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
파괴력 약하지만 자율성 있어 위험
인간 개입 없이 표적 찾고 공격 결정
대인 살상용 자율무기 ‘통제’ 목소리
전투 일자리 ‘무인화’ 거부감도 과제
민간 피해 줄이는 적절한 배치 필요
미 해병대원이 전투 드론 ‘스위치블레이드’를 쏘아 올리고 있다. 필자 제공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으로 한 영상을 공개했다. 전투 드론이 러시아군의 ‘T-72’ 전차 1대를 파괴한 장면이다. 이 드론은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다. 대인용과 대전차용이 있는데, 영상에 나온 것은 대전차용이다. 1만 달러짜리 드론이 150만 달러짜리 전차를 고철로 만들었다.
한 번도 미국 이외 나라에 팔지도, 운용을 맡기지도 않은 전투 드론이다. 우크라이나군은 100기를 공급받으면서 미군 외 군대로는 처음으로 이 전투 드론을 써봤다. 영상을 공개한 것은 정밀 타격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러시아군의 사기를 꺾는 한편 미국에서 최첨단 무기를 조달받고 있음을 알리는 ‘양수겸장’이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이른바 ‘자폭 드론’이다. 장착한 카메라로 목표물을 추적·확인하고 직접 충돌해 폭발한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자폭 공격을 빗대 ‘가미카제 드론’으로 불린다. 공식 군사용어는 ‘배회 무기(Loitering Munition)’다. 배터리가 소모될 때까지 특정 구역 상공을 날아다니다가 표적을 발견하면 추적해 공격한다.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s)과 무인전투기(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의 특성을 합친 셈이다. 순항미사일보다 오래 배회하며, 그 자체가 폭탄이라는 점이 무인전투기와 다르다.
배회 무기의 파괴력은 미사일과 무인전투기의 그것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무섭다.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표적을 찾고 발견하는 대로 파괴한다. 자동 유도무기와 달리 사전에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격을 결정할 때 인간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 인간의 관리 감독에서 사실상 벗어난다. 그래서 이를 ‘자율무기(Autonomous Weapon)’, 이를 기반으로 한 무기체계를 ‘자율 살상 무기체계(LAWS·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라고 한다. ‘스위치블레이드’와 같은 전투 드론은 이 체계에 가장 가까이 간 무기다.
자율무기가 전쟁의 양상을 바꿔 놓는다. 무기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시대가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그 물꼬를 텄다. ‘스위치블레이드’ 말고도 러시아 자폭 드론인 ‘쿱블라(KUB-BLA)’, 터키 UCAV ‘바이락타르 TB2’ 등 자율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리비아 내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전 등에 부분적·제한적으로 사용된 자율무기가 드디어 전면에 부상했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무인기를 가리키듯 UGV는 무인지상차량(Unmanned Ground Vehicle)을 지칭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군사 판이다. 지상에서 매복이 있거나 지뢰가 설치된 위험한 곳을 정찰할 때 유용하다. 견마형 로봇, 폭발물처리(EOD) 로봇, 지게로봇(MULE)처럼 무거운 군장을 지고 다니는 장비를 뜻하기도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전투형 무인 장갑차와 전차다.
UGV는 더 작고, 가볍고, 빠르고, 기동성 있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어 한 번에 몇 주나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전쟁터를 누빌 수 있다. 위험한 임무나 자살 특공 임무 같은 경우에도 인간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전술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항공에 비해 지상자율무기를 구현하기 힘든 것은 산이나 계곡, 건물 등 지형지물에 따른 전파 차단과 통신 중계 오류가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해결책으로 통신 중개 드론을 띄우거나 위성을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하지만, 한계가 있다.
