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시절부터 ‘전국구 거포’
2005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입단
1,2군 오르내리다 결국 넥센 트레이드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진출
기량 되찾으며 2016년 미네소타 입단
힘든 시간 보내고 2018년 친정 복귀
“전성기 갔다” 우려 씻고 대포 ‘펑펑’
FA로 kt 유니폼 새로 입고 27개 아치
전인미답 9년 연속 20홈런 대기록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36세 박병호는 FA로 이적한 kt에서 에이징 커브 우려를 말끔히 씻고 2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kt 위즈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36세 박병호는 FA로 이적한 kt에서 에이징 커브 우려를 말끔히 씻고 2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kt 위즈
성남고 시절 전국구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그로 인해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 2군을 오르내리던 그는 2011년 7월 넥센(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다.
이적 첫해인 2011시즌, 그는 51경기에서 12홈런을 날렸다. 2012년에는 31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고, MVP까지 수상했다.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그는 2016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다.
kt 위즈 박병호(36) 이야기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박병호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6시즌 미네소타에서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에 머물렀다. 2017시즌의 대부분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에서 보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년 계약을 맺었지만 2017시즌을 마치고 친정 팀인 넥센(키움)으로의 복귀를 결심한다.
2018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한 박병호는 43개의 홈런으로 홈런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2019시즌엔 33홈런을 생산했고, 2020시즌에는 타율 0.223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홈런 21개를 날리며 장타력만큼은 건재함을 증명했다. 2021시즌에도 타율은 0.227, 20홈런을 터트렸는데 문제는 그해가 자유계약선수(FA)였다는 것. 박병호로선 선수 생활 처음으로 맞이한 FA였고, 그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FA 시장에 나왔지만 홈런 숫자가 줄어들고, 타율마저 저조했다. 그러한 30대 중반의 거포에게 관심을 둔 구단이 없었다. 모두가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인 ‘에이징 커브’를 의심했다. 원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도 박병호와의 계약에 소극적이었다. 어쩌면 FA 시장에서 박병호를 향한 관심이 거의 없다는 걸 파악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2021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kt 위즈가 박병호 영입에 나섰다. 박병호를 데려오려면 원소속 팀인 키움에 줄 FA 보상금 22억5000만 원 포함 52억5000만 원이 필요했지만 과감히 투자했다.
박병호는 kt와 계약하는 자리에서 “내가 에이징 커브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7월 5일 현재 kt 박병호는 ‘국민 거포’란 별명답게 홈런 타자로 폭주하고 있다. 타율 0.263 27홈런(1위), 67타점(1위), 49득점(공동 4위), OPS(출루율+장타율) 0.935(2위)를 기록하면서 50홈런 페이스를 향해 질주 중이다. 2위인 김현수(LG)의 15개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6월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소속팀 kt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KBO리그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는 대기록이 나온 순간이다. 종전까지 연속 시즌 20홈런 기록은 ‘국민 타자’ 이승엽이 갖고 있던 8년이었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지난해(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6~2017년 제외)까지 이 기록을 이어가며 타이기록을 세웠고, 이날 9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첫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승엽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친 타자의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꾸준함에서는 이미 나를 넘어섰으니, 자신의 기록을 과시해도 된다. 이젠 내가 박병호와 함께 거론되는 게 영광”이라며 박병호가 500홈런에 도전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병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자신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지난 2년 동안 타율이 크게 떨어지고 홈런 개수가 줄어들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FA를 앞둔 지난 시즌에도 기록이 회복되지 않아 ‘정말 에이징 커브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LG에서 키움으로 이적 후 타격감을 회복했듯이, 키움에서 kt로의 이적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40홈런, 50홈런을 언급하지만 기록이나 숫자에 얽매이기보다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
박병호는 김강 타격 코치가 자신의 멘탈을 잘 잡아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강 코치는 박병호에게 충분히 홈런을 많이 칠 수 있을 거라며,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던 대로 타석에 임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건넸다고 한다.
홈런 타자에게 삼진은 숙명과도 같다. 박병호는 삼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더 이상 삼진이 두렵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향한 ‘에이징 커브’의 시선을 이렇게 회상한다.
