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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증자 호재에 상한가? 착시효과 조심!

입력 2022. 07. 11   16:42
업데이트 2022. 07. 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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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사면 5주 더 준다’ 무상증자


잉여금 줄고 자본금 증가하는 것
액면분할처럼 주식 수 늘어나지만
회계상 조정일 뿐…회사 가치 변동 없어

 
최근 약세장에 테마주 급부상
권리락 이후 인위적 조정 받아
주가 급락세 주의해야

 
“무상증자가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건가요? 그럼 1만 원짜리 주식 1주를 갖고 있으면 5주를 공짜로 얻어 5만 원을 버는 게 맞나요?”

최근 5대 1 무상증자 공시를 낸 한 종목의 주식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증시가 부진하면 테마주가 판을 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생긴 손해를 단기에 만회하기 위해 테마주로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어서 생긴 말인데 최근에는 무상증자 테마주가 뜨고 있습니다.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은 무상증자가 전통적으로 주가에 호재라는 겁니다. 주주들이 회사 측에 요구하는 주가부양책에 단골로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하지만 무상증자 소식에 주가가 6배씩 올랐다가 다시 급락하는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닙니다. 무상증자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자산-부채=자본’…자본과 자본금 차이는

무상증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자본’과 ‘자본금’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본이 뭔지 알려면 자산과 부채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A라는 사람이 자기 돈 2억 원과 대출 1억 원을 합쳐 3억 원에 치킨집을 창업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치킨집을 회사라고 보면 자기 돈 2억 원은 자본, 대출 1억 원은 부채, 자본과 부채를 합한 3억 원이 자산이 됩니다.

이렇게 자본은 내 돈, 부채는 다른 사람한테 꾼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은 다른 말로 자기자본, 부채는 타인자본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자산에서 부채를 뺐다는 의미로, 자본을 순자산이라고도 합니다. 주식 기사에서 ‘PBR(price on book-value ratio)’을 주가순자산비율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순자산이 바로 자본입니다. 자본이란 항목은 크게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본금은 ‘액면가×주식 수’입니다. 액면가 1만 원의 주식을 2만 주 발행하면 자본금이 2억 원이 되는 겁니다.

잉여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매년 벌어들인 순이익 중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금을 제외한 돈을 유보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매년 회사가 벌어 곳간에 쌓아둔 이익금을 이익잉여금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적자가 나면 마이너스 잉여금인 결손금이 쌓이게 됩니다.

치킨집이 장사 첫해에 1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합시다. 자본은 2억 원에서 1억 원이 됩니다. 자본금은 원래 있던 2억 원이 그대로 있고 이익잉여금 -1억 원(결손금)이 새로 생겼습니다. 자본금은 2억 원인데 결손금 때문에 자본은 1억 원이 됐죠? 이렇게 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를 자본잠식이라고 합니다. 주주인 A씨 입장에서는 투자금 2억 원이 1억 원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해 치킨집은 2억 원을 벌었습니다. 결손금 1억 원을 메꾸고도 1억 원이 남습니다. 이 1억 원이 이익잉여금입니다. 자본금 2억 원에 이익잉여금 1억 원을 더해 자본은 3억 원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2년 장사하는 동안 흑자, 적자에 상관없이 자본금은 회사 설립 당시의 주식발행가격인 액면가와 주식 수로 고정돼 있습니다. 흑자, 적자는 이익잉여금 또는 결손금으로 반영돼 그만큼 자본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뭐가 다른 거죠?

자본금은 액면가에 주식 수를 곱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주식을 더 발행하면 자본금이 늘어납니다. 이것이 자본의 증가, 다른 말로는 증자입니다. 증자에는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가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주식을 새로 찍으면서 돈을 받으면 유상증자, 돈을 안 받으면 무상증자입니다. 그런데 회계적으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치킨집을 더 확장하기 위해 치킨집의 단독 주주인 A씨는 다른 투자자 B씨를 유치했습니다. A씨는 액면가 1만 원인 치킨집 주식 2만 주, 총 2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B씨는 주당 2만 원에 1만 주, 총 2억 원을 치킨집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2억 원을 내고 주식 1만 주를 받는 것이니까 유상증자가 맞습니다. 자본금은 어떻게 될까요?

