

빅데이터를 이제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이용한다. 선수와 경쟁 선수, 경기상황 등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좋은 경기 전략을 짠다.

사물인터넷(IoT)은 그 기초 데이터를 쌓는 데 편하고 유용하다. 옷, 밴드, 시계, 운동 장비 등에 탑재한 측정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신체이지만 갈수록 장비의 힘이 세진다. 수영, 육상과 같이 기록을 따지는 종목의 선수들이 입는 기능성 의류는 공기저항과 무게를 최소화했다.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비공식이나마 2시간 벽을 처음 깬 것도 맞춤형 운동화 덕분이다. 첨단기술 이용이 스포츠정신에 맞느냐는 논쟁이 있다. 경제력과 경기력이 비례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스포츠 장비 기술이 발전하면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스포츠 저변이 넓어진다.

스포츠테크의 진가는 경기력보다 경기 외적인 곳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현장감 때문이다. 경기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먹고 마시고, 응원 함성에 목소리를 보태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잠깐 한눈을 팔면 결정적인 장면을 놓친다. 경기장 전광판은 리플레이 화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야외 경기장이라면 강렬한 햇빛이나 쏟아지는 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응원하는 팀이 지기라도 하면 ‘그냥 집에서 볼걸’ 하며 후회가 밀려온다.

고화질의 대형 벽걸이TV 화면에 서라운드 음향시설까지 갖춰놨다면 집에서도 스포츠 경기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푹신한 소파에 에어컨과 냉장고도 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경기 기록이나 영상, 응원 댓글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경기장을 오가는 시간과 교통비, 주차비 등을 생각하면 집에서 보는 게 더 낫다는 사람도 많다.

막대한 돈을 들여 경기장을 지은 지방자치단체와 비싼 사용료를 내는 프로구단은 ‘집콕’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내야 한다.

‘직관’ 관중에게 현장감 말고도 뭔가 매력적인 것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 그 해법이 ‘스마트 경기장(Smart Stadium)’이다.

무선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카메라, IoT, 실감형 기술 등의 인프라를 갖춘 경기장이다. 관중에게 다양한 경기 기록과 사진 및 영상 콘텐츠, 주차와 입장 편의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앉은 자리에서 식음료나 상품을 주문한다. 더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고 지갑을 더 열게 한다.

국내외 프로구단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스마트 경기장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이유다.

한국은 ICT 인프라가 우수하다. 스마트 경기장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를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다. 그 구축 경험과 운영 기법을 묶어 심지어 미국, 영국, 독일과 같은 프로스포츠 강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 중앙 및 지방 정부와 프로구단, 기술업체가 모두 참여한 대형 스마트 경기장 프로젝트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메달을 많이 따는 스포츠 강국이다. 산업은 그렇지 않다. 2020년 국내 스포츠 산업 총매출액은 52조9180억 원이지만 평균 영업이익률이 고작 3.8%다.

내수 비중은 무려 98.8%다. 매출액이 가장 큰 스포츠 산업은 골프장 운영이다. 총 37만6300명인 종사자는 스포츠 의류 판매장(8.4%), 체력단련시설(7.7%), 골프장(7.1%) 순으로 많았다. 매출액과 종사자 수는 전년도보다 격감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학교 체육의 약화 등이 겹친 결과다. 출생률 저하 등 향후 산업 정체 요인도 생겨났다.

스포츠 테크와 같은 새 전환점이 필요하다. 프로스포츠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산업과 경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마흔 살이다. 가장 많은 관중이 몰리는 국민 스포츠이지만 운영은 여전히 아마추어적이고 내수용이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 키움 히어로즈 하나뿐이라 그런지 어떻게든 이익을 내려고 노력하는 구단이 없다.

김하성 선수가 뛰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장 이름이 ‘펫코 파크’다. 펫코라는 반려동물용품 업체가 후원자다. 미디어는 파드리스 기사를 쓸 때마다 반드시 ‘펫코 파크’를 언급해야 한다. 그래야 미디어 취재에 협조해준다. 프로스포츠 선진국은 이렇게 구장 이름까지 돈을 받고 판다. 상업성이 지나쳐 보여도 이런 것이 쌓여야 스포츠 산업이 커진다.

덩달아 생태계도 커진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스포츠 산업에 눈을 떴다. 박찬호, 박지성 등 해외 활약 선수가 늘어난 덕분에 에이전트, 중계권, 스포츠 마케팅과 같은 선진 비즈니스를 배웠다. 그 운영 비결을 아직 따라가기 벅차지만 스포츠테크만큼은 늦지 않다. e스포츠, 스크린골프와 같이 앞선 분야도 있다. 산업과 경제 파급효과가 큰 스포츠테크를 집중 육성해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양키스 방식을 따라해선 매번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세 배나 많은 돈을 갖고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20년 전 영화 ‘머니볼(Moneyball)’의 주인공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의 생각은 스포츠테크에도 유효하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