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 창업 가이드

계약 조항 중의적 해석 안 되게 구체적으로 써라

입력 2022. 06. 13   15:25
업데이트 2022. 06. 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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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간 계약서 쓰는 방법 ①
 
지분·주식 제3자 양도 시 동의권·전업-비전업 창업자 간 이해 조정 등 명문화
사업 내용·수익 분배 비율·이익 산정 및 분배 방법·탈퇴·청산까지 상세히 작성

 



대형 IT 회사에 다니던 개발자 A씨는 직장 선배의 권유로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하기로 했다. 대표이사를 맡기로 한 선배는 적지 않은 지분을 줄 테니 함께 창업해 IPO(상장)까지 해보자며 설득했고, A씨 또한 평소 창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했다. 현재 회사의 연봉이나 복지제도가 너무 좋기는 하지만 50세 이후에도 계속 다니기는 힘들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결국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합류해 근무를 시작한 지 석 달이 넘도록 지분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뭔가 찜찜하다.



사실 ‘적지 않은 지분’이라는 애매한 표현도 마음에 걸리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줄지도 결정된 바가 없어서 불안한 마음이다. 선배에게 몇 번 문의하였으나 “본인을 못 믿냐”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계속 얘기하자니 선배를 못 믿거나 너무 돈, 조건만을 따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얘기를 안 하자니 불안한 마음에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퇴사하기 전에 지분에 대한 정리를 확실하게 하고 주주 간 계약서까지 썼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고 퇴사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고 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상호 협의해 공동창업자들 간의 출자금 비율과 그에 따른 지분 배분 문제가 결정됐다면 주주 간 계약서 또는 동업 계약서를 꼭 써야 한다. 한국 특유의 정서로 ‘우리가 남이가?’ ‘형 못 믿어?’ ‘나중에 알아서 챙겨줄게’ 등의 말은 아무 의미 없다. 문서가 약속이고 계약서가 신뢰다. 지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각 창업자들이 보유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의 동의권과 직장에 근무하며 참여하는 창업자들과 전업으로 참여하는 자들의 이해관계 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계약에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사업의 내용, 수익 분배 비율, 이익의 산정 및 분배 방법, R&R(Role and Responsibilities), 탈퇴 및 청산 방법에 관해 상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계약의 내용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동업 계약의 내용 중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내용이 많을수록 창업자들 사이에 해석이 불분명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으니 계약 조항이나 문구는 중의적인 해석이 되지 않도록 가급적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회사가 아직 초기이고 돈도 못 벌고 있는데 무슨 지분 얘기 나며 지분에 대한 얘기를 불편해하거나 금기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중에 발생할 분쟁을 미리 방지하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분구조를 잘 협의해서 정하고 주주 간 계약서를 꼭 쓰기 바란다. 주주 간 계약서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다.

만약 지분이 모두 기존 공동창업자나 주주들에게 부여가 돼 추가로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스톡옵션이라는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스톡옵션 제도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상장회사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방법으로 핵심 인력들을 채용하거나 퇴사하지 못하도록 잡아둘 때 좋은 방법이다. 창업 초기에는 급여를 많이 주기도 어렵고 급여만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스톡옵션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스톡옵션은 신주(새로운 주식)를 발행해 주기 때문에 사전에 기존 주주나 투자자들과 협의해야 한다. 신주를 발행한다는 얘기는 기준 주주나 투자자들의 지분율이 희석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풀은 최소 10~15%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추후 C-Level*이나 좋은 인재를 영입할 때 활용할 수 있다. C-Level은 CEO·CMO·CTO·COO·CFO와 같은 기업의 최고 경영진 또는 임원을 통칭하는데 신조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전 글에서 한국의 투자자, 특히 벤처캐피털(창업투자회사)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여야 유리하고, N 분의 1로 나누었을 경우 매우 불리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런 정보 때문에 공동창업자들이 실제 출자금 및 지분과 다르게 주주 간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실제와 문서 상의 조건이나 협의 내용이 다른 경우 이면계약서를 쓰게 되는데 이면계약서는 같은 당사자 간에 같은 사안에 대하여 계약서를 2개 작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에 대한 세부사항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밀유지를 위해서나 부동산 다운계약서처럼 세금 면탈을 위해서 이면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한가지 사안에 대해 계약서가 2개 이상 있을 경우 계약서의 해석이나 효력의 충돌로 분쟁으로 나아갈 소지가 많이 있다. 끝까지 상호 합의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이면계약서를 쓰는 것은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추후 지분 관련 정산, 이익 분배 및 EXIT 과정에서의 매각 대금 분배, 보유 주식의 제3자 양도, 창업자 일부의 이탈 및 동종업계 창업, 청산 시 잔여재산 분배나 채무 정산 등에 관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될 수 있으면 지양하길 바란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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