“나조차도 나의 기량 하락을 의심했지만 결국 내가 그걸 극복해내야 했다. 나를 믿고 손을 내밀어준 kt 구단을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리고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는데 올 시즌 마치고 내 성적이 어느 정도일지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필자 이영미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다. 추신수, 류현진의 MLB일기 등 주로 치열하고 냉정한 스포츠 세상, 그 속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성남고 시절부터 ‘전국구 거포’
2005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입단
1,2군 오르내리다 결국 넥센 트레이드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진출
기량 되찾으며 2016년 미네소타 입단
힘든 시간 보내고 2018년 친정 복귀
“전성기 갔다” 우려 씻고 대포 ‘펑펑’
FA로 kt 유니폼 새로 입고 27개 아치
전인미답 9년 연속 20홈런 대기록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36세 박병호는 FA로 이적한 kt에서 에이징 커브 우려를 말끔히 씻고 2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kt 위즈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36세 박병호는 FA로 이적한 kt에서 에이징 커브 우려를 말끔히 씻고 2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kt 위즈
성남고 시절 전국구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그로 인해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 2군을 오르내리던 그는 2011년 7월 넥센(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다.
이적 첫해인 2011시즌, 그는 51경기에서 12홈런을 날렸다. 2012년에는 31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고, MVP까지 수상했다.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그는 2016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다.
kt 위즈 박병호(36) 이야기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박병호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6시즌 미네소타에서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에 머물렀다. 2017시즌의 대부분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에서 보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년 계약을 맺었지만 2017시즌을 마치고 친정 팀인 넥센(키움)으로의 복귀를 결심한다.
2018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한 박병호는 43개의 홈런으로 홈런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2019시즌엔 33홈런을 생산했고, 2020시즌에는 타율 0.223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홈런 21개를 날리며 장타력만큼은 건재함을 증명했다. 2021시즌에도 타율은 0.227, 20홈런을 터트렸는데 문제는 그해가 자유계약선수(FA)였다는 것. 박병호로선 선수 생활 처음으로 맞이한 FA였고, 그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FA 시장에 나왔지만 홈런 숫자가 줄어들고, 타율마저 저조했다. 그러한 30대 중반의 거포에게 관심을 둔 구단이 없었다. 모두가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인 ‘에이징 커브’를 의심했다. 원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도 박병호와의 계약에 소극적이었다. 어쩌면 FA 시장에서 박병호를 향한 관심이 거의 없다는 걸 파악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2021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kt 위즈가 박병호 영입에 나섰다. 박병호를 데려오려면 원소속 팀인 키움에 줄 FA 보상금 22억5000만 원 포함 52억5000만 원이 필요했지만 과감히 투자했다.
박병호는 kt와 계약하는 자리에서 “내가 에이징 커브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7월 5일 현재 kt 박병호는 ‘국민 거포’란 별명답게 홈런 타자로 폭주하고 있다. 타율 0.263 27홈런(1위), 67타점(1위), 49득점(공동 4위), OPS(출루율+장타율) 0.935(2위)를 기록하면서 50홈런 페이스를 향해 질주 중이다. 2위인 김현수(LG)의 15개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6월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소속팀 kt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KBO리그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는 대기록이 나온 순간이다. 종전까지 연속 시즌 20홈런 기록은 ‘국민 타자’ 이승엽이 갖고 있던 8년이었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지난해(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6~2017년 제외)까지 이 기록을 이어가며 타이기록을 세웠고, 이날 9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첫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승엽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친 타자의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꾸준함에서는 이미 나를 넘어섰으니, 자신의 기록을 과시해도 된다. 이젠 내가 박병호와 함께 거론되는 게 영광”이라며 박병호가 500홈런에 도전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병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자신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지난 2년 동안 타율이 크게 떨어지고 홈런 개수가 줄어들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FA를 앞둔 지난 시즌에도 기록이 회복되지 않아 ‘정말 에이징 커브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LG에서 키움으로 이적 후 타격감을 회복했듯이, 키움에서 kt로의 이적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40홈런, 50홈런을 언급하지만 기록이나 숫자에 얽매이기보다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
박병호는 김강 타격 코치가 자신의 멘탈을 잘 잡아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강 코치는 박병호에게 충분히 홈런을 많이 칠 수 있을 거라며,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던 대로 타석에 임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건넸다고 한다.
홈런 타자에게 삼진은 숙명과도 같다. 박병호는 삼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더 이상 삼진이 두렵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향한 ‘에이징 커브’의 시선을 이렇게 회상한다.
“나조차도 나의 기량 하락을 의심했지만 결국 내가 그걸 극복해내야 했다. 나를 믿고 손을 내밀어준 kt 구단을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리고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는데 올 시즌 마치고 내 성적이 어느 정도일지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필자 이영미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다. 추신수, 류현진의 MLB일기 등 주로 치열하고 냉정한 스포츠 세상, 그 속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