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가 날리고, 건초 뭉치가 굴러다니는 미 서부 개척시대. 이름은 모르지만 누가 봐도 ‘내가 주인공이다’ 하는 눈빛을 내뿜는 사내가 말을 타고 한 마을에 들어섭니다. 카메라 앵글은 주인공과 검정으로 온몸을 치장한 건너편의 악당을 번갈아 비추고…. 숨 막히는 대치 끝에 드디어 주인공 손에서 ‘콜트 싱글액션아미(SAA) 피스메이커’가 불을 뿜어냅니다. 지붕 위에 숨어 주인공의 뒤통수를 노리던 악당 끄나풀이 쓰러지며 떨군 총은…. 오늘은 윈체스터(Winchester) M1873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벽난로 위에 총이 있다면 ‘윈체스터’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방영하던 서부영화 속에는 방아쇠울로 장전하는 레버 액션(Lever Action)의 대명사 ‘윈체스터 소총’과 반을 꺾어 장전하는 ‘더블 배럴(Double Barrel) 산탄총’ 두 종류의 장총이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이중 윈체스터는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총이 또 있을까 싶고,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단순한 구조에다, 총열만 수정하면 여러 가지 탄종으로 제품화하기 쉬워 아직도 많이 팔리는 모양입니다. 옛날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시골 가정집 벽난로 위 또는 현관 옆에 한 정씩은 걸려있는 모습이 익숙한 총이기도 합니다.
올리버 윈체스터가 설립한 회사인 윈체스터는 본래 미 서부 개척민들에게 의류 등을 판매하던 기업이었습니다. 1857년 볼캐닉 리피팅 암즈(Volcanic Repeating Arms Company)의 무기 제조 공장을 인수해 뉴헤이번 암즈(New Haven Arms)라는 이름으로 소총 등의 무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윈체스터 최초의 상업모델은 1866입니다.
윈체스터 하면 이 레버 액션 소총류와 M1897 트렌치 건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아 다시 한 번 자료를 검색해 봤는데 역시 이 두 종류가 주력이고, 그 외에 수렵용 볼트액션 소총 분야에서도 명성을 얻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M1카빈을 생산해 군에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제품인 M1866 일명 ‘옐로 보이(Yellow Boy)’를 다듬어 발매한 M1873 모델이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영화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대구경 탄환을 사용하기엔 내구성이 약해서 기관부를 수정하고, 내구도를 높여 발전시킨 완성형이 M1894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산 모형 총기 중 수출 성공 모델
이쯤에서 모형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나름 복선처럼 언급한 M1873, M1894 모델이 현재 모형으로 발매가 돼 있습니다.
국내 업체인 동산모형에서 M1873 에어코킹 모델로 라이플(Rifle)·카빈(Carbine)·랜달(Randall) 등 길이별 3종을 발매했고, 대만 우마렉스에서 M1894를 가스식으로 제품화했습니다. 또 지금은 없어진 일본의 MGC에서 M1873 모델 몇 종을 출시했었지만 구하기 어려운 물건입니다.
이중 동산모형의 M1873 모델이 일본의 KTW라는 브랜드로 활발히 수출되고 있으며, 옵션도 여러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실재 목재로 제작된 부품이나 가스식으로 개조할 수 있는 부속, 전용 홀스터나 스톡과 핸드가드를 감싸는 가죽 재킷 등도 있습니다. 국내 제품에 이렇게 옵션이 나오는 일이 많지 않은 걸 감안하면 이 제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소품으로도 사용
필자는 동산모형의 라이플과 MGC의 카빈·랜달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산모형의 M1873 라이플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이지은(아이유) 씨가 연기한 주인공 장만월의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소품은 의뢰를 받아 화려한 골드라인 장식을 넣는 개조 작업을 했습니다. 극 중에서 사장실 벽을 장식하거나, 장만월이 직접 악인을 응징하는 장면 등에 꽤나 비중 있게 사용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는 이런 경력을 포트폴리오로 챙길 줄 몰라 아쉽게도 제작 과정에 대한 자료가 없습니다. 다만 함께 필요했던 가죽 물통 작업을 전문가인 친동생에게 부탁하는 과정에서 가죽 물통 완성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하며 이 총을 배경으로 놓고 찍어둔 사진이 전부입니다. 이후로는 드라마나 영화용 소품은 사진을 꼭 찍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윈체스터의 레버 액션을 좀 더 멋들어지게 장전하는 방식 중 하나인 총을 회전시켜 장전하는 ‘스핀코킹(Spin Cocking)’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유명한 장면으로는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주인공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이 오토바이 운전 중에 총열과 개머리판을 잘라낸 윈체스터 M1887 모델을 휘리릭 돌리며 스핀코킹의 멋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한국 영화 ‘놈놈놈’에서 정우성 배우가 말을 타고 달리며 M1873 카빈을 폼나게 장전하는 모습도 많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빠른 속사…충분한 연습에도 위험해
미국에서는 윈체스터의 레버 액션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쏘는 대회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숙달된 사수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속사하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본 일이 있는데, 날카로운 장전 레버에 손가락을 다친 기억이 있으니 충분한 연습과 심사숙고를 거친 독자 분들이라도 시도하지 않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에어소프트 규제 완화를 간절히 바라며, 내친김에 장식장에서 윈체스터 카빈을 꺼내어 스핀코킹 맛을 좀 봐야겠습니다. 사진=필자 제공
흙먼지가 날리고, 건초 뭉치가 굴러다니는 미 서부 개척시대. 이름은 모르지만 누가 봐도 ‘내가 주인공이다’ 하는 눈빛을 내뿜는 사내가 말을 타고 한 마을에 들어섭니다. 카메라 앵글은 주인공과 검정으로 온몸을 치장한 건너편의 악당을 번갈아 비추고…. 숨 막히는 대치 끝에 드디어 주인공 손에서 ‘콜트 싱글액션아미(SAA) 피스메이커’가 불을 뿜어냅니다. 지붕 위에 숨어 주인공의 뒤통수를 노리던 악당 끄나풀이 쓰러지며 떨군 총은…. 오늘은 윈체스터(Winchester) M1873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벽난로 위에 총이 있다면 ‘윈체스터’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방영하던 서부영화 속에는 방아쇠울로 장전하는 레버 액션(Lever Action)의 대명사 ‘윈체스터 소총’과 반을 꺾어 장전하는 ‘더블 배럴(Double Barrel) 산탄총’ 두 종류의 장총이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이중 윈체스터는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총이 또 있을까 싶고,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단순한 구조에다, 총열만 수정하면 여러 가지 탄종으로 제품화하기 쉬워 아직도 많이 팔리는 모양입니다. 옛날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시골 가정집 벽난로 위 또는 현관 옆에 한 정씩은 걸려있는 모습이 익숙한 총이기도 합니다.