액면가는 그대로 1만 원이고 주식 수가 2만 주에서 3만 주로 늘었으니, 자본금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1억 원이 증가하게 됩니다. 투자자 B씨가 낸 2억 원 중 나머지 1억 원은 주식발행초과금 또는 자본잉여금이라는 항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본은 자본금 증가분 1억 원, 자본잉여금 1억 원을 합쳐 2억 원이 늘게 됩니다.

액면가 1만 원인 주식을 2만 원에 샀으니 액면가와의 차액 1만 원어치의 유상증자 대금은 자본금이 아닌 별도의 항목으로 나눠 담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액면가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유상증자했다면 액면가만큼 자본금이 늘고 자본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하지만 무상증자는 완전히 다릅니다. 잉여금이 줄고, 그만큼 자본금이 증가하는 게 무상증자입니다. 알기 쉽게 이 치킨집에서 0.33대 1의 무상증자를 해보겠습니다.

주식 3주당 1주의 주식을 주주 A씨와 B씨에게 나눠주는 것이죠. A씨의 보유 주식은 2만 주에서 2만6666주로, B씨의 보유 주식은 1만 주에서 1만3333주로 늘어납니다.

주식 수가 3만 주에서 4만 주로 늘었으니 자본금도 3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대신 1억 원이었던 자본잉여금이 0원이 됩니다. A씨 66%, B씨 33%인 지분율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자본도 4억 원 그대로입니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의 가장 큰 차이는 기업 가치의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실제로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업의 확장이나 부채 상환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상증자는 회계상 항목 간의 조정입니다. 무상증자 자체는 회사가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하는 것은 아닌, 중립적인 이벤트입니다.


주식 수가 늘면 주가가 낮아져요…공짜 점심은 없으니까

여기서 어떤 분들은 무상증자 전후로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고, 지분율 변화도 없다면 무상증자를 하는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무상증자는 결국 주주의 것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 A씨는 자본금이든 자본잉여금이든 이익잉여금이든, 자본 항목 안에만 있다면 회사를 청산했을 때 이 돈의 66%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자본잉여금도 주주의 돈이긴 한데, 이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자본금 항목으로 옮겨주는 것일 뿐입니다.

무상증자의 확실한 효과는 액면분할처럼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액면분할의 경우 액면가 2만 원, 발행주식 수 3만 주를 액면가 1만 원, 발행주식 수 6만 주로 바꾸는 식으로 주식 수를 늘리는 걸 말합니다. 무상증자와 달리 자본금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도 무상증자가 호재인 것은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가 무상증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향후 심각한 적자 사태가 오지 않을 것이란 회사의 자신감 없이는 무상증자를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며칠씩 상한가를 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권리락 효과’입니다.

실제로 권리락에도 상한가를 못 가는 종목이 더 이상해 보이는 게 최근 추세입니다.

권리락은 무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 날을 말합니다. 권리락 전날까지 그 회사 주식을 사야 무상증자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권리락이 있는 날에 한국거래소는 늘어난 주식 수를 감안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춥니다. 5대 1 무상증자라면 1만 원짜리 주식이 하루아침에 1666원이 됩니다. 이러면 주주들의 주식 계좌에 이 종목의 수익률이 -83.34%로 찍힙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가가 갑자기 싸졌다고 느껴 이 종목을 매수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준주가를 조정하면서 주가가 싸 보이는 현상을 권리락 효과라고 합니다. 일종의 착시효과입니다. 권리락 후 2~3주 정도 지나 신주 상장일이 되면 주주 계좌에 무상증자로 받은 주식이 입고됩니다. 그러면 떨어진 주가만큼 주식 수가 늘면서 전체 계좌잔고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제 제일 처음 나온 어느 주주의 질문에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상증자는 공짜로 주식을 나눠 주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1만 원짜리 주식 1주를 갖고 있다고 해서 5만 원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필자 고득관 기자는 매경닷컴에서 증권 소식을 전하고 있다. 증시 흐름, 코스피 대형주 등 국내외 주가 변화와 그 원인, 전망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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