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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동료는 전우와 같다

입력 2022. 05. 09   16:38
업데이트 2022. 05. 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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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상실 안하게      좋은 사람 떠나지 않는 올바른 문화 필요
전우애로 뭉치게      합의로 이룬 인사정책 일관성 있는 실행을


지난 20년 가까이 3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2개의 스타트업을 창업·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창업한 이후에는 내 손으로 직접 함께 일할 직원들을 채용하고, 급여를 주면서 직장에서 중간관리자로 채용할 때와는 결이 다른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회사 상황 때문이든, 개인적 이슈든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은 매번 쉽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직원들이 퇴사하면 정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 텐데’라는 아쉬움도 많이 든다.





친분이나 정에 연연하는 회사는 위험

스타트업의 동료는 일반 직장 동료와 매우 다른 느낌이다. 이전 직장의 동료들이 좋은 시절을 함께 보내는 친구 같은 느낌이라면, 스타트업 동료들은 마치 함께 전쟁을 치르는 전우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힘든 시간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고동락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 생활이 마냥 좋고 편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급여를 못 주거나 못 받아서 월급날마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회사 존폐 위기까지는 겪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우(戰友)는 명사로 전장(戰場)에서 승리를 위해 생활과 전투를 함께하는 동료라고 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국군 장병 여러분들의 바로 옆에 있는 동기·선임병·후임병 모두 전우가 될 수 있다.

물론 군대라는 특성상 상명하복이 중요하고, 계급이 수직적이기 때문에 전우라는 표현이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한 편이 돼 싸울 사람은 전우뿐이다. 전우는 전장에서 내 목숨까지 맡길 만큼 신뢰하고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비단 전투가 아니더라도 군대에서 다른 중대와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할 때 우리는 전투력이 급상승하고, 함께 뛰는 선수들이 곧 전우가 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전우라는 말은 사회에서도 많이 쓰인다. 일반 기업이나 스포츠팀에서 같은 목적을 갖고 의기투합해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쓰는데, 스타트업 초기 창업팀만큼 전우라는 표현이 절실하게 와 닿는 곳도 많지 않을 것이다.

창업 초기 고생 많지만 의기투합
가족보다 많은 시간 함께 보내
일반 직장 동료와 다른 느낌받아

조직·인력관리 안되는 경우 많아
인사제도 많은 고민·배려 필요


많은 사람을 면접하고 그중에서 회사와 핏(Fit)이 맞는 사람을 뽑아 서로 배우고 일하면서 호흡을 맞춰 가다 보면 어느새 가족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스타트업에서는 동료들과 하루 10시간 넘게 같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셈이다.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너’가 되는 것이다. 물론 친분이나 정에 연연하는 가족 같은 회사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 같은 회사보다 프로야구 구단 같은 성과 베이스의 조직문화를 선호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는 얘기다.

저마다의 이유로 스타트업에서 좋은 직원들이 떠나갈 땐 그만큼 회사와 남은 직원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회사 성과가 나빠질 수도 있고, 제때 후임이 뽑히지 않아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조직 분위기가 우울해지기도 한다. 소위 전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주요 임원급이 나갈 땐 그 임원을 따르던 직원들이 같이 퇴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우리는 늘 고민하고 배려하고 여러 가지 인사제도를 만들면서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안정감 심어줘야

대부분의 스타트업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별로 없고, 인사팀도 제대로 세팅돼 있지 않아 조직·인력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업 초기 창업자나 경영진이 정신 바짝 차리고 가장 중요시해야 할 이슈라는 생각이 든다. 직원에 대한 관심·배려·공감,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 상호 존중하는 문화, 개인의 처우와 복지 문제 등에 대해서 늘 경영진과 직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듣보잡’ 회사를 다닌다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또 회사에 대한 자부심·안정감으로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며 일할 수 있도록 무조건 회사를 성공시켜야 한다.

인사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이사와 경영진의 철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진이 먹고사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인사정책 관심이 부족하기도 하고, 신경 쓸 시간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인사를 그냥 급여를 담당하거나 채용하는 부서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는 지원성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중요한 전략으로 봐야 하며 장기적으로 회사를 크게 키우려면 초반부터 인사정책의 틀을 잘 잡아야 한다. 회사가 커버린 다음에 인사정책의 틀을 잡으려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버리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가치·비전…직원들과 충분히 협의해야

인사정책을 만들 때 경영진뿐만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법률을 만들 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특히 회사의 중요한 철학, 가치, 비전, 미션 등을 세울 때 직원들과 충분한 시간 동안 협의해 모두가 공감할만한 산출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수립된 비전이나 미션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선포하고, 직원들이 매일 볼 수 있도록 노출시켜야 한다. 인사정책은 일관성 있게 만들고, 지속 공지하며, 명문화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후에 근무할 땐 회사에서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마그넷으로 만들어 책상 앞에 붙이도록 했었다. 화장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듯, 스타트업에서는 채용보다 좋은 사람이 퇴사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사람은 최대한 잘 예우해서 보내야 하고, 남은 사람은 또다시 전우애로 똘똘 뭉쳐 전진해야겠다.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을 의미한다.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

-헨리 포드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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