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모형으로 만나는 총기의 세계

미래적 디자인인데… 미래가 불투명한…

입력 2022. 05. 24   16:50
업데이트 2022. 05. 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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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불펍(Bullpup) 소총
 
방아쇠 뒤에서 화기 작동하는 ‘불펍’
총몸 없애고 개머리판에 주요 기관부
총기 역사의 변곡점… 단점 너무 많아
탄창 교환 어렵고 조준에도 약점보여
넉넉한 개머리판·유지비 등 장점
국내업체 세계 두 번째 전동건 발매

 

불펍 방식 모형 총기인 FA-MAS, L85A1, AUG 슈타이어(왼쪽부터). 총열 길이를 유지한 채 총기 전체의 길이는 줄일 수 있는 불펍 방식이 한때 유럽을 중심으로 각광 받기도 했지만, 사용상 불편한 점으로 인해 지금은 그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필자 제공
불펍 방식 모형 총기인 FA-MAS, L85A1, AUG 슈타이어(왼쪽부터). 총열 길이를 유지한 채 총기 전체의 길이는 줄일 수 있는 불펍 방식이 한때 유럽을 중심으로 각광 받기도 했지만, 사용상 불편한 점으로 인해 지금은 그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필자 제공


불펍(Bullpup)은 급탄·격발과 같은 화기 작동이 방아쇠 뒤쪽에서 이루어지는 총기 구조를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펍 소총을 싫어합니다. 그 나름의 성과와 장점도 있지만, 볼품없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총기 변천사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세대 구분이 있고, 이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 적용이나 설계의 도약 등에 기인합니다. 불펍이라는 신개념도 총기 역사의 변곡점이 될만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래도 균형이 무너진 듯한 기괴한 외형에는 애정을 주기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그리고 취향이 비슷한 모형 총기 수집가들의 의견입니다.

세계 최초 전동건으로 출시된 마루이 FA-MAS. 가스식 중심이던 에어소프트건 시장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오늘날 전동건 천하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 제품이다.  필자 제공
세계 최초 전동건으로 출시된 마루이 FA-MAS. 가스식 중심이던 에어소프트건 시장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오늘날 전동건 천하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 제품이다. 필자 제공


불펍 소총은 1970년대 말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스트리아·프랑스·영국 등 세 국가는 각각 불펍 소총인 AUG 슈타이어, FA-MAS, L85A1을 개발해 자국군의 제식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불펍 방식은 총의 길이를 줄이기 위한 극단적인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설계된 소총은 대부분 ‘총열·총몸·개머리판’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 중에서 총몸을 없애 버린 것이 불펍입니다.

사실 총몸은 총알을 발사하기 위한 모든 부속과 기관부가 들어있는 핵심 부위인데, 이걸 없앤다는 건 말이 안 되겠지요. 불펍은 꼭 필요하지만, 공간적으로는 낭비이기도 한 개머리판에 주요 기관부를 넣은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총몸과 개머리판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적게는 20%, 많으면 30%까지 길이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짧은 총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총열 길이를 유지하면서 총 전체 길이를 줄이는 데 불펍은 상당히 획기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권총 손잡이 뒤에 탄창이 위치하고, 총열을 제외하고는 일체형인 것이 특징입니다.



총몸·개머리판 통합으로 길이 축소

불펍 소총의 명품이자 베스트셀러인 AUG 슈타이어는 미래적인 디자인 덕분에 많은 영화와 게임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흥행작 ‘쉬리’에서 여주인공 이방희의 주 무기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래적인 불펍 소총은 길이가 짧다는 것을 제외하면 단점이 너무 많은 게 탈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탄창 교환의 어려움입니다. 현대전에서 신속한 탄창 교환은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인데, 불펍 방식은 여기서 분명한 약점을 보입니다. 탄창이 개머리판에 달렸다는 근본적 문제로 교환 때 아주 불편한 자세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엎드려쏴 자세에서도 탄창을 바꾸기가 아주 고약합니다. 영국 L85A1은 총을 옆구리에 꼈을 때 탄창 멈치가 딱 눌리기 좋은 곳에 있어 탄창 분실 사고도 왕왕 일어났던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탄피 배출구가 얼굴 가까이에 위치하는 것도 불편사항으로 지적됩니다.

더불어 총의 전체 길이가 짧아진 만큼 가늠자·가늠쇠 간격이 좁아져 조준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AUG와 L85A1이 조준경을 기본으로 포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불펍이 잠시 유행하기는 했지만, 프랑스가 제식이었던 FA-MAS를 HK416으로 교체해 나가는 등 다시 전통적인 구조의 총기로의 회귀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불펍의 미래가 밝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동건 첫 제품이 된 불펍 소총


이토록 싫은 티를 팍팍 내는 필자도 불펍 소총을 5정이나 소장·전시하는 이유는 에어소프트건 업계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기념비적인 제품들이 불펍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에어소프트건 게임이 크게 유행했을 당시 사용했던 대부분의 장비는 일본에서 생산된 가스식으로, 충전식 가스 또는 압축공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가스 충전식은 기온에 따라 기화율 차이가 심해 탄도가 들쑥날쑥하고, 연사 시에는 그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압축공기의 경우 잠수부같이 커다란 공기통을 등에 지고, 호스를 총에 연결해야 해 신속한 기동에 제약이 컸습니다.

이때 저가형 에어코킹건을 주로 만들던 마루이가 1991년 세계 최초로 배터리 전원을 이용한 전기모터로 피스톤을 압축해 연사를 가능케 하는 전동건(Automatic Electric Gun)을 발매합니다. 기념비적인 첫 전동건이 바로 프랑스군의 제식 불펍 소총 FA-MAS였습니다. 그리고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국내 모형업체인 아카데미과학에서 전 세계 두 번째로 전동건을 발매했으니, 영국의 L85A1 불펍 소총이었습니다.

전동건은 모터·기어·피스톤 등을 품는 ‘기어 박스’가 핵심 유닛인데,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로 그 크기가 꽤 커서 실총에서도 기관부를 품은 넉넉한 개머리판이 있는 불펍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신의 한 수가 되는데, M16이나 AK 등 인기 있는 총들은 이미 수많은 제작사에서 발매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반면 불펍은 아직 경쟁제품이 없는 데다 외형상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전동건이라는 새로운 시스템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 훌륭한 마케팅 요소가 됩니다.

전동건은 가스건이 갖는 대부분의 단점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소모품인 가스를 계속 구매할 필요도 없어 유지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었습니다. 또 다연발 탄창과 빠른 연사 속도 등 화력도 강해 FA-MAS와 L85A1 등 불펍 전동건들이 가스건을 밀어내고 게임 필드를 장악해 나갔습니다. 이후 오래지 않아 전동건은 에어소프건 게임의 대세가 됐으며, 불펍 외에도 다양한 총기들이 출시되면서 지금까지 그 지위를 공고히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두 번째로 전동건을 만든 우리나라 기업은 그 품질과 나름의 개선점까지 일본 못지않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강화된 규제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후 중국과 대만 제작사에 에어소프트건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루빨리 국내 모의총포법이 개선돼 좋은 국산 제품이 많이 나오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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