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보상제도
인센티브, 심플하고 구체적일 것
핵심 인재 영입 땐 스톡옵션 등 고려
유연근무·월요일 오후 출근 등
비용 대비 만족도 높은 방법 찾아야
수고한 직원에겐 아낌없는 칭찬을
스타트업은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늘 배고프다. 창업 후 2~3년까지는 매출이 없는 곳이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멀쩡한 회사들처럼 급여를 많이 줄 수도 없고 근무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많은 직원이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인재를 많이 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데 인재를 모으기에 최악의 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스타트업에서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금이 부족해 급여를 많이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급여 이외의 비금전적 보상제도를 잘 만들어서 계속 다니고 싶고,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채용하고 싶은 사람인데 100% 돈에 의해 좌우되는 직원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조금만 더 줘도 떠날 확률이 높으니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인재들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 잘 정착하고 적절한 급여를 받으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오래 다니면서 회사의 성장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엮어놔야 한다.
금전·주식 보상
급여제도에는 매월 동일한 금액이 지급되는 연봉제(고정급) 방식과 기본급에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매출의 일정 요율을 받는 구조)를 더해주는 방식이 있다. 일반 사무직의 경우 대부분 연봉제로 계약하지만 보험, 자동차, 제약, 부동산 회사 등의 영업직군들은 ‘기본급+인센티브’ 형태로 근로계약을 많이 한다. 기본급과 인센티브의 비중을 본인이 정할 수 있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력이 좋은 직원들은 기본급을 최소화하고 인센티브 요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고, 조금 더 안정적인 급여구조를 원하는 직원들은 기본급을 높이고 인센티브 요율을 낮출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이다.
인센티브 제도는 평가 요소를 많이 넣어서 복잡하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무조건 심플한 것이 좋다. 본인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얼마를 받게 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동기 부여도 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상당히 정교할 것 같은 자동차 회사나 보험 회사도 매우 직관적이다. ‘몇 대(개) 팔면 얼마’ 끝이다.
임원 레벨이나 회사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핵심 인재를 영입할 때에는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전 직장의 급여를 다 맞춰줄 수도 없고 맞춰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핵심인재가 이직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특별한 이벤트에 지급되는 상여금과 야근이나 주말 근무 등에 대한 특별수당도 있으면 좋긴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 모든 것을 챙기기에는 버거울 것이다. 대신 약간의 식대 지원이나 경조사비, 새벽까지 근무한 경우 교통비 지급 등은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문화·제도적 보상
금전적 보상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제도적 보상이다. 요즘 MZ 세대들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전세자금 대출이나 건강검진, 어린이집 운영 등과 같이 돈이 많이 드는 복지제도는 어느 정도 성장을 많이 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구글처럼 돈을 벌지도 못하는데 구글 같은 복지를 시행하거나 바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유연근무제도, 리프레시 휴가, 월요병을 없애기 위한 월요일 오후 출근 등과 같이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 회사의 상황에 따라 조절하면 좋다.
네이버를 비롯해 많은 스타트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중에 돈이 들지 않으면서 만족도가 높은 것이 ‘오아시스’라는 제도다. 한 달에 한 번 2시간 늦은 출근이나 2시간 빠른 퇴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연차와는 무관하고 상사의 결재도 필요 없는 제도다. 살다 보면 개인적인 행정 업무 때문에 은행이나 관공서에 방문할 때도 있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들르고 싶을 때도 있는데 반차나 연차를 쓰기 아까울 때 아주 유용하다고 한다. 물론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좀 늦게 출근하고 싶을 때 가장 좋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다른 스타트업이나 대형 IT 기업들에서 운영하는 제도를 벤치마킹해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하는 것도 추천한다.
정서적 보상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면 사회적 욕구(대인관계·소속감·커뮤니케이션·애정), 존경 욕구(인정·명예·존중), 자아실현 욕구(자기완성·삶의 보람)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해결되면 그다음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사회적 관계, 자아실현 등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욕구가 적용된다. 일단 취업이 되고 업무에 적응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생겼다면 그 이후에는 상사와 동료로부터의 인정과 칭찬, 회사와 팀에 대한 소속감, 승진에 대한 욕구 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칭찬과 인정, 포상에 인색하다. 그래서 억지로 ‘칭찬합시다’ 같은 게시판을 만드는 회사들도 많은데 몇 달 하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책이 있다. 돈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직원들을 춤추게 할 수 있는데 인색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는 뭔가 어려운 일을 해냈거나 수고한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하자. 그러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또 해낼 것이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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