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역사관 VR 체험·아바타로 전우와 캠핑…교육현장·소통공간 모두 '손 안으로'

김해령

입력 2022. 05. 11   17:05
업데이트 2022. 05. 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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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육군 정신전력교육

#1. 집중 정신전력교육이 한창인 육군1보병사단 ○○대대. 장병들은 강당이 아닌 생활관에 있다. 손에 쥔 휴대전화로 소통형 메타버스 공간 아미버스(ArmyVerse)에 모인 장병들은 ‘전우야 참 멋지구나’ 교육에 참여했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전우의 발표를 들으며 아바타로 박수를 치고, 하트를 보내고,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 육군39보병사단 ○○대대 장병들은 정신전력교육 기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답사했다. 부대와 역사관 간 거리가 멀었지만, 교육에는 문제가 없었다. 주둔지에서 머리 착용형 디스플레이(HMD)를 쓴 장병들은 가상현실(VR) 공간에서 역사관 내부를 살펴봤다. 실제 모습과 같은 가상공간을 둘러보며 나라 잃은 비극과 선조들의 국권 회복 노력을 가슴에 새겼다.


머지않은 미래, 육군 각 부대에서 일상화될 정신전력교육 장면들이다. 장병 정신전력 강화와 대군 신뢰도 향상에 기여해온 육군의 정신전력교육이 공보정훈병과 창설 73주년(12일)을 맞아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덕분이다.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장병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데 따른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글=최한영/사진=조용학 기자



공보정훈병과 창설 73주년
AI 기반 정신전력 플랫폼 시범 운용
콘텐츠마다 따로 접속하는 불편 해소
스마트폰 앱에 12가지 기능 탑재

 
MZ세대 특화 다양한 콘텐츠
현재 영상 콘텐츠 1만4000여 개
메타버스·VR 활용 교육·챗봇 연동
“집합교육 어려운 부대도 참여 가능”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육군 공보정훈장교들이 육군의 AI기반 미래 정신전력교육 플랫폼 시연 및 테스트를 하고 있다.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육군 공보정훈장교들이 육군의 AI기반 미래 정신전력교육 플랫폼 시연 및 테스트를 하고 있다.
육군 장병들이 생활관에서 머리 착용형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정신전력교육에 참가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육군 장병들이 생활관에서 머리 착용형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정신전력교육에 참가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교육

육군본부 조석근(대령) 공보정훈정책과장은 11일 “선택적 학습·빅데이터 구축이 핵심인 인공지능(AI) 기반 정신전력 플랫폼과 아미버스를 토대로 육군 정신전력교육이 과학적인 미래형 체계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AI 기반 정신전력 플랫폼은 현재 1차 버전을 완성해 시범 운용하며 성능을 높이고 있다. 오는 2025년 전면 적용하는 게 목표다.

AI 플랫폼의 지향점은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모든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여러 기관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 경로도 인트라넷·IPTV·웹메일 등으로 다양하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를 한 곳으로 통합해 모바일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AI 플랫폼에는 현재 1만4000여 개의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원하는 영상을 검색해 시청할 수 있으며, 교육 소감은 게시판에 올려 장병들이 공유한다. 평가 방법도 AI 플랫폼에 탑재된 문항에 답을 달면 원격으로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장병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글을 올리는 등의 행동은 학습관리체계(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에 저장된다.

육군본부 이재훈(중령) 공보정훈기획·AI담당장교는 “현재 42개 부대,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용하는 동안 월 10만 건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며 “학습 행동을 자동 분석해 개인·부대별 정신전력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부대별 정신전력 수준을 계량화하면 개인 맞춤형 교육 추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범 운용 과정에서 AI 플랫폼을 이용해본 장병들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군단 특공연대 김지윤 대위는 “선택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장병들의 몰입도와 참여도가 높아졌다”며 “전투력 향상에 필요한 무형전력이 가시화되는 것도 느낀다”고 말했다.


챗봇·VR 기기 등 연동해 효과 높여

AI 플랫폼에 포함된 챗봇(Chatbot) ‘AI 휴먼 애니(Any)’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신전력교육 때 어려운 용어나 궁금증을 입력하면 대신 답변해 주는 서비스다. 『국방부 기본교재』 전문을 입력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반복함으로써 답변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렸다. 현재는 질문을 글자로 입력해야 하지만, 내년까지 음성 인식 기능을 완성해 ‘24시간 비대면 답변 서비스’ 시대를 열 계획이다.

HMD를 착용한 장병들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해 멀리 떨어진 사적지, 나아가 전투현장을 방문하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미버스, 가상 공간서 아바타로 소통

아미버스는 밀레니얼Z(MZ) 세대의 소통문화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사용 장병이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이용자의 학습 행동 데이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AI 플랫폼에 연동했다. 지난해 11월 개발을 시작해 성능을 테스트 중이며, 올해 후반기 20여 개 부대에 시범 적용 후 이르면 내년부터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

아미버스는 △아바타 △가상공간 △상호작용 도구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장병들은 자신의 아바타에 육군 특색을 살린 군복, 전투화, 장구류 등 100여 종의 아이템을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다.

