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3개월 만 신병 입영식 행사 재개
편지 쓰기·어부바길 등 다양한 행사
최신 무기 등 군 현대화 모습 공개
부모 “군 생활 잘하길” 눈물로 배웅
군 “부모 마음으로 지도할 것” 약속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국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단절’이었다. 온라인 방식으로 비대면 만남이 늘어났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공유하는 자리는 뒤로 미뤄야 했다. 장병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이 우선이던 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은 대한민국 최전방 군대 모습도 바꿔놨다. 2020년 2월 이후 중단된 신병 입영식이 재개돼 장정들이 입영 전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것. 30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연병장에서 열린 신병 입영식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부모님 은혜 되새기는 각종 행사
입영 장정을 처음 맞은 건 ‘사랑의 편지’ 코너였다. 이날 함께 부대를 방문한 가족들이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써서 전달하면 입소 이틀 뒤 이들에게 전달된다. 입영 직전 순간까지 함께하기 위해 먼 길을 왔지만, 직접 전하지 못한 말을 남기는 가족들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정상혁 입영 장정과 함께한 어머니 전소영(경기도 남양주시) 씨는 “아들이 많은 걸 배우고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지에 몇 자 썼다”고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버지 정병열 씨도 “무조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게 먼저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어지는 코스는 ‘어부바길’. 입영 장정들이 그동안 키워주신 부모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대에서 마련한 레드카펫 길을 따라 부모님을 업고 걸었다. 어색하게 떨어져 걷던 가족들도 업히면서 살을 맞대자 울컥하는 순간이었다.
박승준 입영 장정은 “이전까지 어머니를 한 번도 업어드린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아들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효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 김민정(인천) 씨는 “오히려 못 해준 것만 기억나고, 아들이 잘 커 줘서 고맙다. 군 생활 잘할 거라 믿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의 입영 환영식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12사단 밴드 ‘마운틴 룰러’가 이날 입영 장정을 환영하기 위해 영화 국가대표 OST ‘Butterfly’를 열창했다. 긴장감에 딱딱하게 굳어 있던 입영 장정들도 이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잡으며 박수를 보냈다.
부대는 이 외에도 현궁, K9 자주포 등 육군 최신 무기와 보급품을 전시해 가족들에게 현대화된 군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세탁실, 세면실, 군 내 마트 등이 있는 생활관 등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병영시설을 구석구석 살펴본 아버지 이기성(경기도 수원시) 씨는 “내가 복무할 때와는 다르게 시설이 정말 좋아졌다”며 “아들이 힘든 군 생활도 남자가 되는 과정으로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장정들은 입영식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먼저 가족과 이별해야 했다. 악수와 포옹으로 마지막 정을 나누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시작된 입영식 행사에서는 어색한데도 지휘를 따라 경례하는 장정들의 늠름한 모습이 보였다.
김종성(대령) 부사단장은 “오늘 입영한 장정 모두가 훌륭하게 생활할 것으로 믿는다. 가족들에게 감히 약속드린다. 저희 모두 부모님의 마음으로 장정들을 잘 지도하고, 사랑으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입영한 265명의 장정은 5주의 교육훈련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진 군인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입영식·수료식·임관식 등 속속 정상화
이번 행사를 총괄한 문병희(중령) 신병교육대대장은 “사회 전체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가는 만큼 조기에 정착할 수 있게 이번 입영식을 계기로 군도 노력할 것”이라며 “안전하고 철저하게 준비된 교육훈련으로 훈련병들이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가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하는 가운데 군 행사도 속속 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육군은 이날부터 신병훈련소 입영식과 수료식을 과거처럼 가족 동반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관련 공문을 각급 부대에 하달했다.
공문에서는 지역별 방역 위험도, 부대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장성급 지휘관 판단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군은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입영식과 수료식 등을 외부 인원 초청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비대면·온라인 방식 또는 취소했다.
지난 27일에는 육군과 해군·해병대 장교, 부사관들도 가족·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관식을 거행했다. 육군특전사령부를 비롯해 대규모 부대 개방 행사를 앞둔 곳도 있다.
