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등장만으로도 든든한… 로보캅 액션의 완성

입력 2022. 07. 12   16:20
업데이트 2022. 07. 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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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 49. AUTO 9 자동권총


기관권총 ‘베레타 M93R’ 기반 제작
직선적 박스 형태로 거대하게 개조
‘씬 시티’ 등 오마주로 등장하기도
인기만큼 다양한 회사서 모형 발매

 

일본 KSC에서 발매한 로보캅의 주 무장 AUTO 9 가스블로우백 모형 총기. 실제 소품은 베레타 M93R 기관권총을 기반으로 개조했다.
일본 KSC에서 발매한 로보캅의 주 무장 AUTO 9 가스블로우백 모형 총기. 실제 소품은 베레타 M93R 기관권총을 기반으로 개조했다.

영화 ‘로보캅’은 “죽든 살든, 넌 나와 함께 간다”는 명대사와 함께 SF영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명작입니다. 1987년 네덜란드 출신 폴 베호벤(Paul Verhoeven)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작품으로 그만의 사회풍자와 블랙코미디, 자본주의 비판이 곳곳에 묻어있는 진지하고 어둡지만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로보캅의 인기는 어마어마해 감독은 바뀌어도 영화는 3편까지 제작됐고, TV 시리즈와 2014년 리부트(Reboot) 작품까지 개봉하면서 두꺼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는 게임 ‘로보캅: 로그시티’ 출시도 예정돼있습니다.

영화 ‘로보캅’의 한 장면.
영화 ‘로보캅’의 한 장면.


베레타 M93R 기반

영화 로보캅은 범죄자들에게 살해당한 경찰관 알렉스 머피(Alex Murphy)가 기계와 인간을 조합한 사이보그(Cyborg)로 다시 살아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면서도 악당들에게는 분노의 총탄을 시원하게 박아넣는 액션 영화입니다.

필자는 청소년 관람 불가인 이 영화를 고등학생 때 봤습니다. 동네 가전제품 대리점의 홍보용 TV에 일종의 호객을 위한 비디오(VHS)를 틀어놨던 덕분인데요. 지금이야 길거리에 19세 관람 불가 영상을 틀어놓으면 바로 신고와 처벌을 받겠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자막도 없는 화면에 시선을 빼앗겨 길 가던 다른 사람들도 옹기종기 모여들더니, 이내 길거리 단체 영화 관람이 됐었던 옛 풍경이 떠오릅니다.

당시 나름 잔뼈 굵은 고등학생이었지만, 로보캅의 폭력성과 잔인함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로보캅의 기계 육체 자체가 가장 큰 볼거리지만, 그의 액션을 완성하는 것은 주 무장 ‘AUTO 9’입니다. 로보캅이 들었을 때만 작동하는 센서가 들어있다는 설정의 최첨단 권총입니다.

AUTO 9은 로보캅의 대퇴부가 2단계로 열리면서 탁 튀어나오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멋집니다. 각지고, 거대하고, 시커먼 AUTO 9이 로보캅 손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악당들을 박살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로보캅이 AUTO 9으로 악당들의 참교육을 마친 뒤 마치 서부영화 속 보안관이 리볼버를 다루듯 총을 몇 바퀴 돌려 대퇴부 내장 홀스터에 넣는 장면은 ‘멋’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은 로보캅으로 개조되기 전 머피 경관이 ‘경찰들은 항상 멋지게 총을 돌리며 홀스터에 넣는다’고 생각하는 어린 아들을 위해 연습하던, 살아생전의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라 측은함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AUTO 9(위)과 베레타 92를 비교하면 크기를 얼마나 키웠는지 알 수 있다. AUTO 9은 영화 로보캅의 소품이지만, 높은 완성도와 디자인으로 다른 영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AUTO 9(위)과 베레타 92를 비교하면 크기를 얼마나 키웠는지 알 수 있다. AUTO 9은 영화 로보캅의 소품이지만, 높은 완성도와 디자인으로 다른 영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다른 영화에도 등장한 유명 소품

영화 속 가상의 총인 AUTO 9은 기본적으로 실총 베레타(Beretta) M93R을 기반으로 제작됐습니다. M93R은 ‘3점사’가 가능한 기관권총입니다. 외관상으로 크지 않은 권총인 M93R에 큼직한 총구보정기(Compensator)를 결합하는 등 박스 형태의 직선적이며, 거대한 총기로 개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변형된 이유는 로보캅 슈트의 전체적인 덩치가 상당해서 이와 비율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영화 기획단계에서는 주 무장으로 덩치 큰 데저트이글(Desert Eagle) 권총을 사용하려 했지만, 굵직한 기계 손가락이 방아쇠울에 들어가지 않아 방아쇠울이 널찍한 M93R이 채택됐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잡기는 편해졌지만, M93R이 데저트 이글을 대체하기엔 너무 왜소한 탓에 좀 더 볼륨을 키워 만든 소품이 ‘AUTO 9’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기 높은 캐릭터의 총기였기 때문에 모형 총기도 많은 회사에서 발매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전통적인 에어코킹(Air Cocking) 방식의 동산모형과 펌프액션(Pump Action) 방식의 건스톰 제품이 있습니다. 필자도 구입한 기억이 있는 추억의 물건입니다.

현재 일본 KSC의 가스블로우백(GBB) AUTO 9을 손질·도장해 소장 중입니다. 실총과 달리 영화에선 연사 기능까지 있어 이를 위한 옵션 파트를 구입·적용하면 단발·점사·연사 기능이 모두 구현됩니다. 큰 덩치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ABS 재질로, 아마도 원활한 슬라이드(Slide) 후퇴 동작을 위해 금속 느낌의 헤비웨이트(Heavy Weight) 같은 무거운 재질은 일부러 피한 듯싶습니다.

그런데 해당 메이커에서 최근 헤비웨이트 재질의 모델건(Model Gun)을 발매했다고 해서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모델건인 만큼 부품의 구성, 특히 인디케이터(Indicator)나 공이핀 캐치 등이 구현됐을지 궁금하고, 언젠가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AUTO 9은 영화 ‘씬 시티(Sin City)’에도 등장했는데, 순수 창작 디자인이 다른 영화에도 나온 이유는 씬 시티와 로보캅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성룡의 시티헌터’와 우리나라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상상의 총이 다른 영화감독들에게 오마주(Hommage) 되고 있는 걸 보면 소품 총기 중 희대의 명작이라 할 만한 디자인과 존재감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 모 영화에 등장해 관객들의 머리를 쥐게 만든 ‘고등어 권총’ 같은 이상한 총 말고, 세계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 디자인의 총기가 우리 영화에도 등장하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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