UAV든 UGV든 초기엔 사람이 원격으로 통제하거나 조종해야 한다. 통신 네트워크 사정에 따라 언제든 그 교신이 끊길 수 있다. 백업 통신망으로도 안 될 때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계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완전한 자율무기, 특히 대인 살상용 자율무기를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계에 모든 것을 맡겨놨을 때 생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법적·정치적·윤리적·도덕적 판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스위치블레이드’를 만든 자국 기업 에어로바이런먼트에 해외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기술 유출 우려 외에도 이러한 법과 제도적 판단 미비와 무관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논의를 할 동안에 잠재적 경쟁자, 특히 중국·러시아·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 국가와 일부 불량 국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자율무기 개발 경쟁에 한가하게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전장만큼 냉혹한 곳은 없다. 무기 개발 경쟁 역시 전쟁과 다르지 않다. 폴 샤레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책임자는 『새로운 전쟁』(무인 군대, Army of None)이라는 책에서 “새로운 기술이 낡은 전투 방식을 전복시키면, 군대와 국가는 그걸 바로잡을 두 번째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계 지능에 의한 전쟁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면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자동화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물이 있다. 자율무기와 로봇에 대한 군 안팎의 저항이 꽤 있다. 군은 정찰이나 물류와 같은 지원 업무라면 모를까, 전투 일자리를 무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에 수동적이다. 미 육군은 물류 로봇에 투자를 열심히 해도 최전방 무장 전투 로봇 투자를 덜 한다고 한다. 미 공군 역시 감시용 드론만 많이 사고 전투 드론에 돈을 덜 쓴다. 민간에서 AI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군에서도 자율무기와 무인 시스템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자율무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 극복도 과제다. 특히 공격 여부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기계가 내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살상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도록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다. 인간보다 자율무기의 상황 판단이 갈수록 더욱 정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까지 접목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한국군은 아직 이러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자율무기 관련 예산 규모 자체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작다. 이제 자율무기를 무기체계에 넣고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는 단계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등과 비교해 거부감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와 복무 기간 단축 해법으로도 적합하다.
자율무기를 잘 쓰면 애꿎은 생명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잘못 쓰면 되레 더 많은 죽음과 민간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의사 겸 발명가인 리처드 개틀링은 기관총을 발명했다. 애초 목적은 전장에 나갈 병사 수를 줄여 생명을 구하려던 것인데, 결과는 거꾸로 나타났다. 총을 자동화하면서 대량 살상이 이어졌다. 기관총으로 시작한 무기의 자동화가 자율무기까지 왔다.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손길 자체를 거부한 무기다. 제대로 만들고 무기체계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기관총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우크라전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
파괴력 약하지만 자율성 있어 위험
인간 개입 없이 표적 찾고 공격 결정
대인 살상용 자율무기 ‘통제’ 목소리
전투 일자리 ‘무인화’ 거부감도 과제
민간 피해 줄이는 적절한 배치 필요
미 해병대원이 전투 드론 ‘스위치블레이드’를 쏘아 올리고 있다. 필자 제공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으로 한 영상을 공개했다. 전투 드론이 러시아군의 ‘T-72’ 전차 1대를 파괴한 장면이다. 이 드론은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다. 대인용과 대전차용이 있는데, 영상에 나온 것은 대전차용이다. 1만 달러짜리 드론이 150만 달러짜리 전차를 고철로 만들었다.
한 번도 미국 이외 나라에 팔지도, 운용을 맡기지도 않은 전투 드론이다. 우크라이나군은 100기를 공급받으면서 미군 외 군대로는 처음으로 이 전투 드론을 써봤다. 영상을 공개한 것은 정밀 타격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러시아군의 사기를 꺾는 한편 미국에서 최첨단 무기를 조달받고 있음을 알리는 ‘양수겸장’이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이른바 ‘자폭 드론’이다. 장착한 카메라로 목표물을 추적·확인하고 직접 충돌해 폭발한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자폭 공격을 빗대 ‘가미카제 드론’으로 불린다. 공식 군사용어는 ‘배회 무기(Loitering Munition)’다. 배터리가 소모될 때까지 특정 구역 상공을 날아다니다가 표적을 발견하면 추적해 공격한다.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s)과 무인전투기(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의 특성을 합친 셈이다. 순항미사일보다 오래 배회하며, 그 자체가 폭탄이라는 점이 무인전투기와 다르다.
배회 무기의 파괴력은 미사일과 무인전투기의 그것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무섭다.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표적을 찾고 발견하는 대로 파괴한다. 자동 유도무기와 달리 사전에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격을 결정할 때 인간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 인간의 관리 감독에서 사실상 벗어난다. 그래서 이를 ‘자율무기(Autonomous Weapon)’, 이를 기반으로 한 무기체계를 ‘자율 살상 무기체계(LAWS·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라고 한다. ‘스위치블레이드’와 같은 전투 드론은 이 체계에 가장 가까이 간 무기다.