군은 다음 달 2일부터 예비군 소집훈련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각 분야에서 코로나19에 따라 시행했던 거리 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제하고 있다. 배지열 기자
2년 3개월 만 신병 입영식 행사 재개
편지 쓰기·어부바길 등 다양한 행사
최신 무기 등 군 현대화 모습 공개
부모 “군 생활 잘하길” 눈물로 배웅
군 “부모 마음으로 지도할 것” 약속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국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단절’이었다. 온라인 방식으로 비대면 만남이 늘어났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공유하는 자리는 뒤로 미뤄야 했다. 장병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이 우선이던 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은 대한민국 최전방 군대 모습도 바꿔놨다. 2020년 2월 이후 중단된 신병 입영식이 재개돼 장정들이 입영 전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것. 30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연병장에서 열린 신병 입영식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부모님 은혜 되새기는 각종 행사
입영 장정을 처음 맞은 건 ‘사랑의 편지’ 코너였다. 이날 함께 부대를 방문한 가족들이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써서 전달하면 입소 이틀 뒤 이들에게 전달된다. 입영 직전 순간까지 함께하기 위해 먼 길을 왔지만, 직접 전하지 못한 말을 남기는 가족들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정상혁 입영 장정과 함께한 어머니 전소영(경기도 남양주시) 씨는 “아들이 많은 걸 배우고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지에 몇 자 썼다”고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버지 정병열 씨도 “무조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게 먼저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어지는 코스는 ‘어부바길’. 입영 장정들이 그동안 키워주신 부모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대에서 마련한 레드카펫 길을 따라 부모님을 업고 걸었다. 어색하게 떨어져 걷던 가족들도 업히면서 살을 맞대자 울컥하는 순간이었다.
박승준 입영 장정은 “이전까지 어머니를 한 번도 업어드린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아들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효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 김민정(인천) 씨는 “오히려 못 해준 것만 기억나고, 아들이 잘 커 줘서 고맙다. 군 생활 잘할 거라 믿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의 입영 환영식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12사단 밴드 ‘마운틴 룰러’가 이날 입영 장정을 환영하기 위해 영화 국가대표 OST ‘Butterfly’를 열창했다. 긴장감에 딱딱하게 굳어 있던 입영 장정들도 이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잡으며 박수를 보냈다.
부대는 이 외에도 현궁, K9 자주포 등 육군 최신 무기와 보급품을 전시해 가족들에게 현대화된 군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세탁실, 세면실, 군 내 마트 등이 있는 생활관 등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병영시설을 구석구석 살펴본 아버지 이기성(경기도 수원시) 씨는 “내가 복무할 때와는 다르게 시설이 정말 좋아졌다”며 “아들이 힘든 군 생활도 남자가 되는 과정으로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장정들은 입영식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먼저 가족과 이별해야 했다. 악수와 포옹으로 마지막 정을 나누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시작된 입영식 행사에서는 어색한데도 지휘를 따라 경례하는 장정들의 늠름한 모습이 보였다.
김종성(대령) 부사단장은 “오늘 입영한 장정 모두가 훌륭하게 생활할 것으로 믿는다. 가족들에게 감히 약속드린다. 저희 모두 부모님의 마음으로 장정들을 잘 지도하고, 사랑으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입영한 265명의 장정은 5주의 교육훈련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진 군인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입영식·수료식·임관식 등 속속 정상화
이번 행사를 총괄한 문병희(중령) 신병교육대대장은 “사회 전체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가는 만큼 조기에 정착할 수 있게 이번 입영식을 계기로 군도 노력할 것”이라며 “안전하고 철저하게 준비된 교육훈련으로 훈련병들이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가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하는 가운데 군 행사도 속속 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육군은 이날부터 신병훈련소 입영식과 수료식을 과거처럼 가족 동반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관련 공문을 각급 부대에 하달했다.
공문에서는 지역별 방역 위험도, 부대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장성급 지휘관 판단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군은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입영식과 수료식 등을 외부 인원 초청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비대면·온라인 방식 또는 취소했다.
지난 27일에는 육군과 해군·해병대 장교, 부사관들도 가족·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관식을 거행했다. 육군특전사령부를 비롯해 대규모 부대 개방 행사를 앞둔 곳도 있다.
군은 다음 달 2일부터 예비군 소집훈련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각 분야에서 코로나19에 따라 시행했던 거리 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제하고 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