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령
#1. 집중 정신전력교육이 한창인 육군1보병사단 ○○대대. 장병들은 강당이 아닌 생활관에 있다. 손에 쥔 휴대전화로 소통형 메타버스 공간 아미버스(ArmyVerse)에 모인 장병들은 ‘전우야 참 멋지구나’ 교육에 참여했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전우의 발표를 들으며 아바타로 박수를 치고, 하트를 보내고,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 육군39보병사단 ○○대대 장병들은 정신전력교육 기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답사했다. 부대와 역사관 간 거리가 멀었지만, 교육에는 문제가 없었다. 주둔지에서 머리 착용형 디스플레이(HMD)를 쓴 장병들은 가상현실(VR) 공간에서 역사관 내부를 살펴봤다. 실제 모습과 같은 가상공간을 둘러보며 나라 잃은 비극과 선조들의 국권 회복 노력을 가슴에 새겼다.
머지않은 미래, 육군 각 부대에서 일상화될 정신전력교육 장면들이다. 장병 정신전력 강화와 대군 신뢰도 향상에 기여해온 육군의 정신전력교육이 공보정훈병과 창설 73주년(12일)을 맞아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덕분이다.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장병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데 따른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글=최한영/사진=조용학 기자
MZ세대 특화 다양한 콘텐츠
현재 영상 콘텐츠 1만4000여 개
메타버스·VR 활용 교육·챗봇 연동
“집합교육 어려운 부대도 참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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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전력 계량화 초기 수준 성공…교육훈련 분야의 큰 성과”
“흙 묻은 전투화를 신고 철책선을 다니며 정신전력 강화에 힘쓴 정훈병과 선배들의 교육 정신은 그대로 이어받아야 합니다. 다만 모든 게 바뀐 만큼 정훈교육에도 ‘진화된 방법’이 필요합니다.”
노재천(준장) 육군 공보정훈실장은 병과 창설 기념일을 맞아 공보정훈의 미래 역할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유롭고,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Z(MZ)세대 장병들의 특성에 맞게 정신전력 교육 방식도 변해야 효과적인 무형 전투력 증진이 가능하다는 것.
노 실장은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나면서 인터넷·모바일을 접함)’로, 특정 장소에 모여 받는 똑같은 내용의 주입식 교육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성향을 고려해 새로운 정신전력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노 실장이 새로운 정신전력교육 방안으로 내세운 건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다. 특히 진화된 정신전력교육을 위해 휴대전화라는 새로운 도구를 접목하기로 했다. MZ세대의 필수품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을 정신전력교육에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노 실장은 병 개인 휴대전화 사용이 논의되던 2018년부터 휴대전화를 정신전력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병사들은 이미 개인 휴대전화를 충분히 자제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며 “휴대전화를 교육 도구로 쓰면 학습 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실장은 예전부터 무형전력도 계랑화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병 개인 휴대전화 사용 허용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인 AI, 빅데이터 발전으로 ‘무형전력의 계량화’가 점차 실현 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그렇게 고안한 것이 지금의 ‘AI 기반 정신전력 플랫폼’과 ‘아미버스(ArmyVerse)’”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6개월간 AI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축적·분석한 결과 초기 수준이지만 정신전력 계량화에 성공했고, 전문가 자문도 거쳤다”며 “이는 병과뿐만 아니라 육군 교육훈련 분야에서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기존 주입식 교육과 달리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의 교육은 장병들의 ‘주도성’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는 게 노 실장의 지론이다. 그는 “같은 시간·장소에서, 같은 영상을 시청하는 과거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AI 플랫폼·아미버스는 병사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를 골라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과거 ‘가르치는 사람’이었던 정신전력 교관도 이제는 학습을 돕는 ‘촉진자’ ‘카운슬러’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플랫폼과 아미버스로 교육받게 되면 병사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고, 부대는 병사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실장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전력의 본질을 ‘국가관’이라고 정의했다. 공보정훈병과 간부들이 이를 토대로 최전선에 서서 병사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공보정훈병과 간부들이 정신전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당위성은 투철한 국가관입니다. 과거 국가관 하나로 일반전초(GOP)·해안초소 등을 다니며 나무 그늘 아래 둘러앉은 문맹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선배들의 정훈교육 정신을 잊지 않고, 병사들과 소통하는 공보정훈병과 일원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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