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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시상자로 미국 간 윤여정, 뜻밖의 모습 뜻밖의 재미 [박현민의 연구소]

입력 2022. 05. 17   15:35
업데이트 2022. 05. 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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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정’, 뜻밖의 예능

오스카 시상자로 미국 간 윤여정, 뜻밖의 모습 뜻밖의 재미

매니저 이서진 적당히 툴툴대며 제 몫
찐친 등 오랜 인연들이 들려준 이야기
예정에 없던 값진 수확이자 큰 울림
인터뷰하려 남몰래 쓴 많은 영어 문장들
70대 배우의 숨은 노력에 시청자 감동
2회 만에 안착 ‘나영석 유니버스의 힘’


이제 겨우 1~2회 방송이 진행됐을 뿐인 ‘뜻밖의 여정’은 윤여정의 면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오스카 여우조연상이라는 독보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이렇게 편하고 자유스러운 모습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포맷은 그 자체로도 보는 이를 흡족하게 했으니깐.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쉼 없이 풀어내는 것도 좋지만, 이처럼 미국에서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한데 버무려 보여 주는 것도 보는 재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뜻밖의 여정’이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언제 ‘켈리 클락슨 쇼’ 출연자 대기실과 그 준비 과정을 웃으며 볼 수 있었을까.

‘뜻밖의 여정’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윤여정 매니저’ 역할로 섭외된 이는 이서진이다. 앞서 나 PD와 윤여정이 호흡을 맞췄던 ‘윤식당’ ‘윤스테이’ 역시 그가 출연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윤여정과의 친분은 확실히 보장됐다. 주인공 윤여정의 심기를 실제로 불편하게 만들 인물은 절대 아니란 소리다. 더불어 영어와 미국 생활이 익숙하다는 점 역시 나 PD가 ‘뜻밖의 여정’을 기획한 순간, 곧장 이서진을 떠올리게 하는 데 주요한 기능을 했다. 이서진은 현재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전 방송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툴툴대며 자기 몫을 하는 중이다. 나 PD와 티키타카 케미를 적절하게 챙기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더욱이 윤여정과 이서진은 소속사가 동일하다. 이는 ‘매니저’라는 회사 차원의 업무, 게다가 중차대한 미국 오스카행 및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홍보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칫 쓸데없이 발생할 수 있는 출연자·기획사 관계자 사이의 신경전이나 알력 다툼 따위를 사전에 봉쇄할 수 있다는 특장점도 있다.

의외의 재미도 발견됐다. 윤여정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인연들의 존재가 바로 그것. 윤여정은 미국 에이전트, 에미상 수상 경력을 보유한 현지 애니메이터, 반세기 이상을 함께한 ‘찐친’과 미국 일정을 여행하듯 자연스레 소화한 것. 이는 기본적으로 ‘뜻밖의 여정’이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거나 작위적인 설정이 없기에 가능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들이 들려준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는 예정에 없던 값진 수확이기도 했다. 윤여정의 친한 동생인 애니메이터 김정자는 70이 넘고 오스카상을 받은 윤여정을 자랑스럽게 언급하며 “(윤)여정 언니가 보여 줬다.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것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세대를 불문한 시청자 모두에게 큰 울림으로 남긴 순간으로 회자됐다.

일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던 순간은 윤여정이 ‘파친코’의 영어 인터뷰를 준비한 흔적을 보여 줄 때다. 술김에 부끄럽지만 고백한다고 가방에서 꺼낸 이면지 뒷면에는 자필로 빼곡하게 적힌 영어 문장들이 담겨 있다. 윤여정은 일제 치하의 한국 역사를 다루는 ‘파친코’와 관련된 인터뷰인 만큼, 행여 역사적 사실 언급 때 조금의 실수라도 할까 봐 혼자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것. 이날의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오스카에서의 여유 있게 보여 준 수상소감이나 ‘파친코’ 인터뷰에서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했던 것을 그저 ‘영어가 본래 능숙한 배우’ 정도로 치부해 별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넘겨 버리거나 그저 부러워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뜻밖의 여정’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윤여정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본연의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2회까지 방영된 ‘뜻밖의 여정’은 1회 4.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2회 4.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총 5회까지 예정된 ‘뜻밖의 여정’은 앞으로도 윤여정의 미국 일정을 담아낼 예정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서진의 라라랜드’를 삽입해 나 PD의 주장대로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방송’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번외 편 같은 이들의 일탈을 보고 있자면, 해외출장에 법인카드로 몰래 소소한 개인적 행복을 누리는 직장인을 엿보는 기분이 들어 공감과 웃음이 피어나기도 한다.

새롭게 시작한 예능이 단 2회 만에 시청자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포맷, 각 캐릭터, 그리고 화면 속 상황을 납득시키기까지 일정 부분의 능선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뜻밖의 여정’이 순식간에 안방극장에 녹아든 것은, 명백히 ‘나영석 예능 유니버스’ 덕분이다. 나 PD가 비슷한 형태의 예능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그것을 확장하며 꾸준하게 쌓아 온 히스토리가 ‘뜻밖의 여정’ 능선을 낮췄던 것. 앞선 나 PD의 예능을 어느 정도 시청한 상태라면 윤여정과 이서진, 그리고 나 PD가 맺는 관계가 아주 익숙하다. 이 낯익음은 나 PD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무기다.
배우 윤여정의 미국 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예능이라니! 나영석 PD와 신효정 PD가 연출을 맡은 tvN ‘뜻밖의 여정’은 대한민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윤여정을 단독 타이틀롤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앞서 ‘윤식당’ ‘윤스테이’로 연출자와 출연자로서 호흡을 몇 차례 맞춘 바 있는 나 PD와 윤여정의 재회로, 이미 방송 전부터 기대가 상당했던 예능이기도 했다. 올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는 윤여정의 오스카행 일정에 맞춰 그녀의 ‘여정’을 담아낸다는 의미로 ‘뜻밖의 여정’이기도 했고, 배우 윤여정 뒤에 가려진 ‘뜻밖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중의적 의도를 품고 있기도 하다.
사진=tvN


필자 박현민은 잡식성 글쓰기 종사자이자, 14년 차 마감 노동자다. 가끔 방송과 강연도 하며, 조금 느릿하더라도 밀도가 높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나쁜 편집장』을 포함해 총 3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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