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군복 입은 민주시민

입력 2022. 06. 15   15:27
업데이트 2022. 06.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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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재 상병.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문윤재 상병.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젊은 용기와 창의력으로 문을 두드린다.”

우리 독수리여단에서 시행하는 ‘DMZ Talk’에 지원하면서 적은 나의 각오다.

지난해 봄, 나는 고지식한 ‘애늙은이’가 되기로 다짐하며 입대했다. 사회에서의 기억을 멀리하고 군인 신분을 인정하기 위한 응급처치였다. 내게 군대는 굳게 닫힌, 넘나들 수 없는 완벽한 계급사회였다. 그러다 우연히 ‘DMZ Talk’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DMZ Talk’는 독수리여단의 혁신 조직으로, 장교·부사관·병사 등 계급을 망라한 MZ세대 장병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 장병의 집단지성을 부대 변화·혁신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1월부터 운영 중이다. 과감히 부대 발전을 위한 제언을 남기고, 소통하는 토론의 장이 열리자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타인의 의견을 비판하지 않는 것, 자유로운 자세로 경청하고 발언하는 것만이 ‘DMZ Talk’가 내건 유일한 조건이었다.

여단에서는 혁신 태스크포스(TF)의 견문을 넓히고 소통의 활용도를 높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우수 상용품 설명회를 견학했다. 부대에서 200㎞ 떨어진 곳을 향하자 괜스레 보이지 않는 군 생활의 무게도, 족쇄도 사라지는 듯했다. 붙이는 자동 소화기, 인공지능(AI) 예방경계 시스템 등 수많은 노력의 산물이 눈길을 끌었다.

견학을 마친 뒤 고대산의 경치 좋은 한 카페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가 열렸다. 단순히 본 것들을 나열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아닌, 실현·적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달에 예정된 청와대 방문이 혁신 TF의 열기를 얼마나 더할지, 여단이 얼마나 더 열릴지 벌써 기대가 된다.

‘DMZ Talker’로 활동한 지난 반년 간 나는 자율성과 이로부터 파생하는 책임감을 배웠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뱉어내지 않고, 이를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진정한 ‘창의’다. 온전히 창의하기 위해 힘쓰다 보니 대대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고, 어느덧 대대의 병영자치위원장이 돼 있었다. ‘DMZ Talk’에서는 브레인 스토밍으로 유연한 아이디어를 던지고, 병영자치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를 받아 부대 곳곳에 녹여내고 있다. 그저 사진이 좋아 제안했던 ‘용사들의 추억이 있는 날’이 채택됐고, 정훈병으로서 ‘진격네컷, 진격:하다’와 같은 프로필을 촬영하고 있다.

‘당신의 젊고 늠름한 이 순간을 기록하세요.’ 내가 제시한 진격네컷의 슬로건이다. 나의 가장 젊고 늠름한 이 순간은 ‘DMZ Talk’ 곳곳에, 여단 곳곳에 녹아들고 있다. 나는 오늘도, 군복을 입은 민주시민이자 ‘DMZ Talker’로서 자율·책임·소통·발전이 충만한 병영생활을 이끌기 위해 의견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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