가상공간은 연병장, 공연장, 강의장, 캠핑장, 카페, 생활관, 영내매점(PX)까지 7곳을 만들었다. 각 공간마다 영상 탑재가 가능하며, 채팅 기능도 갖췄다. 한 공간에는 130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공간 복제가 가능해 육군의 모든 구성원이 동시 접속할 수 있다. 장병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손 흔들기, 박수 치기, 하트 날리기 등을 하며 다른 참여자들과 소통한다.

성능 테스트에 참가한 31보병사단 무안대대 이예은 중위(진)는 “해안경계부대 특성상 집합교육이 어려웠는데, 아미버스로 가능해졌다”며 “아바타로 전우를 만나고, 셀카를 찍고, 소통하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육군본부 전미영(소령) 공보정훈운영장교는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아미버스에 대한 야전부대 호응도가 높다”며 “주둔지가 곳곳에 흩어진 육군 특성을 고려할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유용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급 막론한 교육 성과 제고 기대

AI 플랫폼과 아미버스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병사들에게 특화된 플랫폼이지만 기존 간부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석근 대령은 “기존 정신전력교육은 신분·계급 구분 없이 똑같은 내용이다 보니 간부들의 동기 유발에 제한사항이 있었다”며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선택 시청하고, 학습 진도와 수준, 평가점수를 확인하는 맞춤식 교육 솔루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미버스는 정훈교육 외에 다른 용도로 확장하는 등 쓰임새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령은 “정신전력교육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공연, 장병 소통창구, 대국민 홍보 등 다양한 범위로 확대될 것”이라며 “육군본부 타 부서에서도 발전 가능성을 인식해 공보정훈실에 제작 노하우를 문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인터뷰노재천 육군 공보정훈실장

“무형전력 계량화 초기 수준 성공…교육훈련 분야의 큰 성과”

“흙 묻은 전투화를 신고 철책선을 다니며 정신전력 강화에 힘쓴 정훈병과 선배들의 교육 정신은 그대로 이어받아야 합니다. 다만 모든 게 바뀐 만큼 정훈교육에도 ‘진화된 방법’이 필요합니다.”

노재천(준장) 육군 공보정훈실장은 병과 창설 기념일을 맞아 공보정훈의 미래 역할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유롭고,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Z(MZ)세대 장병들의 특성에 맞게 정신전력 교육 방식도 변해야 효과적인 무형 전투력 증진이 가능하다는 것.

노 실장은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나면서 인터넷·모바일을 접함)’로, 특정 장소에 모여 받는 똑같은 내용의 주입식 교육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성향을 고려해 새로운 정신전력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노 실장이 새로운 정신전력교육 방안으로 내세운 건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다. 특히 진화된 정신전력교육을 위해 휴대전화라는 새로운 도구를 접목하기로 했다. MZ세대의 필수품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을 정신전력교육에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노 실장은 병 개인 휴대전화 사용이 논의되던 2018년부터 휴대전화를 정신전력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병사들은 이미 개인 휴대전화를 충분히 자제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며 “휴대전화를 교육 도구로 쓰면 학습 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실장은 예전부터 무형전력도 계랑화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병 개인 휴대전화 사용 허용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인 AI, 빅데이터 발전으로 ‘무형전력의 계량화’가 점차 실현 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그렇게 고안한 것이 지금의 ‘AI 기반 정신전력 플랫폼’과 ‘아미버스(ArmyVerse)’”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6개월간 AI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축적·분석한 결과 초기 수준이지만 정신전력 계량화에 성공했고, 전문가 자문도 거쳤다”며 “이는 병과뿐만 아니라 육군 교육훈련 분야에서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기존 주입식 교육과 달리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의 교육은 장병들의 ‘주도성’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는 게 노 실장의 지론이다. 그는 “같은 시간·장소에서, 같은 영상을 시청하는 과거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AI 플랫폼·아미버스는 병사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를 골라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과거 ‘가르치는 사람’이었던 정신전력 교관도 이제는 학습을 돕는 ‘촉진자’ ‘카운슬러’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플랫폼과 아미버스로 교육받게 되면 병사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고, 부대는 병사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실장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전력의 본질을 ‘국가관’이라고 정의했다. 공보정훈병과 간부들이 이를 토대로 최전선에 서서 병사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공보정훈병과 간부들이 정신전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당위성은 투철한 국가관입니다. 과거 국가관 하나로 일반전초(GOP)·해안초소 등을 다니며 나무 그늘 아래 둘러앉은 문맹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선배들의 정훈교육 정신을 잊지 않고, 병사들과 소통하는 공보정훈병과 일원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김해령 기자



김해령 기자 < mer0625@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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