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그것이 '갓생(god+生) 살기'

입력 2022. 05. 11   15:57
업데이트 2022. 05.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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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Z세대의 마음 챙김 트렌드

“요즘 명상하시나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마음 챙김이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정신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입 9개월 시점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과 불안이 각각 22.1%, 18.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 전에 우울 고위험군이 3.8%였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집단적 수준의 정신건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명백해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집단적 수준의 정신건강 관리라는 개념은 존재했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긍정적이고,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내면을 채우는 행위인 ‘마인드풀니스’가 대표적이다. 서구에선 마인드풀니스 명상 프로그램이나 호흡법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어 왔다. 구글이 개발한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 ‘Search Inside Yourself(SIY)’는 명상의 힘을 강조하며,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무형의 공간 온라인서 명상하기 유행

관련 앱 이용 급증…SNS 공유 활발

공예품 만들기 등 유형의 취미도 인기

러그 직조·뜨개질 등 강좌 수강생 몰려

즐거운 ‘과정’ 통해 정신건강 회복 추구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외 명상 서비스 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명상하는  Z세대가 부쩍 늘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야외에서 명상을 하는 모습.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외 명상 서비스 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명상하는 Z세대가 부쩍 늘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야외에서 명상을 하는 모습.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감지되는 마음 챙김 트렌드에는 기존과는 다른 두 가지의 특징적인 면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무형(intangible)의 공간, 온라인상에서 명상을 한다는 점이다. 명상 애플리케이션이나 유튜브를 통해 명상 콘텐츠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으며 애플워치, 삼성 헬스 모니터 앱 등에도 마음 챙김 명상 앱이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더불어 앱 마켓에서는 보다 다양한 명상 앱을 구매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캄(Calm) △헤드스페이스 인사이트 타이머(Headspace Insight Timer) △마보 △코끼리 등이 있다. ‘Calm’은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유료 서비스 앱으로 명상, 숙면 스토리, 음악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초보자부터 중급 및 고급 사용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음 챙김을 온라인에서 수행하는 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소비자는 대개 Z세대이다. 이들이 가장 명상 앱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세대들이 건강 관련 카테고리 앱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만보기’인 반면, Z세대는 ‘명상’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 국내 명상 앱인 마보앱 사용자 중 25~34세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 가장 높은 사용률을 보였다. 이들은 명상 참여 시간에서도 평균 32분19초로, 10분대를 기록한 다른 연령층보다 최소 3배 이상 길게 명상 앱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마음 챙김 명상을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챌린지 형태로 경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명상한 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 명상 일기를 자유롭게 작성하며 마음 챙김 명상을 인증하는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보의 경우 보디 스캔, 기초적인 호흡 명상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소셜 기능을 통해 사용자끼리 응원을 나누는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타인의 인정은 이들에게 중요한 요소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마음 챙김의 요즘 트렌드 특징 두 번째는 유형(tangible)의 것들에 집중하는 면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복슬복슬하고 도톰한, 마치 그림처럼 완성된 형형색색의 러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두 ‘터프팅’으로 만든 러그라고 한다. 터프팅이란 직조 기법의 하나로, 머리카락, 잔디 등이 함께 모여 촘촘하게 난 ‘다발’을 뜻하는 단어 ‘Tuft’가 어원이다. 땅에 잔디를 심듯, 천에 실을 심는 방식이기에 주로 러그와 카펫 등을 만들 때 즐겨 활용된다. 만드는 행위에 집중하여 ‘손맛’ 즐기면서, 나만의 작업물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의 공예 클래스 중 ‘터프팅’ 기법으로 러그 만들기 강좌 소개 이미지.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의 공예 클래스 중 ‘터프팅’ 기법으로 러그 만들기 강좌 소개 이미지.


터프팅 뿐만 아니라 내 손으로 특정 공예품을 만드는 취미 클래스의 높은 인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의 누적 공예 클래스 수는 올 2월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4% 증가한 700여 개다. 특히 공간을 꾸미는 공예품이 인기를 끌며 라탄, 위빙, 우드카빙, 뜨개질 등 다양한 리빙템을 만드는 공예 클래스가 인기 급상승 중이다. ‘자연을 엮는 올라라탄의 라탄공예 입문’은 채반부터 바구니, 스툴까지 라탄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인 리빙 소품을 만들 수 있는 강좌다. 바닥 엮기, 각도 세우기, 마무리 등 라탄의 기본 스킬들을 기초부터 가르쳐준다.

요즘 Z세대는 왜 이 마음 챙기기를 하는 것일까? 정말 코로나19 만의 영향이었을까? 이들 사이에서 ‘갓생 살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갓생 살기에서 ‘갓생’은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이 결합한 단어다. 매일 명상을 하는 것도 요즘 Z세대의 갓생 살기의 일부다. ‘갓생 살기’는 스펙이나 자산 관리를 정조준했던 것과 달리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목표는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의 만족, 성취감이나 보상이 더 중요하다.

이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행복은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주장했다.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의미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마음 챙김을 하며 갓생을 살아내는 이들은 실행가임에 틀림없다. 정신이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인생을 승리로 이끄는 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특한 세대다.

따라서 이 마음 챙김 트렌드가 단지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과 외부 교류의 단절로 인해 발생했다고만 보기 어렵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행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팬데믹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2015년 메르스 감염증 발생 때 확진자의 정신건강은 유행 당시보다 유행 종료 1년 이후에 더 악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 챙김의 현상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모든 집단의 정신적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 지속되길 바라는 이유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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