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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작전과 정신전력 교육

입력 2022. 05. 25   15:28
업데이트 2022. 05. 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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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희 중위 육군28보병사단 청룡대대
강보희 중위 육군28보병사단 청룡대대

청룡대대의 5월은 활기가 넘친다. 아침마다 경기도 연천군 진명산에 울리는 대대원들의 힘찬 기운이 뜨거운 태양을 뚫기 때문이다. 유해발굴작전에 투입된 우리 대대의 첫 구호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가 오늘도 어김없이 울려 퍼진다.

유해발굴작전이 진행 중인 진명산은 1951년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국군과 유엔군이 ‘코만도작전’을 전개해 중공군을 격퇴한 전적지다. 이곳에서 발굴된 탄피·탄두 등 수많은 유품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무더운 날씨와 탁한 흙먼지, 그리고 딱딱한 땅이라는 악조건에서 작전 중이지만 장병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보다 강한 의지가 더 드러난다. 작전이 시작되고 많은 유해를 찾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선배 전우의 유해가 땅속에 묻혀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 기간이 끝나고 미처 찾지 못한 유해는 언제 발굴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병들은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무에 임하고 있다.

나는 장병들의 정신전력 교육을 담당하는 대대 공보정훈장교다. 매주 교육에서 올바른 국가관·안보관, 군인정신을 가르친다. 하지만 교육이 끝나면 영상과 교육자료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몰려왔다.

그런 내게 이번 유해발굴작전은 최고의 교육현장이다. 장병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경험으로 가슴을 울리는 교육 효과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은 전 예하 부대를 대상으로 정신전력 교육과 연계한 유해발굴 현장 안보견학으로 장병들이 피부로 느끼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청룡대대가 예하 부대 교육에 앞장서고, 나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진명산에 가서 현장에 견학하러 온 장병들을 교육한다.

유해발굴작전 현장을 걸으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교육받으려는 반짝거리는 눈빛들이 인상적이다. 교육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 속에서 숭고한 의미를 찾는 장병들을 보면 피로감은 까마득히 잊고, 벅차오르는 자긍심과 뿌듯함을 느낀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유해발굴 현장과 연계한 정신전력 교육의 마무리는 항상 같은 맺음말로 진심을 전한다.

“Freedom is not free. 지금 여러분이 걸어온 이곳은 한때 총과 포탄, 비명이 가득했던 곳입니다. 오늘날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과 새소리의 향연을 느끼며 자유롭게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목숨 바쳐 희생·헌신한 선배 전우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유와 평화를 후손에게도 물려주기 위해 우리도 선배들의 숭고한 정신과 용기를 이어받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합시다.”

아직 조국 산하에 묻혀 계신 선배 전우들이 하루빨리 그들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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