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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인·태지역 안전보장 확인…中 견제 파트너십 강화

입력 2022. 05. 22   16:05
업데이트 2022. 05. 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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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 의미와 과제
 
포스트 코로나 정상 외교 복귀 신호탄
공유된 가치·규범 기반 동맹 질서
미 관여와 헌신 지속 메시지 강조
 
우크라 전쟁에 경제안보도 주요 동력
중간선거 앞두고 미 중산층 우선 보호
글로벌 공급망 복원 혹은 재편에 방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한국 방문을 통해 더욱 발전된 한미동맹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내린 뒤 영접을 나온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환담하는 모습.  이경원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한국 방문을 통해 더욱 발전된 한미동맹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내린 뒤 영접을 나온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환담하는 모습. 이경원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정상 외교의 복귀를 알렸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이라는 점, 새 한국 대통령을 취임 10여 일 만에 만난다는 점에서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의미가 크다.

이어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 ‘쿼드’ 정상회담을 아우르는 전체 일정과 바이든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이 아세안 8개국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정상회담을 개최한 직후라는 점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전역에 전파하려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역내 미국의 관여와 헌신은 지속될 것이며 가치·규범을 공유하는 동맹세력과 함께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목적이 “민주주의 국가와 개방된 사회가 단합해서 규칙을 만들어 나갈 경우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기 위함”이며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태 지역 분극화, 역내 국가 복합 딜레마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은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대(對) 서방의 대립 격화로 인·태 지역의 분극화(polarization)가 가시화하고, 한·일 등 역내 국가의 전략적 운신 폭이 축소돼 복합 딜레마에 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우선 2018년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은 각자의 전략적 취약성을 인지하고, 미진했던 경제·안보 전략을 보완하기 시작한 2021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이후 미국은 인·태 지역에 대한 지속 가능한 경제적 이니셔티브(계획) 없이 소규모 경제 지원만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본 주도로 부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미국이 여전히 불참하는 가운데,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해 결성했을 뿐만 아니라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모습은 미국의 소극적 경제 드라이브를 더욱 부각시켰다.

한편 중국은 초기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한 팬데믹 확산 책임을 부인하고, 동시에 중국식 가치 외교와 경제적 강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이며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세계 안보 수호자 역할을 대체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태 전략 아래 쿼드(Quad), 오커스(AUKUS) 같은 소다자 안보협의체를 가동해 동맹세력을 효과적으로 규합해온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제시하며 경제 전선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일대일로 전략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결성해 역내 경제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했던 중국은 지난달 보아오 아시아포럼에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를 공개함으로써 역내 안보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밝혀지겠지만 IPEF와 GSI 모두 본질적으로 강대국의 이해를 우선하고 있다. IPEF는 관세 인하나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아 역내 호응이 낮은 상태고, 중국이 GSI를 발전시켜 신뢰받는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동과 유럽에서 벗어나 인·태 지역으로 전력과 자원을 집중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양날의 검이 됐다. 러시아를 겨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서방 결집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안보 부담을 덜면서 중국 견제를 위해 유럽의 관심·지원을 확보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얼마나 인·태 지역 안정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축소된 관여 아래 역내 국가들이 어떻게 지역 안정을 구현할 것인지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는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의 안보에 의존하면서도 중국의 거대 시장과 공급망을 등질 수 없는 역내 국가들은 안보와 경제 이익을 조율해야 하는 복합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경제안보: 아시아 순방의 목적

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의 원천적인 동력은 두 동맹국에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확인해 안심시키고, 인·태 전역에 대한 미국의 한결같은 헌신을 시연하는 데 있다. 특히 국가안보 최우선 순위인 중국을 보다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역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공유된 가치·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형성할 것이며, 자칫하면 배제시킬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목받는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도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경제안보를 국가안보와 동격으로 인식하고, 외교정책의 주요 기조로 삼았다.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패권적 지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 및 투자 규제, 산업육성 정책 등 경제적 수단을 활용함으로써 자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을 우선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력(resilience) 증진 혹은 공급망 재편까지 주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기조는 경제안보가 핵심이다. 이는 국가 간 초연결 시대를 사는 미국 중산층을 우선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민주·공화당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데,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다 절실한 사안이다.

다만 집권당인 민주당 내에서 관세를 인하하는 기존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고, 설령 미국이 CPTPP에 조인하더라도 의회 비준이 쉽지 않아 그 대안으로 23일 일본에서 공식 발표될 IPEF를 제시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대는 IPEF 협상 대상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에 나서기 직전까지 실무진이 초기 참여자 수를 확대하기 위해 창설 의무를 조정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된 첫 성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디지털 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촉진에 방점을 둔 여타 우선순위를 포함한 우선적 현안에 경제적 관여를 심화할 IPEF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미국의 인·태 전략을 견인한 당사국으로서 IPEF 출범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향후 과제와 전망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계기로 중국의 반응을 살피고, 향후 미·중 경쟁의 궤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의 행보에서 강조됐듯 역내 ‘경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미국을 글로벌 ‘안보’ 역할을 보강하겠다는 중국이 정당하게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해 ‘공동, 종합, 협력, 지속 가능한 안보관을 견지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함께 수호한다’는 자국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겪은 국제 정세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보복했던 때와 현저하게 다르다. 호주·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이 중국에 반기를 들어 경제적 보복을 당했을 때 세계 여론은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비판했고, 이들을 보호하려는 집단적 움직임도 있었다.

최근 중국이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추진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세안 국가 대다수는 여전히 중국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역내 외교 행보에 대응해 경제적 강압 대신 저강도 군사도발을 지속하면서 ‘중국 특색의 강대국 외교’를 주창하며 가치 외교전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태 지역 평화·번영을 위해서는 중추국인 한국과 일본이 앞장서서 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일 간 관계 개선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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