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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군사과학기술 시대…방산시장 ‘새 블루오션’

입력 2022. 05. 23   16:42
업데이트 2022. 05.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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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테크 <상>


ICT 접목 통해 전투·전쟁 양상 체인지
대형 기술기업, 밀리테크 산업에 군침
노동집약적 군 탈피 위해 갈수록 탄력
군사 갈등 한복판 우리에게 기회 요소
국방과학연 중심 기업·대학 협력 필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적용한 통합시각증강장비(IVAS)를 착용한 모습. 이 장비의 핵심 목표는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전투원의 생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진=미 육군(필자 제공 사진)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적용한 통합시각증강장비(IVAS)를 착용한 모습. 이 장비의 핵심 목표는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전투원의 생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진=미 육군(필자 제공 사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4일로 꼭 3개월이 됐다. 개전 초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까지 진출하면서 기세등등했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퇴각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전력까지 동원했지만 좀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일부 동남부 도시 점령 외 이렇다 할 승전보를 전하지 못한 채 교착상태다. 애꿎은 민간인 살상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다.

군사력 세계 2위와 22위의 싸움이 이렇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민·군 가리지 않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애국심이 돋보인다. 그래도 전쟁이다. 마음가짐만으로 싸울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에 힘이 된 것은 서방이 제공한 무기다.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는 러시아군의 제공권 장악을 저지했다.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인 ‘MLAW(Next generation Light Anti-tank Weapon)’와 ‘FGM-248 재블린’은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전차부대의 침입을 막아 냈다. 대전차미사일은 수도를 빨리 점령해 친(親)러시아 정권을 세우려는 러시아의 속전속결 전략을 무력화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MLAW’와 ‘재블린’을 마치 수호천사처럼 여긴다.

우크라이나의 의도대로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보유한 러시아제 재래식 무기와 장비가 소진 직전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동부의 방위산업체와 생산설비는 상당수 파괴됐다. 더욱이 우크라이나군의 무기체계가 러시아식이다. 핵심 부품을 거의 러시아에 의존하는데 이젠 적국이니 조달할 방도가 없다. 서방의 무기 원조가 지속·확대되지 않고, 하루빨리 러시아식 무기체계를 탈피하지 않으면 시간은 다시 러시아 편이 된다.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투쟁 의지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다. 경제력과 산업기반 없이 군사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독자적인 방위산업이 없으면 자력으로 적과 맞설 수 없다. 현 우크라이나가 바로 이 상황에 놓였다.

미국은 ‘스팅어’와 ‘재블린’을 우크라이나에 대거 공급한다. 미국 내 재고 물량이 급격히 줄자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공급업체인 레이시온, 록히드마틴에 생산 확대를 독려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반도체와 희토류, 로켓 모터, 추진체 등 핵심 부품의 공급망(Supply Chain) 차질로 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두 미국 방산업체의 부품 조달 여부에 달렸다.

우리나라가 느닷없이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른바 ‘강제소환’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독일에서 진행된 43개 동맹국과 우호국의 국방 고위직 영상회의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보내는 게 곤란하다면, 미국이 중간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나토(NATO) 회원국과 한국·일본·호주·이스라엘·스웨덴·핀란드 등이 무기를 준다면 미국이 대신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대통령과 국방장관, 주한대사 등이 잇따라 한국에 무기 공급을 요청했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대전차미사일 ‘현궁’, 지대공 미사일 ‘천궁’ 등을 적시하기도 했다. 모두 ‘스팅어’와 ‘재블린’을 대신할 무기로 손색이 없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 외 살상용 무기 제공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주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변화 가능성이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확실한 것은 막 전쟁을 치르는 나라가 애타게 찾을 정도로 한국의 방산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레드백 장갑차, FA-50 경공격기 등 다양한 한국산 무기가 세계 ‘밀덕’들에게 호평받는다.

한국산 무기의 특징은 확실한 성능에 비해 가격과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이다. 공급이 빠르고 후속 군수지원까지 안정적이다. 외국산 동급 제품에 뒤지지 않으며 되레 비교우위다. 하지만 외교력과 협상력 등에서 미국이나 유럽 나라에 뒤지는 탓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새 정부의 또 다른 과제다.

세계 방위산업이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하면서 전투와 전쟁의 양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이른바 밀리테크(Militech) 시대가 열렸다.

밀리테크는 군사(Military)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첨단 군사 과학기술을 뜻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우주무기 등 사람이 필요 없는 군사 기술 개발 경쟁이 벌어졌다.

무기와 방산 산업의 발전은 곧 기술의 역사다. 창과 활, 투석기, 화약, 전차, 전투기, 항공모함 등 모든 무기는 당대 과학기술의 종합체다. 그런데도 밀리테크라는 신조어를 써가면서 새삼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회사는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에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군인의 임무 수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헤드셋 화면으로 제공하는 ‘통합시각증강장비(IVAS)’를 육군에 공급한다. 무려 218억8000만 달러(약 26조23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MS는 드론이 찍은 영상과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미 국방부의 ‘메이븐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아마존과 구글도 가세했다. 구글은 직원들의 반대로 나중에 발을 뺐지만, 대형 기술기업(빅테크)들은 수백만 달러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밀리테크 산업에 군침을 흘린다.

빅테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이 분야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다. 대부분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추적하고 분석하는 틈새 분야의 신기술을 제공한다.

사실 ICT 자체가 군사 기술의 산물이다. 인터넷이 그렇고 모뎀, CDMA, GPS, 터치스크린 등 많은 기술이 군 관련 연구소에서 나왔다. 밀리테크는 노동집약적인 군에서 탈피해 첨단 기술로 무장하려는 각국 정부와 군의 비전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밀리테크가 기존 무기와 방산 시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을 개척한다. 따라서 록히드마틴, 보잉, BAE시스템스, 레이시온, 노스럽 그러먼 등 전통적인 방산업체는 기술기업의 움직임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계의 전장이 점차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현장으로 바뀌면서 기술기업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수색·정찰 활동 등 비무장 전력 보강에 머물렀던 AI 적용은 앞으로 자율무기체계(AWS)와 자율살상무기(LAWS)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없다. AI 기술 인력도 부족하고 양성도 더디다. 방산기업도 기술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세계 시장엔 풋내기다. 하지만 북한과 대치하고 미·중 무역과 군사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상황은 우리나라로 하여금 방산 산업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상황은 오히려 기회와 도전의 요소로 작용한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방산기업과 정보통신, 소프트웨어기술 기업, 대학 등이 밀리테크를 축으로 협력한다면 외국과 차별화한 방산기술과 산업을 먼저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방아쇠를 당길 대형 국책 프로젝트가 절실하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필자 신화수는 30년간 기술산업 분야를 취재했으며 전자신문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 홍보협력관, IT조선 이사 등을 역임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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