자율무기가 전쟁의 양상을 바꿔 놓는다. 무기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시대가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그 물꼬를 텄다. ‘스위치블레이드’ 말고도 러시아 자폭 드론인 ‘쿱블라(KUB-BLA)’, 터키 UCAV ‘바이락타르 TB2’ 등 자율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리비아 내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전 등에 부분적·제한적으로 사용된 자율무기가 드디어 전면에 부상했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무인기를 가리키듯 UGV는 무인지상차량(Unmanned Ground Vehicle)을 지칭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군사 판이다. 지상에서 매복이 있거나 지뢰가 설치된 위험한 곳을 정찰할 때 유용하다. 견마형 로봇, 폭발물처리(EOD) 로봇, 지게로봇(MULE)처럼 무거운 군장을 지고 다니는 장비를 뜻하기도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전투형 무인 장갑차와 전차다.
UGV는 더 작고, 가볍고, 빠르고, 기동성 있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어 한 번에 몇 주나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전쟁터를 누빌 수 있다. 위험한 임무나 자살 특공 임무 같은 경우에도 인간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전술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항공에 비해 지상자율무기를 구현하기 힘든 것은 산이나 계곡, 건물 등 지형지물에 따른 전파 차단과 통신 중계 오류가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해결책으로 통신 중개 드론을 띄우거나 위성을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하지만, 한계가 있다.
UAV든 UGV든 초기엔 사람이 원격으로 통제하거나 조종해야 한다. 통신 네트워크 사정에 따라 언제든 그 교신이 끊길 수 있다. 백업 통신망으로도 안 될 때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계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완전한 자율무기, 특히 대인 살상용 자율무기를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계에 모든 것을 맡겨놨을 때 생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법적·정치적·윤리적·도덕적 판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스위치블레이드’를 만든 자국 기업 에어로바이런먼트에 해외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기술 유출 우려 외에도 이러한 법과 제도적 판단 미비와 무관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논의를 할 동안에 잠재적 경쟁자, 특히 중국·러시아·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 국가와 일부 불량 국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자율무기 개발 경쟁에 한가하게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전장만큼 냉혹한 곳은 없다. 무기 개발 경쟁 역시 전쟁과 다르지 않다. 폴 샤레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책임자는 『새로운 전쟁』(무인 군대, Army of None)이라는 책에서 “새로운 기술이 낡은 전투 방식을 전복시키면, 군대와 국가는 그걸 바로잡을 두 번째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계 지능에 의한 전쟁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면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자동화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물이 있다. 자율무기와 로봇에 대한 군 안팎의 저항이 꽤 있다. 군은 정찰이나 물류와 같은 지원 업무라면 모를까, 전투 일자리를 무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에 수동적이다. 미 육군은 물류 로봇에 투자를 열심히 해도 최전방 무장 전투 로봇 투자를 덜 한다고 한다. 미 공군 역시 감시용 드론만 많이 사고 전투 드론에 돈을 덜 쓴다. 민간에서 AI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군에서도 자율무기와 무인 시스템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자율무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 극복도 과제다. 특히 공격 여부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기계가 내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살상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도록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다. 인간보다 자율무기의 상황 판단이 갈수록 더욱 정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까지 접목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한국군은 아직 이러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자율무기 관련 예산 규모 자체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작다. 이제 자율무기를 무기체계에 넣고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는 단계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등과 비교해 거부감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와 복무 기간 단축 해법으로도 적합하다.
자율무기를 잘 쓰면 애꿎은 생명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잘못 쓰면 되레 더 많은 죽음과 민간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의사 겸 발명가인 리처드 개틀링은 기관총을 발명했다. 애초 목적은 전장에 나갈 병사 수를 줄여 생명을 구하려던 것인데, 결과는 거꾸로 나타났다. 총을 자동화하면서 대량 살상이 이어졌다. 기관총으로 시작한 무기의 자동화가 자율무기까지 왔다.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손길 자체를 거부한 무기다. 제대로 만들고 무기체계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기관총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