올리버 윈체스터가 설립한 회사인 윈체스터는 본래 미 서부 개척민들에게 의류 등을 판매하던 기업이었습니다. 1857년 볼캐닉 리피팅 암즈(Volcanic Repeating Arms Company)의 무기 제조 공장을 인수해 뉴헤이번 암즈(New Haven Arms)라는 이름으로 소총 등의 무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윈체스터 최초의 상업모델은 1866입니다.
윈체스터 하면 이 레버 액션 소총류와 M1897 트렌치 건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아 다시 한 번 자료를 검색해 봤는데 역시 이 두 종류가 주력이고, 그 외에 수렵용 볼트액션 소총 분야에서도 명성을 얻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M1카빈을 생산해 군에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제품인 M1866 일명 ‘옐로 보이(Yellow Boy)’를 다듬어 발매한 M1873 모델이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영화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대구경 탄환을 사용하기엔 내구성이 약해서 기관부를 수정하고, 내구도를 높여 발전시킨 완성형이 M1894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산 모형 총기 중 수출 성공 모델
이쯤에서 모형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나름 복선처럼 언급한 M1873, M1894 모델이 현재 모형으로 발매가 돼 있습니다.
국내 업체인 동산모형에서 M1873 에어코킹 모델로 라이플(Rifle)·카빈(Carbine)·랜달(Randall) 등 길이별 3종을 발매했고, 대만 우마렉스에서 M1894를 가스식으로 제품화했습니다. 또 지금은 없어진 일본의 MGC에서 M1873 모델 몇 종을 출시했었지만 구하기 어려운 물건입니다.
이중 동산모형의 M1873 모델이 일본의 KTW라는 브랜드로 활발히 수출되고 있으며, 옵션도 여러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실재 목재로 제작된 부품이나 가스식으로 개조할 수 있는 부속, 전용 홀스터나 스톡과 핸드가드를 감싸는 가죽 재킷 등도 있습니다. 국내 제품에 이렇게 옵션이 나오는 일이 많지 않은 걸 감안하면 이 제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소품으로도 사용
필자는 동산모형의 라이플과 MGC의 카빈·랜달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산모형의 M1873 라이플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이지은(아이유) 씨가 연기한 주인공 장만월의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소품은 의뢰를 받아 화려한 골드라인 장식을 넣는 개조 작업을 했습니다. 극 중에서 사장실 벽을 장식하거나, 장만월이 직접 악인을 응징하는 장면 등에 꽤나 비중 있게 사용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는 이런 경력을 포트폴리오로 챙길 줄 몰라 아쉽게도 제작 과정에 대한 자료가 없습니다. 다만 함께 필요했던 가죽 물통 작업을 전문가인 친동생에게 부탁하는 과정에서 가죽 물통 완성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하며 이 총을 배경으로 놓고 찍어둔 사진이 전부입니다. 이후로는 드라마나 영화용 소품은 사진을 꼭 찍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윈체스터의 레버 액션을 좀 더 멋들어지게 장전하는 방식 중 하나인 총을 회전시켜 장전하는 ‘스핀코킹(Spin Cocking)’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유명한 장면으로는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주인공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이 오토바이 운전 중에 총열과 개머리판을 잘라낸 윈체스터 M1887 모델을 휘리릭 돌리며 스핀코킹의 멋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한국 영화 ‘놈놈놈’에서 정우성 배우가 말을 타고 달리며 M1873 카빈을 폼나게 장전하는 모습도 많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빠른 속사…충분한 연습에도 위험해
미국에서는 윈체스터의 레버 액션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쏘는 대회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숙달된 사수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속사하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본 일이 있는데, 날카로운 장전 레버에 손가락을 다친 기억이 있으니 충분한 연습과 심사숙고를 거친 독자 분들이라도 시도하지 않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에어소프트 규제 완화를 간절히 바라며, 내친김에 장식장에서 윈체스터 카빈을 꺼내어 스핀코킹 맛을 좀 봐야겠습니다. 사진=필자 제공