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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군인’으로 거듭 나는 법

입력 2022. 06. 20   16:27
업데이트 2022. 06.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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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명 대위 육군6보병사단 초산진격대대
최세명 대위 육군6보병사단 초산진격대대

‘왜 그랬는지는 현장에 가면 보인다.’ 부대 지휘관이 전적지 답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전적지 답사는 군인이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군인은 과거 전쟁사를 알아야 미래를 예측하고 잘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전적지와 소통하기로 했다.

전적지 답사에 앞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사전 조사다. 무작정 찾아가는 것과 사전 조사를 하고 가는 것은 이해도가 천지 차이다.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고, 성취감 면에서도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나는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 군사연구지와 평론 등 육군 간행물을 통해 준비운동을 마쳤다. 이후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당시 상황(지형·기상·제대규모·가용자산)을 곱씹어보며 조사해온 내용과 대조했다. 해당 전적지의 전사 평가와 교훈도 확인했다. 견학 장소는 패배의 쓰라린 역사를 기점으로 통쾌한 승리를 거둔 전적지까지 통틀었다.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지구~춘천시 춘천지구~양구군 파로호 전적지 순으로 답사를 했다.

처음 들른 장소는 사창리전투 현장이다. 이 전투는 아군 화력이 우위에 있었지만, 사기 관리에 실패해 부대가 와해된 대표적인 전투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전장에서 정신전력의 중요성을 새삼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로 춘천지구전적기념관을 살펴봤다. 춘전지구전투 개요를 살펴보고, 봉의산과 옥산포~5번 국도~소양교 일대 전투 현장을 둘러봤다. 봉의산에 오르니 춘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당시 왜 봉의산 고지를 지휘소로 운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화천 일대에서 선배 전우들의 위대한 업적을 확인했다. 그중 가장 눈여겨본 전투는 6·25전쟁 중 최고의 전과를 자랑하는 파로호전투다. 용문산과 경기도 가평군에서 중공군 3개 사단의 공세를 격퇴하고, 패퇴하는 적을 화천저수지까지 쫓아가 섬멸했다. 현장을 보니 아군이 어떤 지형의 이점을 활용했는지, 퇴로가 차단된 적은 화천저수지에서 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됐다.

‘노하우’는 어떤 일을 오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이나 요령이다. 우리가 왜 전사를 연구하고, 소통하며,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노하우가 충분하면 우리는 ‘프로페셔널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는 노하우가 충분한 프로 군인이 되기 위해 생각하는 군인이 돼야 한다. 생각하는 군인이 되려면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접 경험 또한 중요하다. 가장 값싸고 효율적인 방법은 책을 많이 읽거나 전적지 답사를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전적지를 견학하면서 간접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면, 실제 상황에서 어떠한 위기가 닥쳐도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간접 경험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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