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공동창업자들끼리 회사의 지분을 나눠 가져야 한다. 물론 혼자 창업할 경우에는 본인이 100%를 모두 가지면 되겠지만,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경우 3~4명이 함께 창업하기 때문에 지분을 각자 어느 정도씩 보유할지 사전에 잘 협의해야 한다.
사람은 불편한 얘기를 미루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공동창업자끼리 지분 협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많고 회사 설립할 때 급하게 결정하다 보니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아 두고두고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서로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협의가 잘되지 않아 창업 자체를 못하거나 창업을 했어도 오래 못 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지분 구성에 대해 외부용과 내부용을 달리하여 이면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잘되든, 못되든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건 지양하길 바란다.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는 불편한 얘기인 것은 맞지만 되도록 빨리 매끄럽게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분이란?
그러면 우선 지분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지분은 공유물이나 공유 재산에서 각자가 소유하는 몫, 또는 그 비율을 의미한다. 기업 환경에서는 주로 경영권과 관련 있는 주식에 대해 말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인 상법에서 지분의 의미는 주주들이 자신이 가진 지분율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분율이 높을수록 주식회사의 경영에 대한 직·간접적인 통제권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1인 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본인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66.7%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특별결의사항을 통과시킬 수 있고 대표이사가 50%+1주 이상의 최대 주주인 경우 보통결의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영권에 대한 기준에 대해 51%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50%보다 한 주만 더 많으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33.4% 이상 보유 시 단독 출석하여 특별결의사항 통과가 가능하고 3% 보유 시에는 위법행위 감시 및 통제가 가능하다.
기업의 중차대한 의사결정은 주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결정되는데 안건의 중요도나 시급성에 따라 보통결의사항과 특별결의사항으로 나뉜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세히 정리하도록 하겠다. 지분이 있으면 이익잉여금이 있을 때 재투자하고 남은 금액을 지분율에 따라 배당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익잉여금은커녕 적자인 경우가 많고 이익잉여금이 있더라도 재투자나 연구·개발(R&D)에 모두 쓰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 3년에서 5년간 배당의 의미는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IPO(상장)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회사를 매각했을 때 지분율에 따른 보상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지분을 20% 보유하고 있는데 회사가 100억에 매각되었을 경우 20억(세전)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분을 나누는 방법
공동창업자끼리 지분을 나눌 때 미국의 투자자들은 1/n을 선호한다. 공동의 기여, 공동의 노력, 공동의 보상을 철학으로 하며 합리적인 미국식 문화에 기반한다. 에어비앤비에 초기에 투자해서 유명해진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인큐베이팅한 회사들을 보면 가장 잘된 회사들은 대부분 1/n로 지분을 나눴다고 한다. 사실 공동창업자 중 누구라도 지분구조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팀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공평성과 형평성은 차이가 있으니 각자의 상황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국의 투자자들은 대표이사가 압도적인 최대주주인 것을 선호한다. 70% 이상이면 좋고 최소한 60%는 넘어야 한다. 공동창업자끼리 지분 보유율이 엇비슷하고 애매하면 의사결정이 늦고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표이사의 지분이 너무 적은 경우 투자가 계속되어 지분이 희석되면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투자유치를 받게 되면 신주(새로운 주식)를 발행해서 투자자에게 줘야 하기 때문에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의 수는 그대로인 반면 회사의 전체 주식 수가 증가해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율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두세 번만 신주를 발행해도 대표이사의 지분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국내 벤처캐피털과 같은 기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대표이사가 압도적인 최대 주주여야 한다는 말은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창업자들의 지분의 합이 대표이사의 지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3명이 공동창업을 하는데 서로 사이좋게 대표이사가 40%, 2대 주주가 30%, 3대 주주가 20%를 가진 경우 2대 주주와 3대 주주의 지분의 합이 대표이사보다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대표이사가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투자자는 창업자를 믿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데 창업자의 지분율이 너무 낮아서 다른 사람들 때문에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의 4·3·3 전술도 아니고 40%, 30%, 30%는 위험하다.
벤처캐피털에서 스타트업의 지분 구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은 대표이사(창업자) 지분의 적절성, 공동창업자 및 핵심인력 보유지분의 적절성, 소액주주(개인투자가) 지분의 적절성, 다른 벤처캐피털 보유지분의 적절성 등이다. 그리고 대표이사의 지분이 현저히 낮거나 기업 외부 관계자의 지분이 내부 관계자의 지분보다 높은 경우, 소수의 핵심인력이 지분을 동등하게 보유한 경우, 엔젤 투자 등으로 주주 수가 너무 많은 경우, 서류상 지분 구성과 실제 지분 구성이 다른 경우에는 투자를 받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아무쪼록 위의 사항들을 참고하여 공동창업자들과 사전에 현명하게 지분 정리를 하길 바란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